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2년 회고

민찬기·2023년 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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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쓰나요

대학생에게 새로운 시작은 개강이고, 취준생에게 새로운 시작은 취업이다. 사실 신년을 맞이하고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해오던 취준은 정체 상태였고,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로 정체기를 겪고 있었다. 모든 영역에서 뭔가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지난 2주에 걸쳐서 모든 일들이 와다다다 해결되기 시작했다. 너무 급작스럽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모든 일들이 잘 풀리게 되었다.

다 풀린 지금에야 진짜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고, 그에 맞춰 지난해의 회고를 쓸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22년 타임라인

1. 개발자 전향

22년 3월에 개발자로 목표를 틀게 되었다. 문과에서 경제학부를 전공하면서 행정고시를 찍먹해보면서 느낀 것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시험을 준비하는 막연함이었다.

물론 첫 시험에 1차, 2차, 3차까지 한 번에 패스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비범함은 나에게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것으로 하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이 시험에 투자돼야 할 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고민하게 되었고, 끝내 결정하게 된 직업이 백엔드 개발자였다. 개발자, 그 중에서도 백엔드 개발자를 고른 이유야 많겠지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서비스를 만드는 직업
  2.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직업

개발자란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했던 것이 바로 서비스를 만드는 직업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 사용한다는 성취감과,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는 만족감이 기대되는 직업이었다.

개발자 중에서도 백엔드 개발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책임이 백엔드 개발자를 선택하게 한 이유이다. 공감 못 할 이유일 지도 모르겠지만, 막중한 책임감과 동시에 그것을 수행해내는 짜릿함이 중요한 가치였기에 이 길을 선택했다.

2. 멋쟁이사자처럼 백엔드스쿨

아무래도 비전공자가 혼자서 개발자를 준비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물론 주변에 좋은 개발자 친구들을 둔 덕분에 나름대로 준비해나갈 수 있었지만, CS나 알고리즘 부분은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꺼내든 것이 부트캠프였고, 당시에 우테코나 SSAFY는 모집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차선책을 고려하게 되었다. 다른 부트캠프들은 비싼 금액을 지불해야 했기에 국비로 운영되는 멋쟁이사자처럼 백엔드스쿨에 지원하게 됐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나에게는 굉장히 아쉬운 시간이 되었다. 기대했던 CS나 자료구조는 내 기본지식 이상으로 크게 도움된 부분이 없었고, 스프링은 기존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이 학습한 부분을 복습한 꼴이 되어버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선택이었고, 이 시간에 개인 프로젝트를 혹은 팀 프로젝트를 깊이 있게 진행했다면 하는 후회가 있다.

3. 졸업

정말 열심히 보람차게 다닌 7년 간의 대학생활을 마쳤다.

개발자로 전향한다고 마지막 두 학기의 학점을 말아먹은 탓에 표창장을 받지 못했다. (나오는 지도 몰랐다. 알았으면 열심히 했을텐데..)

대학생활 하면서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개발자로서는 의미 없는 올해의 일이지만 그래도 학위증 하나 자랑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니깐..!

4. SH 당첨

사실 이건 이뤄냈다기보단, 나에게 닥친 운 좋은 일 중 하나다. '취업을 하면 나가 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정말 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sh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당첨이 되면서 기분이 째지게 되었다.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취직이 안 되었다는 것. 진짜 너무 좋은데 너무 걱정이 되는 너무한 상황이 되었다.

취업만 되면 좋겠다고 고대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5. 취업

이게 지금 22년의 후기를 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졸업 후에 별도 취준 기간을 갖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대학 다니는 동안 뭘 했길래, 졸업하고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다소 건방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나처럼 진로를 바꿨거나,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직군의 경우에는 논외로 한다지만, 그런 말을 해놓고서는 나 스스로 비판했던 사람이 되기는 싫었다.

취준 기간에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많은 응원과 도움,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내 스스로에게 많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잘잘못 가리기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를 의미있게 쓰기 위해, 잘한점과 못한점을 따져보자.

👍 잘해따~

- 이것저것 시도하기

정말 이것저것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개발자로 전향하고, 물론 친구의 조언도 있었지만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인프런 강의도 듣고, 부트캠프도 참여하고, 다양한 개발 서적을 읽으려고 노력했다. 마냥 부지런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활동들로 채워진 한 해가 아니었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 잘못을 잘 인정하기

잘못을 빠르게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알게 모르게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틀림을 인정하기 싫었는데, 어느 순간 빠르게 틀림을 사과하고 인정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트캠프 내에서 진행했던 팀 프로젝트의 팀원 평가 시간이 있었다. 전이었다면 나는 완벽해 라는 마인드로 남의 부족함을 지적하기 바빴을 것이다. 근데 이번에는 나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게 되고, 내가 잘했어도 되지 않았을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스스로에게 굉장히 놀란 순간이었고, 이게 자존감이 떨어진 것인지 아닌 지를 구분하는데 꽤나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이후로는 더더욱 내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 못해따~

- 용두사미

중학교 때였나? 담임 선생님이 부모님께, OO이는 매사에 참 열심인데, 마무리가 항상 아쉬워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은 당시에는 니가 뭔데? 하는 반항 섞인 생각과 동시에, 보여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선생님의 사람 보는 눈은 너무나도 정확했다. 내 스스로 지난 날, 내가 해온 일들을 되돌아보면, 중후반까지는 정말 열심히 하다가 막판 마무리가 늘 엉성했다. 재수도, 시험공부도, 참가했던 학술제도, 프로젝트도.

프로젝트도 코드 열심히 짜놓고, 인프라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에 흐지부지 마무리가 되면서 좋은 경험을 하지 못했다. Redis, Jenkins 등 많은 툴을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한 두번 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 작심삼일

앞의 용두사미와 일정 부분 겹치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작심삼일이라고 하던가? 마음 먹은 일이 3일을 가지 못한다는 아주 유명한 신년 사자성어다.

1일 1커밋하기, 토비의 스프링 읽기, 클린 코드 읽기 등등.. 그럴싸한 장기계획은 많지만 끝까지 해낸 건 손에 꼽는다. 계획까진 정말 그럴싸하고 좋은데, 중간에 하루 이틀 힘이 빠져서 안 해버리면, 그 이후에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다행인 점은 다시 새로운 계획을 짜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건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것이지만, 안 좋게 보면 안 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된다.

그래서 내년엔?

내년에도 23년의 회고를 쓰게 된다면 평가할 목표가 있어야겠다.

  1. 용두사미는 No. 용두용미.
    1) 블로그
    2) 독서
  2. 회사일을 열심히 하고 기록하기.

블로그는 회사 일 잘 기록하면 되겠다. 겪은 어려운 점, 어떻게 헤쳐나갔는 지, 나는 무엇을 고민했는 지를 잘 기록하면 될 거 같다.

독서는 클린코드, 오브젝트, 토비의 스프링, 도메인 주도 개발, 코틀린 인 액션, 이펙티브 코틀린 등을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취업을 하면서 다뤄야 하는 기술이 좀 바뀌었고, 이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이 나와 회사의 성장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일을 열심히 기록하는 일은 다음 이직을 준비하는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블로그를 꾸준히 작성하는 일의 일환이 될 수도 있겠다.

끝맺음

아무튼 22년 회고글을 뒤늦게나마 쓰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22년의 마무리가 아닌 23년의 새출발이 좋았던 것이지만, 취업을 한 이제서야 23년의 새시작을 한 것이다.

내년에 쓰는 회고록은 좋았던 일, 잘한 일로만 가득채워졌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쓴 나도, 읽은 사람들도 모두 행복한 23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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