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릅니다.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10기 챌린지 과정이 끝난 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멤버십 과정의 1주차까지 지나가버렸습니다. 멤버십 합격 메일을 받았을때만 해도 새로운 과정에 대한 기대감, 멤버십 과정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챌린지 과정은 멤버십 과정보다는 힘들지 않을 거라는 후기를 여럿 찾아볼 수 있었고, 안드로이드라는 도메인 지식을 학습하게 될 미래가 설레이기도 했습니다.
잔뜩 부푼 기대감과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멤버십 과정에서는 먼저 10주간의 학습 스프린트를 거치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은 챌린지와 다르게 일주일 단위로 미션을 해결해 나갑니다. 첫 미션의 요구사항을 확인했을 때, 이 정도면 전부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지 어려워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확히 3일이 지나고, 요구사항의 20%조차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 제 모습을 보고 또다시 챌린지 3일차처럼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곧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다른 캠퍼들의 PR에 드러난 진척도를 보며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챌린지 과정에서 세웠던,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오직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기'라는 다짐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위기가 찾아올 때 마다 줄곧 하던 아주 몹쓸 습관이 있었습니다. 땅굴 파기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 오랫동안 문제상황에 대해서 계속 곱씹어보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그 어두운 굴속에서는 저를 응원하는 동료들의 격려도 희미하게 들릴 뿐입니다. 다행히 지인들의 격려와 부스트캠프에 입과한 후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어느정도 나아지고 있지만, 이번 1주차를 진행하면서 또 다시 땅굴 파기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수요일 밤, 학습과 구현을 더 진행하는 대신 노션을 켜고 빠르게 메타인지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을 적어내려갔고, 부스트캠프 슬랙에 공유했습니다. 마스터부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캠퍼들까지 많은 분들이 제 회고를 읽어보고 댓글을 남겨 주셨고, 금요일까지의 과정을 마치며 다양한 피드백과 이야기를 들어보며 남은 9주간의 성장 방향성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이번 주, 저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방향을 잡지 않고 학습하기, 보여주기식 노트 만들기, 학습과 구현에 대한 밸런스 놓치기"
저는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그리고 이전에 전혀 학습한 적이 없는 도메인에 들어오면서, 방대한 학습량에 또 다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넓고 깊이 학습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공식문서를 읽으며 안드로이드의 API와 기술적 개념에 대해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어떻게'와 '무엇을' 둘 다 놓쳐버리고 만 것이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주기식 노트'를 만드는 학습을 하고 있었다는 것 역시 깨달았습니다. 학습정리의 깊이와 구조가 아쉽다고 생각하다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마치 이해한 것처럼 어떻게든 작성하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AI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지식의 흐름이 공식문서/자료에서 저에게로 이동해야 했는데, 오히려 공식문서/자료 -> 저 -> AI -> 노션/옵시디언으로 이동하며 저는 일종의 경유지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학습과 구현에 대한 밸런스 역시 놓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복합적인 문제라, 이어지는 절을 통해 조금씩 더 자세하게 분석해보려고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지식에 비해 거창한 목표를 잡기, 고정되고 움직이지 않는 목표 세우기"
새로운 도메인에 대한 학습 속도, 사전 지식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 미션의 요구사항을 전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1주차 미션을 진행하며 마스터가 이번 미션에 필요한 학습 키워드와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마스터 클래스'가 있었는데, 마스터도 '모두가 이 미션을 전부 다 구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번 미션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또한 목표를 저의 역량이 아닌, 시간에 맞추어 작성했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예상한 것보다 항상 더 부족한 목표 달성을 한 저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목표를 꾸준히 수정해야 했는데, 한 번 계획이 꼬이니 목표 수정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하게 여기기"
멤버십 과정 역시 챌린지 과정과 동일하게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주 내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진도가 느리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데일리 스크럼이나 그룹 활동에서 소통하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기능 하나에 몇 시간씩 끙끙 앓면서도, '이런 걸 물어봐도 될까?' 하는 생각에 슬랙에 질문 하나 남기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애썼습니다. 나중에 물어보고 해답을 얻긴 했지만, 시간이 이미 꽤나 지난 후였습니다. 질문은 그저 채팅 하나일 뿐이고, 동료들은 기꺼이 답을 해주거나 혹은 바쁘다면 지나쳤을 텐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는 제가 도움을 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동료에게 의미 있는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도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멤버십 과정부터 새롭게 도입된 '동료 피드백'은 기술적인 과제만큼이나 큰 도전이었습니다. 단순히 동료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관찰하며 나의 시야를 확장하고, 동료가 바라보는 나를 알아보는 것'이 피드백의 핵심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새로운 과제 앞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동료의 좋은 점, '계속 잘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은 명확했지만, '더 노력해주세요'라고 할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피드백의 깊은 취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한 주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SBI(Situation, Behavior, Impact) 모델에 근거하여 동료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관찰한 사실 없이 주관적인 판단으로 개선점을 억측하여 작성하는 것은 피드백의 선한 의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솔직한 고백과 다짐을 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주 동료 피드백을 작성하며 이 항목에 대해 기재할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새롭게 도입된 피드백 방식의 깊은 취지를 부캠 라디오에서 처음 자세히 듣다 보니, 동료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데에는 익숙했지만,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점을 SBI 모델에 근거하여 관찰하고 기록하는 데에는 미숙했기 때문입니다. 관찰한 구체적인 행동없이 제 주관적인 판단으로 부족한 점을 억측하여 작성하는 것은 피드백의 진정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피드백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동료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한 주 동안 얼마나 세심하고 의식적인 관찰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함께 성장하기'라는 목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음 주부터는 동료분들의 활동에 더욱 면밀하게 관심을 기울여, 함께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균형 잡힌 피드백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결국 동료 피드백을 준비하는 과정은 제 자신을 돌아보는 또 하나의 중요한 회고가 되었습니다. 진정한 '함께 성장하기'를 위해서는, 막혔을 때 도움을 구하는 용기뿐만 아니라, 동료의 학습 과정과 스타일에 면밀히 관심을 기울이는 의식적인 노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 !=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번 주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시간관리의 실패입니다. 이 문제는 챌린지 과정부터 이어진 저의 오랜 착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챌린지 기간, 저는 종종 밤을 새우며 미션을 해결했습니다. 그렇게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니, 잘하고 있는 걸 거야'라는 막연한 자기 위안에 빠졌습니다. 시간의 '양'을 학습의 '질'과 동일시하는 착각이었습니다.
이러한 착각은 멤버십 1주차에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중 상당수는 '비어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장 구현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파고들거나, '보여주기식'으로 학습 정리를 다듬는 등,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결국 특정 기능 하나에 10시간 이상을 쏟게 된 것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의 '밀도'를 높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던 중, 마스터클래스에서 들었던 "시간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라" 는 조언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투입하는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몰입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가에 있었습니다.
"보여주기식 학습 지양하기,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하기"
학습과 구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우다가, 개발자 공부, 어떻게 해야될까요?라는 글을 읽게 됐고 학습 방법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 분석 과정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지식의 '경유지'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공식 문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AI를 통해 노션에 옮기는 과정은 진정한 학습이 아닙니다. 앞으로는 공식 문서를 복사-붙여넣기 하는 '보여주기식 기록'을 멈추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읽고 이해하며 '나만의 언어' 로 정리하는 학습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웠습니다. 첫째, '학습'과 '구현'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합니다. 특정 개념 학습은 미션에 필요한 만큼, 이후에는 곧바로 구현에 돌입하며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중심 학습' 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입니다. 구현 연습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탄탄한 학습이지만, 그 학습의 방향을 잡아주는 것은 구현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션 요구사항을 함께 읽어보며, 챌린지에서 활용했던 '이 문제를 코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학습해야 하는가'를 지속적으로 의식하고자 합니다.
둘째, 모든 코드에 '설명할 수 있는 의도'를 부여합니다. 제가 직접 작성하든, AI의 도움을 받든, 모든 코드 라인에 대해 '왜 이 코드를 사용했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이해하지 못한 코드는 내 코드가 아니다"라는 저의 오랜 원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이 원칙은 제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됩니다. 수천 줄의 코드 중 절반도 설명하지 못하는 개발자와, 백 줄의 코드라도 모든 부분의 의도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개발자. 둘 중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전자일 것입니다. 저는 그런 개발자가 되기 위해 부스트캠프에 온 것이 아니니까요.
"움직이는 목표, 현실적이고 자세한 목표 세우기"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의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나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학습'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목표 설정 방식 자체를 바꿔야만 합니다. 지난주의 저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속담처럼, 안드로이드라는 새로운 도메인에 대한 저의 한계를 무시한 채 모든 구현의 성공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결국 조급함과 불안감만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앞으로는 '하루에 1단계씩 구현'과 같은 두루뭉술한 목표 대신, 미션 요구사항을 실행 가능한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어 구체적인 일일 목표를 세우고자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목표가 '움직이는 타깃' 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한번 세운 주간 계획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과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의 학습 속도에 따라 매일, 혹은 매시간 유연하게 목표를 재조정해야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성공에 대한 저의 기준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이제 성공은 '이번주의 미션을 완주했는가?'가 아니라, '오늘 내가 세운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며 깊이 있게 성장했는가?' 가 될 것입니다. 비현실적인 목표가 주는 불안감 대신, 매일의 작은 성공이 주는 성취감을 동력으로 삼겠습니다. 이를 통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오직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저만의 속도를 지켜나가는 것이죠.
"의식적으로 동료와의 소통을 관찰하고 기록하기"
문제 분석에서 밝혔듯, 저는 이번 주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는 데 소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료에게 의미 있는 피드백을 주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진정한 동료 피드백은 금요일 오후에 작성하는 단 한번의 순간이 아닌, 한 주 내내 동료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기울이는 '의식적인 관찰'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단순히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넘어, 동료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캠퍼가 되고자 합니다. 부캠 라디오에서 배운 피드백의 4가지 요소와 3가지 관점을 길잡이 삼아, SBI 모델에 기반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꾸준히 기록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정말 좋은 동료시네요'와 같은 모호한 칭찬이나 근거 없는 비판이 아닌, 동료의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러한 다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다음 주 팀 활동을 위한 몇 가지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그룹 코드 쉐어나 피어 피드백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간단한 토의 템플릿을 미리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저의 작은 노력이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라 믿습니다. 스스로의 성장에만 매몰되었던 관점에서 벗어나, 동료의 성장을 돕고 그 과정에서 함께 배우는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하려고 합니다.
"많고 희미한 시간보다, 적고 선명한 시간을 만들기"
마지막 원칙은 시간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문제 분석에서 고백했듯, 저는 '오래 앉아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제는 시간의 절대적인 양이 아닌, '시간의 밀도' 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약한 집중력을 보완하기 위해 25분 집중, 5분 휴식의 '뽀모도로 기법' 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의식적으로 몰입하는 시간을 늘리고, 코어타임이 끝나는 오후 7시에는 미련 없이 컴퓨터를 끄는 '하드 스톱(Hard Stop)' 규칙을 세웠습니다. 부끄럽지만, 오랜만에 구체적인 시간표도 한 번 작성해 봤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저녁과 아침 시간은 '회복'과 '내재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저녁에는 운동과 부족한 지식에 대한 독서, 그리고 그날 학습한 것을 정리하며 지식을 단단하게 다지고, KPT 회고를 통해 하루를 돌아볼 예정입니다. 아침에는 코틀린 문법에 익숙해지기 위한 알고리즘 문제 풀이와 동료들의 PR 분석으로 학습 엔진을 예열하고자 합니다. 코어타임에는 오직 미션에만 몰입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성장을 위한 다른 활동을 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하면 미션에 쏟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제 대답은 '아니다'입니다. 저는 남들에 비해 아는 것이 부족하고, 지금의 학습 방식은 자칫 '모래 위에 지은 집' 처럼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 당장 눈앞의 진도에 급급하기보다, 다소 느리게 보이더라도 매일 기초를 다지고, 독서로 지식의 폭을 넓히고, 회고로 방향을 점검하는 이 시간들이 결국 후반부 프로젝트 단계에서 저를 더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수요일 밤, 저는 '폭망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제3자의 시선에서는 그저 3일간의 부진이었을지 몰라도, 저에게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듯한 절망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감정들을 담아 솔직하게 써 내려간 회고를 슬랙에 공유했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은 마스터들이었습니다.
"실패가 아니고 실수를 알게된 거면 좋은 학습이죠. 여담이지만 부캠 기간 내내 되돌아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학습 목표는 움직이는 타깃 이라 자주 계속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시간 관리나 집중도 흐름이 있거든요. 좋은 흐름인지 나쁜 흐름인지 인지하는 장치도 중요합니다. 수요일 회고 좋네요 :)"
- 마스터 JK
마스터 JK의 댓글은 제 관점을 180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실패'라는 단어에 갇혀 있던 저에게 '실수를 알게 된 좋은 학습' 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려주셨습니다. 또한 '학습 목표는 움직이는 타깃'이라는 말씀은, 저의 경직된 목표 설정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유연한 계획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하는 데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와 스토리라인이 있어 긴 회고도 잘 읽히네요! 동훈님은 처참한 실패라고 표현하셨지만 3일만에 깨달은 것들이 많으시네요~~ 어제 수업에서 피드백 드린 부분들에 대해서도 하나씩 다 고민하신 것이 느껴지고요! 구체적인 행동 계획으로 세운 5가지를 잘 지켜가시길 바랄게요~ 아마 처음에는 지키기 어려우실 텐데요, 그 과정도 공유해주시면 동료들에게 다른 팁을 얻을 수도 있을거에요!"
- 마스터 아이비
이어 마스터 아이비는 저의 고민을 하나의 '스토리라인' 으로 읽어주셨습니다. 이 한마디가 제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의 3일이 그저 의미 없는 허우적거림이 아니라, 성장을 향한 하나의 이야기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지키는 과정 역시 공유하면 좋겠다는 격려는, 저의 약점과 다양한 시도조차도 공동체 안에서는 성장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두 마스터의 피드백을 통해, 부스트캠프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임을 다시 한번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넘어졌을 때 질책하는 대신, 그 경험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따뜻한 피드백이었습니다.
마스터 뿐만 아니라 동료 캠퍼들에게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코드는 내 코드가 아니다"라는 원칙을 세우고, 몇 시간 동안 작업했던 코드를 롤백하기로 결정했을 때,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에 더 뒤처지는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비록 느리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을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번 주를 함께 했던 스터디 그룹원들이 저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르는 부분에 있어 도움을 주며 방향을 제시해주고, 저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깊은 깨달음을 얻은 순간은, 수요일 밤에 공유했던 저의 실패 경험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입니다. 저의 약점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며 '함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동료분들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며 깊은 공감을 표현해주셨습니다. 한 동료분은 제 회고를 통해 복잡한 학습 내용 속에서 "어떤 것을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지를 '계속 상기시키는 것'" 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동료분은 제 글을 보고 답답했던 마음에 "스스로 돌아보고 작은 목표라도 달성하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오히려 고마움을 표현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저의 부끄러운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다른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의 실패는 더 이상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패와 고민의 과정은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서로를 비추며,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주 회고는 "나는 폭망했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의 자신감 넘치던 저는 온데간데없고, 길을 잃은 채 표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저는 그 실패가 남은 9주 동안의 학습 스프린트, 나아가 개발자로서의 긴 여정을 지탱해 줄 가장 값진 '방향 재설정' 의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시간의 양'이 아닌 '밀도'의 중요성을,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의미를, 그리고 '보여주기식 정리'가 아닌 '설명할 수 있는 학습'의 가치를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문제 분석을 통해 세운 4가지 원칙은 이제 저의 새로운 지도이자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물론 이 다짐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지켜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스터 아이비의 조언처럼, 분명 또다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경로를 탐색할 기회임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회고를 작성하면서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인상깊게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찾아 듣게 됐습니다. 플리의 도입부를 장식한 사람은 일본의 전 테니스 선수 '마츠오카 슈조'로, 현재는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열혈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열정적인 모습과, 단지 다짐 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년마다 새해 첫날에 새해 인사와 함께 그 해의 인생 테마에 대한 메세지를 즉석에서 찍은 영상과 함께 업로드하는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는데, 플레이리스트에서 사용된 영상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냥 하루하루를 살고 있나?
가야 될 길이 어딘지를 모르겠어?'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
간단해.
과거는 생각할 필요가 없어."내가 왜 그딴 짓을!"
그건 그냥 분노만 쌓일 뿐이야.
미래도 생각할 필요 없어."진짜 괜찮을까?"
걱정만 불러 일으킬 뿐이야.
그렇다면? 그냥 해!지금 이 순간에 네 인생을 거는 거야!
좋아!
모두가 지금 자신의 인생을 건다면,
모두 ... 살아있단거야!"
지난 일주일은 다른 캠퍼들과 속도를 경쟁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었습니다. 오직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나만의 성장 레이스' 의 출발선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방향을 찾았으니, 이제 다시 뛸 준비가 되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그러나 꾸준히, 저만의 속도로 묵묵히 달려나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6개월간의 레이스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