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23년 1월 ~ 2월

신두다·2023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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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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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시작에 앞서

2021년 8월부터 언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모두 기록하고 있다. 처음엔 개인 OKR 때문에 적었던 건데, 지금 와서 보니 참 잘한 것 같다. 읽은 책을 보면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하지 않나. 덕분에 난 굳이 일기장을 펼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다.

블로그에 독서 노트를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저 이런 책도 읽어요~' 따위의 과시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많이, 어려운 책을 읽지도 못 한다.)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잃고 싶지 않은데 내 순수한 의지만을 믿기는 어렵다. 내가 여기에 내뱉은 말(글)의 책임에 대신 기대볼까 한다.

노션의 원래 독서 노트에는 아래보다 더 상세히 적는 편이다. 여기에는 굳이 그걸 다 옮겨오지는 않으려 한다. 너무 사적인 감정은 그대로 오픈하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짧은 감상평만 적겠다.


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 책이 아무리 재미없어도 끝까지 읽는다. (물론 장렬히 실패하는 책도 있다ㅠ) 여튼 보통 일주일에 한 권 정도 읽으니까 1년이면 약 50권, 10년이어도 500권 밖에 안 된다. 그만큼 내 1주일을 소비할 책을 고르는데 신중하려고 한다. 근데 내 픽은 자주 못 믿겠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 글을 보시는 분께 책 추천을 꼭 받아보고 싶습니다..! 언제든 환영합니다. 🙇


[1월]

1.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양귀자 지음 / 소설 / 링크
  • 어느 도시를 놀러갔다가 서점에 들렸는데, 그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원래는 다른 책을 사려고 한국소설 칸을 뒤지고 있었는데, 제목을 보고 안 살 수 없었다.
  • 양귀자 선생님에 대해선 국어 교과서에서 본 '원미동 사람들'을 쓰신 분이란 거 빼곤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이런 문체를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이 끊임없이 자기의 생각을 내뱉는 걸 좋아한다.) 90년대 초 이 책이 나왔을 때 꽤나 반향을 일으킨 모양이다. 난 주인공이 안쓰러웠다.

2.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 앤드류 포터 지음, 노시내 옮김 / 인문 / 링크
  • 재작년인가 사서 한 번 읽기를 시도했다가 장렬히 실패하고 묵혀두던 책이었다. 책 내용과 별개로 제목부터가 너무 흥미로웠다. 심지어 표지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던져져 있다.

    다들 그렇게 진정성을 갈망한다는데 어째서 세상은 점점 더 진정성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일까? 진정성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욕구가 문제를 도리어 악화시키고 있다.

  • 하지만 읽어보니 내겐 너무 어려운 책이었다. 다 읽는데 거의 3주나 걸렸다. 저자는 철학 박사인데 그래서인지 책도 굉장히 긴 철학 논문 같았다. 배울 점이 아예 없진 않았으나 다만 읽으며 '아, 말이 너무 많은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냥 말하고 싶은 걸 말하면 되는데, 거기에 붙는 이런 저런 말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내가 학자들의 방식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3. 골목의 조

  • 송섬 지음 / 소설 / 링크
  •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있던 책인데, 처음에 왜 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을 읽으며 너무 지쳐버려서, 이번에는 가볍게 소설을 읽자고 생각했다. 24살의 한 사람이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책 설명을 보고, 그 사람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져 골랐다.
  • 이 책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완전히 팬이 됐다. 앞으로 이 작가가 내는 모든 소설은 무조건 다 재밌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때여서 다른 세계가 절실히 필요했는데,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

[2월]

4. 슬픔의 위안

  •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지음, 김설인 옮김 / 에세이 / 링크
  • '슬픔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관한 책이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이 책은 '사별'의 경험을 한 사람을 타겟 독자로 하고 있다. 책을 살 때는 전혀 몰랐어서 좀 놀랐다.
  • 나는 책 속의 사례처럼 안타까운 사별의 경험을 한 적은 감사하게도 아직 없지만, 작년부터 '죽음'이란게 꽤나 현실 속의 단어에 가까워져버려 다소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 하지만 꼭 '죽음'이 갈라놓는 이별이 아니어도, '상대를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모든 이별에 대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같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슬픔을 통해 어떻게 위안받을 수 있을까.
  • 그런 사람을 위로할 때도, 이 책에서는 '상대에게 밧줄을 던져줄 때는 그 끝을 꼭 잡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가령, '좋은 데 가셨을 거에요'와 같은 나도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는 말은 하지 말라는 거다. 대신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 항상 네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라고 한다. 이게 밧줄의 끝을 잡고 던지라는 의미다. 맞는 말인 것 같다.

5. 장사의 시대

  •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음, 문희경 옮김 / 경제경영 / 링크
  • 세일즈와 세일즈맨의 자질에 대한 책이다. 번역된 책의 경우 한국어 제목이 원제에 비해 맘에 안 들 때가 있는데(대부분 한국어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 이 책도 그렇다. 원제는 The Art of the Sale 이다.
  • 끊임없는 거절의 바다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할지에 대한 얘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직접 물건을 파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나 자신이나 무언가를 계속 남에게 팔아가며 살지 않나. 세일즈 직군 자체에 대한 얘기로만 이 책의 내용이 들리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위한 얘기이기도 한 것 같다.
  • 아래 내용은 좋기도 했고, 핵심 메시지인 것 같기도 해 인용한다.

    세일즈맨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끊임없이 거절당하고,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가진 물건을 원하지 않아요, 당신이 내 인생에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세일즈는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나 자신과 타인에 관한 진실을 대면하는 일이다. - p. 330.

6. 슬픔도 힘이 된다

  • 양귀자 지음 / 소설 / 링크
  • 87년부터 6년 간 적힌 단편 모음집이다. 용산역에서 기차 기다리다가 서점에 들렸는데, 제목을 보고 역시 안 살 수 없었다. 링크를 클릭해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걸 어떻게 안 살 수 있겠어.
  • 난 한국 소설 중에는 비교적 오래된 현대 소설이 재밌는 것 같다. 지금은 안 쓰는 단어나, 지금과 다른 시대상을 보면 신기하다. 나의 어린 시절과 같은 시기가 나오면 '맞아, 이땐 이랬지' 하며 소설 속 장면과 내 추억이 맞닿게 되는데, 이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단편들이 쓰인 시기는 현대사 격동의 시대인데 그 때의 모습을 상당히 훌륭한 묘사로 엿볼 수 있다.
    • 고문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현장에 있는 줄 알았다.

7. 데이터 문해력

  • 카시와키 요시키 지음, 강모희 옮김 / 자기계발 / 링크
  • 부트캠프 다닐 때 추천받았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상당히 자주 했다. 재밌었다. 기본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 결국은 '왜?', '정말?'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할 줄 알아야 한다. 일런 머스크가 물리학의 '제1원칙 사고법'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결국 이 책이 하는 말도 그것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다.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이 배움은 너무 소중하다.

8. Zero to One

  • Peter Thiel / 경제경영 / 링크
  • 원서로 읽었다. 산지는 진짜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다 읽어봤다. 창업을 생각해오는 내내 이 책에 대한 얘기는 너무 자주 들어서, 다 읽진 않았지만 다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책이다.
  • 내 영어가 부족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와닿는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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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 회사에서 Data Analyst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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