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생에 처음으로 해커톤에 참여해서 본선까지 갔다.
결과부터 말하면 개발은 나름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발표를 크게 망쳤다.
해커톤의 주제는
OpenAI API를 활용한 비즈니스 가치가 있는 프로덕트
를 만드는 것이며, 바이브코딩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침 즐기고 있던 나는 업무 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참여할 가치가 충분했다.

내가 제작한 앱은 스마트폰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정 해석 없이 하루를 기록해주는 ‘비해석형 자동 일기 앱’이다.
내 일기 앱에 대해 많은 이들의 공감(좋아요)를 받으며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역시 요즘은 한 명이 수요를 느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제작한 앱 아이콘이다)
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당연하게도, 우선 개인사찰앱이 되지 않도록 보안 위주로 신경을 썼고 로컬 DB를 썼으며
한정된 정보로 일기를 생성하다보니 테스트와 프롬프트 수정을 반복하며
마지막엔 정확도를 높이려고 프롬프트를 계속 다듬다 보니
시스템 프롬프트 + 유저 프롬프트가 750줄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런 시행착오들은 뭐 내 경험이지만, 이 글에서는 본선 자체의 후기를 다룰 것이라 이만하고 넘어가겠다.

발표 시간은 팀당 3분.
3분이다.
데모 영상 틀고, 앱 소개하고, 기술 스택 설명하면 이미 3분이 훌쩍 넘는다.
근데 나는 그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발표 준비를 제대로 안 해갔다.
스크립트도 없었고, 타이머 켜고 발표 연습도 안 해봤고, 막연히 평소처럼 흐름대로 하면 되겠지 했다.
평소엔 발표 자료를 들여다보며 하루종일 속으로 연습했던 걸 까먹었던 것이다.
심지어 발표하면서 화면을 볼 수 없다보니 뒤만 보고 발표하는 미숙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준비가 부족한 나는
당연하게도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말하고 싶은 건 한가득인데 시간은 없고, 결국 중간에 끊기듯 마무리됐다.
로컬 DB를 활용했다는 말도, 신경 썼던 영상 뒷부분도 설명하지 못하고 끊었다.
준비했으면 뺐을 말, 더 강조했을 그런 포인트들이 발표 끝나고 나서야 머릿속에 들어왔다.
발표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개발은 나름 열심히 했는데, 그걸 3분 안에 전달하는 연습을 안 한 게 문제였다.
프로덕트가 아무리 좋아도 발표를 못 하면 그냥 묻히는 자리가 해커톤이라는 걸 이번에 다시 체감했다.
발표보다 더 아쉬운 건 QnA였다.
심사위원 분이 물었다.
"일기 데이터를 그냥 일기로만 쓸 건가요? 다른 IP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나요?"
좋은 질문이었다.
어쩌면 나에게 만회할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근데 나는 그 순간, 마땅한 대답이 안 나왔다.
"정부에서 하는 공고에 지원을 하거나... 일기 그 자체로서 활용하는 게 1차적인 목표입니다..."라는 말을 어물어물 꺼냈는데,
심사위원 입장에서 듣기엔 그냥 "아, 확장성은 생각 안 했나보네"로 들렸을 것 같다.

집에 오면서 생각해보니 할 말은 많았다.
로컬에 쌓이는 일기 데이터는 개인의 생활 패턴 그 자체다.
체류 장소, 생활 패턴, 루틴, 위치 등
사용자가 동의한다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퍼스널 트레이너처럼 동작하는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고,
일기라는 포맷 자체를 다른 버티컬들로 IP화할 수도 있다.
적어도 광고 없이 구독 기반으로만 굴려도 충분히 수익 모델이 된다는 이야기라도 했어야 했다.
(유저 수와 광고 노출도, API 토큰을 예측해서 순수익 계산도 마쳤었다.)
지금 다시 답한다면, 이 서비스는 단순한 일기 앱이 아니라 개인의 생활 데이터를 기록하고 구조화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헬스케어, 생산성, 루틴 관리 같은 방향으로도 충분히 확장 가능하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뭐 근데 그땐 못 했다.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좋은 질문도 그냥 흘려버리게 된다는 걸, 이번에 몸소 배웠다.
아쉬움이 많은 후기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는 건 진심이다.
혼자 사이드로 만들던 앱을 무대에 올려본 것 자체가 처음이었고,
심사위원이 내 앱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해준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인정이기도 했다.
결국 아예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안 했겠지.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발표 자료를 확실하게 보고, 발표에 대해 제대로 준비할 것 같다.
그리고 QnA 상정 질문도 미리 방어할 요소를 뽑아놓을 것 같다.

세부적인 개발 완성도보단 그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다음에도 바이브코딩 기반의 해커톤에 참여한다면, 프로토타입은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니
그걸 바탕으로 발표 자료의 초안을 미리 준비해둘 것 같다.
앱의 단순 편의성까지 개선했는데 정작 발표를 망친 이런 상황은 이제부턴 절대 없게 하고 싶다.
해커톤은 마냥 개발 대회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심사위원 평가단을 설득시키는 대회였다.
3분 안에 왜 이게 필요한지, 왜 돈이 되는지, 왜 지금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의미가 없었다.
결국, 쓸모 있는 무언가라도 누군가를 설득해야 비로소 가치가 되는 것 같다.
앱은 이것저것 수정하다 불안정해졌지만 아무튼 프로덕션 심사에 통과됐고, 출시를 마쳤다.
궁금하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이것저것 눌러보길 바란다.
유료 구독도 1개월 무료로 풀어뒀으니 관심 가져주면 매우 많이 감사
재미있는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표하고나서 놓친 얘기를 집 가는 길에 떠오른다는 말이 너무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