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연간 회고록

오다혜·2022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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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커다란 이벤트

대학교 졸업

결국 드랍한 강의, 막학기 15학점으로 마감

개강 전에 시간표를 짤 땐 의욕이 넘쳤다. 취준? 그런 건 필요없고 지식의 장에 왔으니 졸업 전 마지막으로 공부로 한 번 불살라보자 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막상 개강하고 나니 취준을 해야될 것 같아서 듣고 싶었던 수업 2개를 드랍했다. 생활 일본어랑 천체 수업이였는데 듣지 못한 건 아쉽지만 취업을 했으니까 그것만으로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내년엔 천체 관련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일본어 학원도 다니고 싶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일단 일부터 잘해지면 생각해보려고 한다.

Open Year Round 10기

2학년 때 프론트엔드로 진로를 정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교내 동아리를 더이상 맡을 사람이 없단 말에 올해 회장을 맡기로 했다. 처음 시작할 땐 의욕 뿜뿜으로 커리큘럼도 다 갈아엎고 서류, 면접 프로세스도 다시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거의 동아리를 새로 만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소 섭외, 지원금 받기 등 크고 작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이것이 대학생의 삶이지’ 라며 청춘을 만끽했다.

그렇게 공들인 덕분에 동아리가 한 학기 동안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갔고 이번 기수 중에 코딩 관련해서 취업 준비를 하거나 더 업그레이드 되신 분들이 많다. 그 자체로 굉장히 뿌듯하다. 동아리원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단 봉사정신(?)으로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론 나의 취업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들의 열정과 성장 속도에 나도 엄청 자극이 돼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하려고 했고 자소서나 면접에 쓸 거리도 생겼으니 일석삼조가 아닐까?

혼자선 못 했을 일인데 함께 해준 운영진 친구들한테 너무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장소 섭외, 동아리 운영, 운영진 세션, MT기획 등 크고 작은 일들을 하는 데에 있어서 운영진의 도움이 너무 컸다. 특히 지원금 관련해서 부수적인 일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내 돈을 내고 지원금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운영진이 대신 일을 많이 해줘서 어찌저찌 처리가 되었다. 덕분에 앞으로 국가 지원금은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 문서 작성이 너무 많아…

취업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 준비

취직을 하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은 건 2021년 상반기 인턴십을 마무리 하던 일산이었다. 알고리즘을 굉장히 잘 하는 친구가 나한테 문제 풀라고 잔소리를 엄청 했지만 파이썬이 적응이 안 돼서 거의 푸는 둥 마는 둥 했다. 인턴십 이후로도 공모전 때문에 너무 바빠서 거의 12월쯤 돼서야 알고리즘을 다시 시작했다. 혼자서는 죽어도 못 할 거 같아서 스터디원을 구해서 1일 1문제 챌린지를 시작했다. 그치만 솔직히 취직을 했던 6월까지도 실력이 썩 나아진 것 같진 않다. 백준 티어 골드를 찍었지만 그것도 양치기로 올린 뻥튀기 티어인 거 같고 실질적 실력은 BOJ 실버 1 or 프로그래머스 3단계 초반 정도. 실력이 빨리 안 느니까 재미도 없고 열심히 하기도 싫어서 취직할 때까지도 코테는 그렇게 열심히는 안 했다. ‘개발 실력이 있는데 왜 굳이 코테를 해야 해?’ 라는 비뚤어진 생각도 있었달까..ㅎㅎ 덕분에 대기업 서류 합격률 100% 에 코테 탈락율 80% 의 기적을 보여주었다.

실질적인 취업 준비

졸업 프로젝트 같이 하고 있던 동기가 열심히 취업 준비하는 걸 보고 나도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팀프로젝트 때마다 취직, 회사 얘기만 해서 ‘내가 이렇게 마음을 놓고 있어도 되나?’ 라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지원했다. 서류 첨삭, 모의 코테, 모의 면접? 그런 거 없다. 일단 닥치는 대로 다 넣고 붙으면 떨어지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사실 나이에 비해 직무 관련 경험이 좀 있는 편이라 서류는 꽤 잘 붙는 편이였다. 코테는.. 뭐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나의 영역이 아니였기 때문에 붙여주면 땡큐.

문제는 면접이었다. 처음 면접으로 꽤 유명한 스타트업의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개발했던 내용들만 잘 알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준비를 크게 안 했는데, 온갖 백엔드 질문들과 CS 질문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탈락했다. 그 떄 처음 CS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열심히 준비해서 꽤 규모가 있는 중견 기업에 두 번째 면접을 가게 되었다. 근데 두 번째 회사에서도 백엔드 질문을 많이 하셨고 그제야 내가 쌓은 경력에 프론트엔드보다 백엔드 관련 내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걸 자각했던 거 같다. 그치만 나는 프론트 개발자가 하고 싶었다. 백엔드 활동은 단지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했던 거지 내가 원하는 직무가 아니였지만 이러나 저러나 프론트엔드 관련 내용도 잘 모르는 사람을 채용할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자바스크립트 deep dive 책 스터디를 통해서 부족한 JS 이론들을 쌓았고, 졸업 프로젝트로 RN을 하면서 계속해서 프론트엔드 실력을 키우려고 했다. 두 번의 면접 이후로 보완해야 할 점을 알게 되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채웠다. 이후 여름 인턴십 데브매칭에 지원했던 5개의 회사 중 4개의 회사에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코테 대신 js 과제 테스트여서 나한테 유리했던 것도 있고 면접 대비도 이전보다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합격율이 확실히 높았던 것 같다.

학교에서 컴퓨터 그래픽스 수업을 듣던 중 메일로 합격 소식을 확인하고 소리지를 뻔했다. 이후 6월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아서 학교 기말고사, 정리가 안 된 아르바이트 함께 회사 인턴십을 진행하는 극강의 스케쥴을 소화하면서 어찌저찌 정규직 전환이 되어서 23.5살에 회사원이 되었다.🥳

취직 후의 소감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괜히 일찍 취직했나 싶었지만 얼마 뒤 경제 박살로 취업문이 아예 닫혀버렸다. 최종 합격한 회사들 중에 우리 회사에 온 것도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좋다. 그러면서도 개발에 대한 열정이 다들 엄청나서 출근할 때마다 도전을 받는다. 사용해보고 싶은 기술도 맘껏 사용해보고 피드백도 잘 해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회사 생활

지금까지 했던 것부터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웹뷰사이트 Vue → Nextjs 컨버팅 (2022.06. ~ 2022.08. 중순 약 2달 반)
  2. Ruby 위에서 React 작업해보기 잠깐(2022.08. 중순 ~ 말)
  3. React Native 클론(2022.09. ~ 2022.10. 약 2달)
  4. Vue2 webpack → vite3 컨버팅(2022.11. 약 3주)
  5. Vue2 위에서 프로젝트 작업중(2022.12~)

회사 들어오기 전엔 정말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개발도 많이 해보고 어플도 두 번이나 만들어보고 이 정도면 뭐든 잘 만들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 회사를 들어오자마자 산산조각이 났다. 어딜가나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나는 아마추어에서 막 프로에 입단한 선수같았달까. 회사에 와서 제일 많이 든 생각은 ‘부족하다’ 다. 그들의 열정에도, 실력에도 발끝도 못 미치는 날 보면서 처음엔 자책도 많이 했고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6개월이 지난 현재는 삐약이에선 조금 벗어난 것 같다. 아직도 동료들에 비해선 부족하지만 그만큼 더 열심히 하고 빨리 성장하려고 한다. 돌아보니 react, react native만 조금 해봤던 내가 이제는 Next.js, Vue 도 경험해보고 상태관리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으며 번들러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마냥 구현만 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원리를 알기 위해 노력하고 공식 문서를 잘 읽을 줄 아는 진짜 개발자가 된 것 같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이제는 방법을 알았으니 열심히만 하면 되지 않을까? 커리어적으로 내년의 내가 아주~ 기대가 된다.

클라이밍

코로나 때문에 2년이나 비대면 생활을 했다. 난 수동형 인간이라 스스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한다. 그런 사람이 2년 동안 비대면 생활을 한다면? 생활패턴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수면 시간, 식사 시간 모두 망가지면서 그런 내 자신에 대한 불안감도 더 커졌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2022년 처음 시작할 때 몸무게가 43kg 로 역대 최저 몸무게를 찍었으니 더 말 안 해도 얼마나 몸이 저질이었는지 알 수 있을거다. 그 때 사진보면 💀해골바가지가 따로 없었다. 거의 매일 밥은 하루에 한 끼 정도만 먹고 낮엔 자고 새벽에 밤새서 과제하면서 두 달에 한 번은 응급실에 갔다.

그런 나를 사람 만들어준 건 클라이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상 큰 꿈, 큰 성취만 생각해서 부족하다고만 느끼며 살았는데 클라이밍을 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자주 맛볼 수 있었다. 탑 하나를 잡으면 뒤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오는데 그게 일주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사실 성인이 되고 박수 받을 일을 얼마나 자주 할 수 있을까? 어릴 땐 밥만 먹어도 칭찬해주고 작은 몸짓에도 박수쳐주지만 클수록 그런 건 당연해진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라도 돼야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클라이밍장에선 뭘 해도 칭찬과 응원을 해준다.

홀드를 잡고 올라갈 때 나의 등 뒤로 전해지는 커다란 응원과 탑을 잡았을 때의 박수가 다시금 나를 정상인의 삶으로 돌려놓았다. 클라이밍 덕분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 때의 응원을 생각하며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 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당장 눈 앞의 일이 어려워보여도 ‘가자~ 가자~’ 라는 응원을 생각하며 한 발 더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쓰다보니 클라이밍 홍보대사가 된 것 같지만 꼭 클라이밍을 하란 얘긴 아니다. 그냥 나한테 잘 맞는 운동이라 시너지가 좋았던 것뿐이고 잘 안 맞는 사람도 많이 봤다. 어쨌든 A sound mind in a sound body 는 절대 진리다. 내년에도 열심히 클라이밍해서 💙남색 클라이머💙가 되는 게 목표다.

챌린지 중독자 (feat. 수동적 인간)

끝끝내 2022년 회고록을 12월 31일에 쓰는 나도 참 나다 싶다. 미루기 장인 오다혜는 언제나 마감날에 무언가를 하는 수동적 인간의 끝판왕이다. 그래도 오늘은 연말이니 만큼 회고록을 썼다는 사실 자체에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시작하려고 한다.

수동적 인간이 무언가를 이루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해야되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줄 매고 질질 끌려가는 게 이상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상이 안 되는 사람은 강제로라도 해야지 어쩌겠나. 성공은 하고 싶고 열심히 하긴 싫은 도둑놈 심보를 가진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나는 스터디를 사용한다. 열정이 넘칠 때 사람을 모아서 매일 혹은 매주 무언가를 하도록 규칙을 정하면 열정이 식은 날에도 꾸역꾸역 무언가를 하게 된다.

올해에 진행한 스터디만 해도 과하게 많다..

  • 알고리즘 스터디: 매일 한 문제 풀고 23시에 리뷰
  • Javascript deep dive 책 스터디: 정해진 챕터 읽고 정리해서 리뷰
  • HTTP 책 스터디(중간에 종료-4장까지 읽음)
  • TIL 스터디: 매일 뭐라도 공부한 것 새벽 2시까지 올리기
  • 글또 7기: 2주에 한 번 블로그 글쓰기
  • FeBase 3기: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 사용해보기
  • FeBase 4기(진행중): Three.js 스터디
  • 사내 1일 1강의 챌린지: 강의 하루에 한 강 듣고 인증
  • 사내 출근 챌린지: 매일 9시 10분까지 출근(회사 자율 출퇴근제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수동적인 인간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내년에도 이 마음으로 강제 스터디를 계속 열고 참여할 예정이다. 글또 8기도 얼른 지원해야겠다.

그래서 2023년엔?

아직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일단 포괄적으로 세우고 구정까지는.. 구체적인 플랜을 설정해보려고 한다.

  1. 프로젝트 문제없이 마무리 하기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4월에 끝나게 된다. 입사 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내가 담당한 부분이 문제없이 끝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2. 개인 블로그 만들기

    올해 목표이기도 했는데.. 결국 이루지는 못했다. 내년엔 꼭 블로그를 만들어봐야겠다. 이것도 챌린지로 만들던지 해야겠다..

  3. 2주에 한 번 꼭 클라이밍 가기

    운동은 꾸준히! 1주일에 한 번은 너무 쉽게 목표가 무너질 것 같아서 좀 쉽게 잡았다. 2주에 한 번 꼭 클라이밍을 가서 운동하려고 한다.

  4. 어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찾기

    지금은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사실 더 큰 미래를 그리지는 못했다. 근데 3년차, 5년차가 되면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어 있을까? 원하는 상을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학습을 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Three.js 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인지, CSS 장인이 되고 싶은 건지, 애니메이션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세부 목표를 세워야겠다.

  5.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

    요즘 독서에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보단 소설이나 과학 서적 위주로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는 목표는 안 세웠다. 경제 서적 등도 읽고 싶지만 일단은 지금 좋아진 분야에 대해 읽는 습관을 들이는 걸 목표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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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엔드에 백엔드 한 스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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