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를 공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유진·2026년 3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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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업에서 동료의 코드를 AI로 단숨에 고쳐버린 적이 있었다. 문제를 금방 해결해 기뻤지만, 동시에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렇듯, AI를 업무에 활용하며 매일같이 도움을 받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코드를 한 줄 한 줄 공부하는 게 이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체적인 맥락 공부는 물론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건 사실 지금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초보 개발자 또는 주변에서 개발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들이,
처음에 우리가 하던 것처럼 Hello World를 따라치며 배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AI가 충분히 발전하기 전, 그런 작업들을 수행하며 흥미를 느끼고
개발자로서의 로드맵을 그려왔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몇 줄 짜리 자연어 프롬프트로 만족할 만한 랜딩 페이지 프로토타입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처음 개발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코드로 별을 그리는 그런 배움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내 결론은 없다는 거다.

물론 개인의 의견일 뿐이며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뭐 어쨌거나 내 생각은 이렇기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정리해봤다.


"한 줄씩 공부"가 의미 있었던 진짜 이유

예전엔 이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간단한 코드 하나를 예시로 들어보자.

def append_item(item, result=[]):
    result.append(item)
    return result

print(append_item(1))  # [1]
print(append_item(2))  # [2] 를 기대했는데 [1, 2]
print(append_item(3))  # [1, 2, 3]

에러도 안 나고, 코드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mutable default argument 이슈인데,
함수 정의할 때 []가 한 번만 생성된다는 걸 모를 땐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 하나 잡으려면 구글링도 해보고, 스택오버플로우도 찾아보고, 아무튼 직접 원인을 찾아야 했다.
그 느린 피드백 루프가 결과적으로 코드 자체에 대한 이해를 만들었다.

이 삽질 자체가 학습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완전하지 않기에 해당 문제를 오래 고민하고,
해결한 후에 심리적 보상을 얻는다면 장기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핵심은 "한 줄씩 쳐봤기 때문에 배웠다"가 아니라,
"느린 피드백 루프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다.

느린 피드백 루프가 충분히 성장한 개발자에게는 업무의 효율과 성장을 위해선 방해가 될 수 있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분명 필요하다.


AI가 그 루프를 끊어버렸다

지금은 에러를 AI한테 붙여넣으면 30초 안에 해결법이 나온다.

오타, 세미콜론, 괄호, 들여쓰기, 타입 불일치
→ 예전엔 하루가 걸릴 문제가
→ 지금은 에러 메세지 붙여넣으면 즉시 해결된다

이런 에러들이 발생했는데 코드 베이스가 거대하다면, 하루를 꼬박 잡아먹던 오류들이다.
문제는 이게 편해졌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코딩을 삽질함으로서 이해를 만들던 과정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한 줄씩 치면서 오타 내고 고치는 걸 반복해봤자,
그 피드백은 AI가 순식간에 줘버린다.

코드 속에 숨어있던 공백 하나를 찾는 데에 시간을 쓰던
그런 느린 루프가 없으니 기억에도, 이해도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움을 위해 AI를 쓰지 않는다?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기 때문에 활용하는 쪽에 비해 뒤쳐진다는 느낌을 분명 받을 것이다.
당장 며칠 뒤에 새로운 서비스가 내 공부를 의미없게 할 수도 있다.(적어도 그런 리스크가 있다)


공부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이해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이해해야 하는 것의 종류가 바뀌었다는 거다.

예전엔 오류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실력이었는데,
지금은 무엇을 만들지 정의하는 능력이 병목이라는 것이다.

AI가 대체한 이해

  • 문법, 타입, 라이브러리 사용법
  • 오타나 세미콜론, 괄호 같은 코드 error
  • 특정 함수의 파라미터 순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이해

  • 내가 만들려는 게 뭔지
  • 그 문제를 어떻게 쪼갤 건지
  • AI가 내놓은 구조가 내 상황에 맞는지
  •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이걸 키우는 방법은 한 줄씩 문법 외우기가 아니라,
직접 뭔가를 만들어보면서 판단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만들고 다시 지우고, 테스트를 반복하며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 대한 삽질을 거치는 것,
그로 인한 배움으로 그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경험 상 개발자가 AI의 설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코드 한 줄을 임의로 수정하면,
전체 로직의 정합성이 무너지고 코드 질이 급격히 저하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공부는 '단어의 정의'와 '설계의 원칙'을 명확히 이해하고,
AI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끌어내는 '질문과 판단의 기술'에 집중되어야 한다.


마무리

전통적으로 코드를 한 줄씩 이해하며 공부하는 건 AI가 없던 시대의 공부법이다.
원래 실제로 배운 것들을 활용하며 자연스레 복습도 되어야 하는데,
내 배움이 의미없어지고, 마냥 사라지는 거라고 느껴 달갑지도 않고 되려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든 어떤 직종이든 지속적으로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앞으로 공부 방향은 이쪽으로 잡으려 한다.

문법을 외우는 시간을 줄이고,
문제를 정의하고 AI랑 같이 빠르게 만들면서,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Hello World부터 한 줄씩 치는 공부가 아예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다.
그 시간에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는 거다.

Claude Code에서 개최한 해커톤의 수상자가 대부분 비개발자 직군이라 한다.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댓글은

"비개발자들의 말도 안되는 상상을 현실화 해주는 기술이 어딘가에 있었고 AI가 그걸 찾고 써준다"

라는 것이다.
본인이 진짜 코딩에 있어서 엄청난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면, 기술에 대한 정보는 AI가 더 잘 찾아주고,
그걸 그냥 활용할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현이 가능하다.
이제 진입 장벽은 기술 숙련이 아니라 상상력과 문제 정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동료의 코드를 고치며 느꼈던 그 묘한 감정과 함께했던 이 생각들이
나중에 "거봐 내가 맞았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배움의 방향이 되길 바란다.

1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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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4일

어떤 게 좋은 코드인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뭐 이런거죠?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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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4일

좋은 식견 감사합니다! 설계도를 그릴줄 알면 알아서 집이 지어지니까 설계 능력에 집중하는게 맞는거 같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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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공감이 많이 되는 글이네요
지식이 많은 사람이 바이브 코딩을 하는것과 지식이 없는 사람이 바이브 코딩을 하는것에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
AI가 아무리 발전을 해도 공부는 꾸준히 해야할 거 같아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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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5일

'느린 피드백 루프가 학습이었다'는 관점 진짜 공감합니다. 저도 AI 에이전트 인프라를 만들면서 느끼는 건데, 코드 작성 자체보다 '이 에이전트가 전화를 받았을 때 어떤 흐름으로 대화해야 하는가' 같은 설계 판단이 진짜 병목이더라고요. AI가 코드를 짜주는 건 이제 당연한데, 그 코드가 내 상황에 맞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직접 만들어보면서 삽질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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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6일

확실히 이제 문법, 라이브러리 사용법, 지엽적인 알고리즘 같은 것들을 깊게 공부하는건 의미가 없어 보여요. 동시에 말씀하신 것처럼 문제 정의와 설계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도 완전 동의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각 '도메인의 전공 지식'이 많이 중요해진 것 같습니다. 보안이라던가 블록체인, 그래픽, 머신러닝 등 각자의 도메인 전공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AI 활용도가 천차만별 이더라구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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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9일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요즘 많은 개발자들이 AI의 빠른 발전 속에서 방향을 고민하다가, 결국 설계 능력과 비즈니스 관점을 더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모이고 있는 것 같아요.
AI가 성장 속도를 크게 레버리지해주는 만큼, 이 흐름 속에서 빠르게 학습하고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결과를 만들며 성장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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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3일

좋은 글입니다. AI가 답을 주기 위해서는 프롬포트를 잘 줘야하듯이 AI가 준 답변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시킨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하죠. 저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일을 글로 잘 표현해주신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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