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GPT API나 랭체인처럼 AI를 애플리케이션에 연결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관련 책들을 읽어 왔습니다. AI 모델을 서비스에 붙이는 방법을 알아갈수록, 모델을 잘 호출하는 것만으로는 서비스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함께 커졌습니다.
무언가를 만들려면 먼저 기획해야 하고, 시장과 경쟁사를 조사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화면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해야 합니다. 만든 뒤에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혼자서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면 개발자 역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까지 어느 정도는 함께 맡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작은 프로젝트마다 모든 분야의 사람을 채용하기도 어렵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면 이런 부족한 역할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AI에게 모든 일을 한꺼번에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는 방식에 가까웠습니다. AI를 어떻게 팀처럼 구성하고, 각 역할을 나누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막연했습니다.
그런 궁금증으로 『7인의 AI 드림팀 만들기』를 읽게 됐습니다.
『7인의 AI 드림팀 만들기』는 AI를 하나의 만능 도구로 사용하는 방법보다, 여러 AI에게 서로 다른 역할을 맡겨 하나의 팀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실무서입니다.
책에서는 AI 기획자, 마케터, 세일즈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디자이너, 자동화 전문가, 웹 개발자로 역할을 나눕니다. 그리고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노트북LM,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 n8n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해 각각의 업무를 실습합니다. 총 14개의 AI 도구와 130개의 실전 프롬프트를 다룬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AI 드림팀의 개념과 경제적 가치를 설명하고, 이후 기획·마케팅·세일즈·데이터 분석·디자인·자동화·웹 개발을 차례대로 다룹니다. 마지막에는 이렇게 구성한 AI 드림팀으로 비즈니스를 만드는 과정과 AI의 한계까지 이야기합니다.
목차만 보면 여러 분야를 한 권에 담은 종합 실습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제가 주목하게 된 것은 각각의 도구 사용법보다, 일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AI를 사용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문은 보통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까?”입니다. 저도 그동안은 더 좋은 질문을 만들고 더 정교한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프롬프트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AI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그리고 그 역할의 결과물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입니다.
기획자에게 경쟁사 조사를 맡긴다면 무엇을 조사할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가에게 일을 맡긴다면 어떤 가설을 확인할지, 어떤 지표를 볼지 결정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이미지를 요청할 때도 단순히 예쁜 이미지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결국 AI의 성능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잘게 나누고, 역할을 구분하고,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결과를 다음 단계로 넘기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AI를 한 명의 만능 비서로 생각할 때는 모든 일을 한 대화창에 쏟아 넣게 됩니다. 반대로 AI를 여러 명의 팀원으로 생각하면 각자에게 맡길 일을 구분하게 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데이터 분석 파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책에서는 곧바로 데이터를 분석하기보다 테스트 가설과 KPI, 페르소나를 먼저 정하고 퍼널이나 코호트 리텐션을 분석합니다.
이 과정을 보면서 AI에게 분석을 맡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 기능이 아니라,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지만, 어떤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지와 어떤 결과를 중요한 것으로 볼지는 대신 정해주지 못합니다. 분석 결과가 그럴듯하게 나와도, 처음 세운 질문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실제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기획, 마케팅,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AI에게 무엇을 만들어달라고 하기 전에 누가 사용할 것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지, 결과물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먼저 정해야 합니다.
책의 제목에는 ‘드림팀’이라는 표현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AI가 사람을 대신해 여러 직무를 수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팀이라기보다, 혼자 일하는 사람이 부족한 역할을 보완하기 위해 구성하는 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획을 잘하지만 디자인이 어려운 사람도 있고, 개발은 할 수 있지만 마케팅이나 세일즈가 낯선 사람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일곱 가지 역할을 똑같이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강점은 직접 가져가고, 부족한 부분을 AI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만 AI가 팀원처럼 일한다고 해서 사람의 판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만든 기획안이 실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분석 결과가 믿을 만한지, 만든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지는 결국 사람이 확인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좋은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일을 적절하게 나누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여러 결과물을 하나의 목표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AI에게 업무를 맡기는 것은 단순히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떤 일을 맡길지, 어디까지 맡길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특히 하나의 AI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맡기는 방식보다, 기획·조사·제작·분석·검토의 단계를 나누는 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이어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한 역할의 결과를 다음 역할의 입력으로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설명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쟁사 분석, 시장조사, 사업 기획안, 광고 시안, 데이터 대시보드, 자동화 워크플로, 웹 서비스 제작처럼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는 업무를 예시로 다룹니다.
특히 웹 개발 파트에서는 간단한 프로그램부터 MBTI 검사나 회사 자산관리 자가진단 서비스까지 만들어봅니다. AI가 코드를 작성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도구만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는 점도 좋았습니다. 업무에 따라 클로드, 제미나이, 챗GPT, 노트북LM,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를 다르게 활용합니다. AI 도구를 선택할 때도 특정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업무의 성격에 맞게 도구를 조합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일곱 가지 직무를 모두 다루다 보니 각각의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획, 마케팅, 세일즈, 데이터 분석, 디자인, 자동화, 웹 개발은 각각만으로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이 책은 각 분야에 입문하고 전체 흐름을 경험하기에는 좋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적인 방법론까지 자세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또한 AI 도구는 기능과 요금제, 화면 구성이 빠르게 바뀝니다. 책에 나온 실습 과정을 그대로 따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메뉴나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개별 도구의 사용법을 그대로 외우기보다, 역할을 나누고 입력과 결과물을 연결하는 구조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만들어주는 결과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대화가 길어질수록 처음 정한 규칙이 흐려질 수 있다는 한계도 책에서 다룹니다. 결국 AI 드림팀을 만든다고 해서 관리해야 할 일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AI에게 일을 한 번에 맡기기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여러 역할로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기획 단계에서는 해결하려는 문제와 대상 사용자를 정하고, 조사 단계에서는 근거가 될 자료를 모으고, 제작 단계에서는 결과물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정하려고 합니다. 이후에는 분석과 검토 역할을 따로 두어 AI가 만든 결과를 다시 확인할 생각입니다.
이 리뷰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I에게 처음부터 완성된 글을 요청하면 문장은 빠르게 만들어지지만, 정작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인상 깊게 보았는지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내용과 제 생각을 먼저 나누고, 그 사이에서 어떤 판단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7인의 AI 드림팀 만들기』는 AI가 모든 일을 대신해준다고 말하는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AI를 여러 역할로 나누어 활용하려면 사람이 먼저 문제를 정의하고, 업무를 설계하고,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AI를 많이 아는 것과 AI와 함께 일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였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는 어떤 도구를 더 배울지보다, 지금 하려는 일을 어떤 역할로 나누어볼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