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 회고록

참치·2023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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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취업했지만

'어쩌다 취업'이라고 썼지만, 사실 굉장히 취업으로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취업이 결정된 지금도 고민이 많다.
앞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역량, 향후 미래를 위한 나만의 무기,
무엇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이 글은 현재 내 고민에 집중하기 보단,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나의 취준을 회고해보려고 한다.

취준을 시작해보자!

취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시기는 2023년 4월이 끝나갈 때였다.
2022년 12월, 4학년 막학기 종강과 함께 서울에서의 자취생활을 접고 본가로 돌아왔고, 동시에 이전에 아르바이트하던 카페에서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실 아르바이트가 주 2회 9시간으로 총 18시간이었기 때문에
용돈벌이 하기에 나쁘지 않았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 취업에 큰 생각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 나태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이대로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되겠다는 생각과 내게 필요한 건 아르바이트가 아닌 정말 필요한 현업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5월까지 하기로 약속하고, 본격적인 취준을 준비했다.


자소서가 뭔가요?

취준을 시작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 바로 자소서였다.
회사에서 공지한 질문에 맞춰 나의 경험, 가치관, 지원동기 등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려웠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나를 표현하는 말, 내가 경험했던 것,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신념.
작성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다.
500자를 쓰라고 하면 800자를 쓰고, 1000자를 쓰라고 하면 1500자를 썼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하느냐?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제대로 하질 못한다.
쓰다보니 산으로 가고, 쓰다보니 왜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모르겠고, 쓰다보니 질문에 벗어난 내용을 작성하게 된다.

정말 방향을 잃게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 기업 자소서 작성에 시간이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심지어는 작성중에 마감기한이 끝난 공고도 있었다.

지금의 자소서는?

지금 마지막으로 작성한 자소서가 마음에 드냐고 물어보면
솔직한 답변으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내가 한 경험, 내 가치관을 온전히 녹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쓰면서 점차 전에 비해 요점만 잘 정리하는 스킬은 늘게 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정말 아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작성한 형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자유 형식의 자소서의 경우, 나는 크게 세 부분으로 작성했다.

  1. 자기소개 (약 500자)
  2. 지원동기/지원직무 희망동기 (약 500자)
  3. 가치관 (약 500자)

자기소개

자기소개서이기 때문에 '나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제목]
저는 00학과를 전공하며 ~에 대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것을 배우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ㅁㅁ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을 하며 ~역량을 쌓았습니다.
또한 ~을 경험하고자 ~을 도전했고, ~을 했습니다.
저는 ~을 만들어 ~에게 ~을 할 수 있는 ~가 되고 싶습니다.

위와 같은 형식으로 작성하였고, 내가 한 객관적인 것들을 나열하고자 노력했다.
정량적인 스펙(공모전 수상, 자격증 취득)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 나는 정량적인 스펙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정량적인 스펙과 왜 내가 이걸 하게 됐는지를 엮으려했다.


지원동기/지원직무 희망동기

이전에 삼성에서 근속년수가 높은 사람들을 분석한 결과,
지원동기가 명확한 사람들이 꾸준하게 근무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어떤 회사가 지원동기가 명확한 사람들을 거부할까.
지원동기가 자기소개서 문항 1번인 회사가 대다수다.

그만큼 지원동기는 정말 중요한 문항이지만,
나는 지원동기가 정말 명확했던 회사는 단 한 곳밖에 없었다.

하지만 직무에 대한 희망도는 매우 강했기에, 이걸 중심으로 작성했다.

만약 지원동기가 명확하지 않은 회사에 지원한다면
직무에 대한 동기가 강함을 어필하면 좋을 듯 싶다.

지원동기/지원직무 희망동기는 지원직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경험과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중심적으로 적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작성했다.

내가 이 회사와 어울리는 점은 선택적으로 작성했다.


가치관

가치관은 딱 한 가지에 대해서만 작성했다.
괜히 여러가지 작성해서 시선을 분산하느니, 가장 핵심 가치관을 작성했다.

가장 집중한 부분은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대한 내성이었다.

아르바이트, 사회경험을 통해서 정말 많이 느낀 점은
"세상에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많다는 것"이었다.
물론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나는 긍정적인 사고에 대해서 작성했다.
스트레스 내성이 있어야 사회에서 나에게도, 내가 속한 단체에게도 좋다는 것을 알기에 이 점을 어필하고자 했다.


서류 지원의 산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내가 지원한 기업은 대기업~스타트업 모두였다.
처음엔 잡코리아, 사람인에 뜨는 공고 위주로 공채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첫 번째 지원: 배달의 민족 채용전환형 인턴

가장 먼저 작성했던 기업은 배달의 민족-물류 주문 플랫폼 PM이었다.
너무 가고 싶던 기업이었고, 배달을 1천번 넘게 보낸 사람으로서
배달의 민족의 기능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쇼핑몰 물류팀에서 검수, 포장을 시작으로 사입 장끼(영수증) 엑셀 정리와 사입 거래처 관리, 매대 정리, 피킹/패킹, 실무자 관리 등 물류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실무를 경험했다.

카페에서 배달도 직접 가보고 가게에서 손님에게 보내기도 해봤다. 카페에서 재고관리와 발주를 해보며 물건의 위치, 이동동선을 관리해보기도 했고, 통합적인 카페 관리를 위한 매뉴얼 작성까지 해보았다.
참고로 당시 근무했던 카페는 해당 브랜드 경인지역 배달매출 1등이었다...

컴퓨터학과 복수전공으로 CS 지식이나 개발 용어들도 친숙한 편이었다.

나는 사실 내 경험들이 배달의 민족 해당 파트에 굉장히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서류에서 탈락했다.
그만큼 정말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은 것이겠지.


두 번째는 달랐을까?

그 이후로 KT, 요기요, 코인원, 핀다 등 다양한 기업에 지원했지만
서류합격을 거칠 수 있던 건 많지 않았다.

서류합격을 하더라도 사전과제, 면접에서 탈락했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과 내가 원하는 방향이 다르고,
회사의 인사이트와 내가 가진 인사이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도 물론 크게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탈락

기억에 남는 탈락은 애니메이션 OTT 기업 라프텔이다.

평소에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하고, 내 일본어 실력의 90%는
모두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왔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내가 유일하게 내돈주고 구독한 OTT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지원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1차 합격해 사전과제를 받았다.
열심히 작성했지만, 아쉽게 회사의 방향과는 맞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궁금해 문의메일을 넣었고, 일일이 피드백을 남긴 메일을 받았다.
덕분에 내가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고, 회사의 방향성을 알게 되었다.
아직 애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인사이트 부족이다 정말.

피드백과 안내가 가장 빠른 회사였기에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회사의 방향성이었다.
불법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단절을 목표로 사업성과 사회적 문제까지
모두 고려한 라프텔이 부디 더 잘되기 바라며, 좋은 인연이 있길 바란다.


결과적으로?

2023년 8월 졸업 예정으로, 본격 취준 기간은 2개월 정도이다.

서류 접수는 약 40~50개였고, 그 중 1차 합격은 4개였다.
그 중 사전과제에서 탈락 1개,
면접에서 탈락 1개,
최종 2개 합격이었다.

이 2개 모두 스타트업이었다.
직무는 신사업개발, 서비스기획이었다.

그 중 신사업개발을 선택해 입사 확정을 받았다.


취준을 돌아보며

짧은 취준 기간

나는 취준 기간이 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턴이나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취업이기 때문에 취준기간이 길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오히려 준비가 덜 됐는데 취업이 된 건 아닌지.
이렇게 준비 안 된 나를 뽑는 이 회사를 믿어도 되는지.

스스로와 나를 뽑아준 회사에 불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 잡았다.

나는 일을 쉰 적이 없었다.
인턴이나 공모전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르바이트를 단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오죽하면 아르바이트 경력이 중복합산 6년 이상이다.
사실 지금 회사에서 가장 크게 본 부분이 이 부분과 복수전공을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성실성과 코딩 능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기순이익도 이익을 냈고, 전년도에 비해 약 8배 성장했다.
채용 공고를 낸 이유도 사업 확장으로 인한 인원 충원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계속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던거 아닐까?

떨어지는 자신감

나를 알아보지 못한 회사들은 나와 인연이 아니다!

떨어진 이유를 분석하면서도 최대한 좋게 생각하기 위해 되뇌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 탈락 통보를 받을 때마다 자신감이 조금씩 떨어졌다.

이렇게 떨어지는 자신감과 나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과 업무 관련 캠프 및 공부를 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시험 접수까지 했는데..

기회는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오는 법인가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당장 잡았다고 절대 안주하고 안심하지 않을 것이다.
취준 기간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건 절망할 시간을 갖지 말자는 것이다.

불확실에 사람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불안과 절망을 느낄 시간이 아깝다.
더 좋은 생각을 하고 더 계획을 세워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낫다는 걸 느꼈다.

  • 개발 공부를 절대 놓지 말자
  • 영어 공부는 필수적으로 하자
  • 재무재표 보는 것 익숙해지자
  • 데이터 분석 스킬을 키우자. 특히 NumPy.

앞으로는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긍정과 성장으로 가득한 내일이 되도록 노력하자.


입사 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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