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의 스타트업에 취업해 개발자로서 첫 스타트를 끊었다.
입사를 하고 대표님이 짜놓으셨던 코드를 봤는데, 양도 상당했고 처음 접하는 스킬들이 많아서
이게 내가 알던 리액트가 맞나 하면서 멘붕에 빠졌다.
프론트엔드 기술 스택은 React, Redux, TypeScript, NextJS, Emotion 정도였다.
마치 절벽에 혼자 떠밀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 한 1~2 주 동안은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회의를 주로 하면서 동시에 코드 파악에 집중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계속 코드를 들여다보니 그 어렵던 코드들도 나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회사에 새로운 개발자 분들과 디자이너분이 들어오셨다.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사무실도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옮겼다.
창문도 없는 골방같던 사무실에서 빌딩들이 보이는 큰 창문이 있는 사무실로ㅎㅎ (사실 옮긴 곳도 좁았다)
그래봤자 총원 5 명 밖에 되지 않는 정말 작은 팀이었지만,
매일같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를 하며 함께 꿈을 그려나가는 나날들이 정말 행복했었다.
디자이너분이 UI를 빠르게 샤샤샥 그려내시면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UI는 디자인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나는 그 디자인시스템을 토대로 사내 UI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업무를 맡았다.
너무 꿀잼이었다ㅎㅎ
팀원들이 내가 만든 패키지를 다운받아서 프로젝트에 도입했을 때 온전하게 잘 출력되는 게 너무 짜릿했고
이 때 컴포넌트에 대한 이해도도 좀 더 높아진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팀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선은 아래와 같이 노션에 빠르게 정리했고, 나중에 규모가 더 커지면 Storybook을 만들기로 했다.
기본적인 컴포넌트들만 우선적으로 만들어 배포했고, 나도 프론트단 UI 구현 작업에 투입됐다.
빨리 구현해내고 싶은 마음에 집에 가서도 밥을 먹자마자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매일 새벽 1-2시까지 작업을 했던 것 같다.
자기전까지 코드 생각을 했었고 인천-역삼 지하철 출퇴근 길에도 매일 핸드폰으로 서치를 하며 코드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1시간 반의 거리였고 재택근무도 자유였지만, 회사에 가서 동료들과 소통하며 개발하는게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난 재택근무를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벅찼고 더 좋은 코드에 대한 고민을 하는 날들이 너무 행복했다.
출퇴근 시간을 아끼려고 회사에서 지하철로 20분이 채 안 걸리는 곳에 자취방을 얻었다.
앞으로 시간을 절약해서 코딩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설렜다.
그런데 개발을 하면 할 수록 '이게 될까? 사람들한테 먹힐까? 유저들이 우리 플랫폼을 사용할만한 메리트가 있나?' 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동료들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했지만, 언제나 결과는 clear하지 않았다.
회사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디자이너분이 사정이 생겨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앞이 캄캄해졌다.
여태까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획쪽으로도 주도적으로 잘 이끌어주셔서 믿음직스러웠는데..
이 때부터 뭔가 회사가 금방 망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우리 회사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그렇게 매일같이 꿈에 부풀어서, 애정을 담아 만들어내던 내 코드들, 내 작품들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져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많이 서러웠던 것 같다. 😢
친구들이 겁나 놀려댔다 ㅋㅋㅋㅋㅋㅋㅋㅠ
이후에 기분전환을 하고자 주말에 친구들과 동해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이 갑자기 모래사장에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이직 고민을 하던 친구였다.
나도 따라 적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여행을 다녀오고 그 다음 주 쯤인가 진짜로 폐업 결정이 났다.
초기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금방 망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기가 빨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그렇게 4월 중순쯤 폐업 처리하기로 합의를 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력있는 대표님 덕분에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그래도 나름 유의미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직을 위해 다시 공부를 하다가 또 다른 스타트업에 취업했다.
이번 회사는 자산운용회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로보어드바이저 기반의 자산관리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려는 회사였는데 이전 회사와 달리 모회사가 있어 자금도 탄탄했고, 나도 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이곳에 다닌다면 개발 뿐만 아니라 투자 관련 지식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괜찮아보여서 선택했다.
우선 회사 랜딩페이지부터 개발을 맡았는데 디자이너분의 도움 없이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주도적으로 해야 했다. 하하..🤪
아래는 회사 랜딩페이지 메인에 넣을 동영상 때문에 찍혔던 나ㅎㅎ
프론트엔드 기술 스택은 GatsbyJS, Emotion 정도를 사용했고,
도메인 호스팅은 가비아, Godaddy,
배포는 AWS Amplify Console을 사용했다.
중간중간 짬 날 때마다 디자이너 분께 조언을 구하며 디자인도 보완해 나갔다.
기획, 디자인, 개발 관련 문서를 작성할 때는 아래와 같이 Notion과 Figma를 사용했다.
얼마전 랜딩페이지를 끝내고 이제 React Native를 시작할 때가 왔다~!
여기저기서 들은 바로는 M1 맥북에 React Native 세팅하는게 정말 토나온다던데ㅎㅎ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아무튼 지금까지 회사는 정말 재밌게 다니고 있다.
무려 아침, 점심, 저녁이 다 지원되고 가장 좋았던 건 점심시간이 2 시간 😃
밥을 다 먹고 여의도 산책길을 한바퀴 걷고 와도 1 시간이 남는다는거~~ 🐶꿀
앞으로도 계속 재밌게 일하고 싶다~~~!
상호님 고생많으셨어요 👍 새로운 회사에서도 화이팅하시구 RN의 세계에 오신걸 환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