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03-19 ] 서울

심재익·2021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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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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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요즘 뭔가모를 무기력함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다를 것 없는 일상에 서울 사는 친구가 맛있는, 그것도 심각하게 비싼 밥을 사준다는 말에 고민없이 서울행 비행기표를 끊고 날아왔다.

옛날 유튜브에서 봤던 것 같은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라는곳을 갔다. 전부터 먹고싶었던 티본 스테이크, 그 중에서도 포터하우스 부위를 먹을 수 있는 곳이였다. 그것도 무료로.

아뮤즈부쉬로 무려 랍스터와 새우, 그리고 굉장히 두툼한 베이컨과 샐러드가 나왔다. 평소 먹는 양이라면 이정도만 먹어도 배가 불렀고 그만 먹었겠지만 우리에게는 포터하우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포터하우스가 등장했다. 지글지글 끓는 버터의 소리, 그리고 4주간 드라이에이징 되었다는 고기의 냄새가 내 모든 신경계를 자극했다. 후각과 청각을 압도당하는 와중에 포터하우스의 모습이 내 시각마저 빼앗아갔다.

다음은 미각 차례다. 안심이 등심보다 상대적으로 맛이 약하다 해서 안심부터 맛을 봤다. 역사를 새로쓰는 순간이었다. 여태 맛있다고 하는 고기를 꽤 먹어봤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런 나를 부끄럽게 여기게 되는 순간이었다.

처음 혀에 닿았을 때 감칠맛에 놀랐고, 한번 씹었을 때에는 그 부드러움에 놀랐고, 삼킨 후 가니쉬와의 조화에 놀랐다. 한 마디로 완벽했다. 아니, 여태 전혀 느껴보지 못한 맛이라 완벽하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내 미각의 폭이 더욱 넓어짐에 감사할 따름이다.

다음 등심도 마찬가지였다. 마무리 디저트 또한 맛있었다. 하지만 그 안심을 처음 먹는 그 순간이 너무 꿈처럼 다가와 다른 것들은 생각에 많이 남지 않는다. 그냥 꿈이였다 설명하는게 더 편할것이다.

오늘과 같은 경험을 무료로 제공해준 친구에게 고맙고, 확실히 돈을 많이 벌어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먹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이 자리가 너무나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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