[회고] 12편의 글, 4번의 스터디, 2N명의 사람 그리고 글또 9기

Chaejung·202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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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장장 5개월 간 활동한 글또 9기에 대한 회고다.

글또가 궁금하다면? (👉 글또 소개)

글또와 첫 만남과 5개월 전 내가 바랬던 모습

11월 14일 밤 11시, 몇 분에 한 번씩 시계를 보며 초조한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 글또 9기 지원 마감이 한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기술 블로그를 쓰는 커뮤니티에 왜 '삶의 지도'라는 주제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할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낼 수 없었지만, 이 내용이 합불 여부에 제일 중요하다는 지원서 질문은 내가 채우지 못한 유일한 항목이었기에 글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감 시간까지 5분을 남기고 무사히 지원서를 제출했다.

역마살 있는 나무

작년 11월은 취업 준비 기간이 반 년을 넘어가고 있었고, 회사 뿐 아니라 여러 부트캠프로부터 불합격 소식을 수없이 들었었다. 국민취업제도로 받을 수 있는 취업지원금은 마지막을 앞두고 있었다. 혹여나 내 글이 부족하기 때문에, 마감 시간 가까이 지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아니면 믿을 구석이 없기 때문에 등 지난 6개월 간 곱씹은 여러 실패 원인을 떠올렸다. 지원 결과가 나올 시기에 이메일을 새로 고침하며 떨어지면 몹시 아쉬울 것이라는 걱정과 앞으로 혼자서라도 글쓰기를 해봐야 겠다는 플랜 B도 세웠었다.

벅찬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글또에서는 나의 무엇을 보고 합격 결정을 내린 것일까. 가장 궁금했다. 지금껏 어디서든 불합격한 나의 모습만 봐왔기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글또 합격 소식을 통해 어떤 이유로든 난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믿고 싶었다.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라 슬랙에 참여한 후 글또 9기 참여자분들의 자기 소개를 하나씩 읽어봤다. 전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이전에 구글링을 하다 한 번쯤 봤었던 기술블로그 주인도 볼 수 있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각자 멋있는 이력과 기술블로그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합격된 건지 의아해하며 자기 소개를 남겼다.

일주일 뒤 OT까지 어떤 분들이 계실까, 앞으로 나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품은 채 여러 기술블로그를 탐방했다. 5개월 뒤면 나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동기와 호기심이 동시에 피어났다. 기다리던 OT 시간, 그저 기술블로그를 작성하고 공유하는 것이 끝일 줄 알았는데 OT의 시작은 생각보다 심오했다. 글또를 운영하는 성윤님의 가치관, 글또를 운영하는 이유과 목표를 들으면서 그제서야 '삶의 지도'를 왜 작성하도록 했는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쓰기 커뮤니티라는 정체성에서 '커뮤니티'에 근본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글쓰기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글또의 운영 가치에는 따뜻한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OT 후 내가 5개월 후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 상상하며 다음과 같은 action item을 세웠다. 기술적인 부분만 집중하려고 했으나 네트워킹도 비중을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향력을 전파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앞으로의 글또 9기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5개월 간 난 무엇을 했는가

글쓰기

총 이번 회고까지 포함하면 총 12편의 글을 썼으며 6편의 기술/언어, 2편의 스터디, 2편의 유데미 수강 후기, 2편의 회고 글을 썼다. 1회차를 제출하기 전 작성 마감일을 확인하고, 해당 시점에 내가 어떤 글을 쓸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원하는 주제를 미리 계획했었다. 그 중에서 일곱 편은 계획한대로 제출 완료하였고, 나머지 세 편은 개발을 하지 못해 작성하지 못했다. 몇 글또 분들께서는 매 회차마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계획한 덕분에 다행히 나는 그런 걱정은 없었다.

글또에는 글또 참여자 전체에게 함께 읽어보고 싶은 글을 알리는 제도인 큐레이션이 있는데, 운영진들의 꼼꼼한 검수 이후 선정이 되는 제도이다. 해당 제도에 대해 알게 되고 나서 선정되는 것을 마음 속 목표로 삼았었다. 열 번의 제출 회차 중 4회차와 10회차([수강 후기] 유데미(Udemy) 【한글자막】 Docker & Kubernetes : 실전 가이드)가 큐레이션에 선정됐다. 그래도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아무래도 4회차에 작성한 토스페이스를 클론코딩 해보자일 것이다. 작성일인 5월 12일 기준 조회수는 1,924회, 좋아요도 70개로, 지금껏 벨로그에 쓴 글 중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글이다. 더불어 커피챗도 제안받기도 하여 여러모로 인상 깊은 경험이 함께한 글이다.

스터디

요약

독서 모임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새해 목표, 책 N권 읽기를 개발자들과 함께 달성해보면 재밌는 토론이 나올 것 같아서 글또에서 독서 모임을 모집하게 됐다. 모집 시 순전히 내가 읽고 싶은 도서 목록으로 진행할 것이라 안내했기 때문에 모집 인원이 적을 줄 알았는데, 도쿠스터디처럼 많은 인원이 참여 신청을 해주어 감격스러운 동시에 당황했었다.

  • 모임 기간: 2024년 1월 4일 ~ 2024년 5월 11일
    총 12명과 함께 아래의 7권의 도서를 읽었다.
  1. 강원국 - 강원국의 글쓰기
  2. 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개발자와 도둑맞은 집중력
  3.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 몰입의 즐거움
  4. 카를로 로벨리 -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5. 진중권 -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6-1. 펠리너 헤르만스 - 프로그래머의 뇌: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알아야 할 인지과학의 모든 것
6-2. 타이터스 윈터스, 톰 맨쉬렉, 하이럼 라이트 - 구글 엔지니어는 이렇게 일한다

몇 분께서 다음 독서 모임이 있다면 한 번 더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려주셔서 6월부터 새로운 도서로 독서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식 행사

  • 글쓰기 세미나 1회차, 2회차
    아래는 세미나를 통해서 작성한 나만의 글쓰기 파이프라인 도식화이다.

  • 프론트엔드 반상회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살짝 기록하자면, 네트워킹 시간에서 시간 관리 팁을 공유하던 중 업무 중 집중력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컴포넌트 코드 작성 시 시간을 재면서 트래킹하는 방법을 추천해주셨다. 이후 다른 맥락이지만 집중력과 하체 근육과의 연관성도 언급해주셔서 하체 운동을 추천해 주신 분도 계셨다. 그래서 농담 삼아 20분 타이머 맞춰놓고 스쿼트하면서 컴포넌트 작성하는 것을 Action item으로 가져가야겠다고 정리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도서 추첨에서 나의 양쪽에 앉으신 분들께서 당첨되어 뭔가 억울하면서도 같이 기뻐했던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글또 활동 후 어떤 것을 느꼈는가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초반에는 마감일 이틀 전에 제출하며 압박없이 작성을 했었지만 갈수록 일요일 밤은 글쓰는 시간이 되어 부랴부랴 글쓰는 빈도가 잦아졌다. 지금도 제출 마감 2시간 전 부랴부랴 글을 쓰고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은 들이진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얻어간 것은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글또에서 만난 인연을 앞으로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집념을 가지고 한 주제에 대해 파고드는 것을 잘하셔서 큐레이션에 자주 등장하신 분, 스터디에서 만나 항상 성실하게 스터디 준비와 참여를 하신 분, 내가 해왔던 여러 활동의 교집합에서 자주 만난 분, 독서 모임에서 항상 조리있게 의견을 공유해주셔서 말에 흡입력이 있으신 분, 스터디 리드를 잘해주셔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 평소 벨로그에서 눈여겨 보고 존경하던 분, 그 외 순간이라도 연이 닿았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 모든 분들의 세상을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이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질 것인가

이번 9기 활동에서는 내가 영향력을 뻗어나가는 것도 좋았지만, 다른 개발자분들의 글을 많이 못 읽은 것이 아쉽다. 다음 글또 활동 전까지 큐레이션에 선정된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기술적인 탐구에 대한 깊이를 늘리고 싶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작성한 글을 퇴고하고 싶다. 매 회차마다 일부 부족하지만 완벽보다는 완성을 추구하며 출간하기 버튼을 누르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글쓰기 습관을 잡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글또 9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선언한 매일 2시간 확보는 놀랍게도 매 제출일에만 지켜지고, 일주일 중 사흘 이상 지켜진 적이 없다. 너무 부담스러운 수치였을까. 하루 한 시간이라도 확보하는 것을 다음 6월의 목표로 삼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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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 기술 학습 및 공유를 활발하게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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