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회고글을 쓰기 전, 2022년 회고글을 읽어보았다. 이유는 첫 번째로, 2023년 시작과 2023년이 다 지난 지금 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2023년은 어떤 마음가짐과 목표로 한 해를 시작했었는지 돌아보고 올해는 더 효과적으로 한 해를 계획하고 싶었다.
2022년에 세운 2023년도 목표는 5가지였다.
실제로 회사 첫 프로젝트가 무사히 잘 완성되어 성공적으로 기능을 런칭했고 회사의 수익에도 꽤나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물론 서비스를 발의하고 기획한 것은 내가 아니라서 회사 수익이랑은 크게 상관없지만, 첫 프로젝트다보니 기획서도 여러 번 읽으면서 꼼꼼히 검토하고 개발적인 것 외에도 질문하면서 개발자로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최대한 공헌해보려고 했던 거 같다. 처음으로 Vue 프로젝트를 하면서 새로운 프레임워크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었고 방대한 사내 코드 히스토리들을 익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22년에는 클라이밍 예찬론자가 되어 모두에게 클라이밍 전도를 하고 다녔다. 그리고 2023년에는 남색 클라이머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나는 진짜로 남색 클라이머가 되었다. 이젠 암장에 있는 남색 문제들은 1~2개를 빼면 거뜬하게 풀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거의 만 2년동안 클라이밍을 하면서 근육도 많이 붙고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면서 밥도 잘 먹게 되었으며 더불어 멋진 어깨와 등근육도 갖게 되어서 가족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맨날 만져보라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
클라이밍을 하면서 제일 건강해진 것은 ‘마음’이다. 클라이밍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1년동안 함께하면서 꾸준히 운동하고 즐거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끊임없는 칭찬과 격려가 인생 전반에 있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아프지 않고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함께 했던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감사하다.
글또 등 여러 스터디를 하면서 다양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분들을 만났다. 내가 갖고 있는 진로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놓았을 때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시기도 하고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해주시기도 했다. 받은 조언들을 토대로 또 새로운 액션 플랜을 세워가면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열심히 찾았던 한 해인 것 같다. (글또 8기 마무리 회고 때도 이에 대해 작성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라스트 젤리 샷’ 이라는 SF 소설이다. 너무 술술 읽혀서 깜짝 놀랄 수도 있으니 혹시 읽으실 분들은 조심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나태주의 향기 시집 ‘너의 초록으로 다시’ 도 너무 좋았다. 표지가 굉장히 싱그러운 나무 그림인데 읽으면서 정말 숲속에서 힐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시집에서 ‘저녁에’ 라는 시가 제일 좋았다.
대학생 이후 책을 멀리하던 습관을 청산하고 이제는 책과 한층 가까워졌다. 알뜰폰 요금제 중에 밀리의 서재와 통신요금이 결합된 상품이 있어서 밀리의 서재를 계속 구독하고 있다. 구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다. 아직도 어려운 경제 서적 같은 건 눈길도 안 주고 있지만.. 일단 책이랑 가까워졌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한다.
2022년에도, 2023년에도 목표였던 개인 블로그를 아직도 안 만들었다. 유일하게 2023년 이루지 못한 개인블로그 만들기는 이제 마음 속 커다란 부채로 남아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든다. 글또 9기의 목표도 개인 블로그인 만큼,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만들고자 한다.
돌아보니 후하게 잡아 목표 달성률 80% 에 도달했다. (2주에 한 번 클라이밍을 규칙적으로 간 것은 아니지만 어떨 땐 1주에 2~3번도 갔으니 얼추 비슷하게 꾸준히 갔을 것이다.) 목표를 세우기만 하고 다시 회고글을 읽은 적이 없어서 이만큼이나 달성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매일 목표를 자각하면서 살지는 않았지만 회고글을 작성하면서 나의 무의식 저편에 새겨놓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회고와 목표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2022년 회고글을 보면서 깨달았다. 2023년도를 결산하면서 내가 올해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2023년을 여행
, 운동
, 스터디
키워드로 정리해볼 수 있을 거 같다. (그 중 공부는 가장 작은 파이..)
3월엔 싱가폴, 6월엔 일본 후쿠오카, 8월엔 사이판, 12월에 베트남까지 총 네 번의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국내로도 춘천, 가평, 원주, 양주, 강릉 다양하게 다녀왔다. 거의 매달 여행을 간 거 같다. 그 외에도 스키장을 간다거나 약속도 많고 친구도 많이 만났으니 23년 인생 중 가장 화려하게 놀았던 한 해가 아닐까 싶다.
해외 여행은 싱가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가족여행이라 아부지가 돈을 다 부담하셔서 금전적으론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내 돈으로는 저렇게 많은 여행은 절대 못 갔지 싶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는 스스로 성적에 대한 집착이 심했어서 제대로 가족여행을 가본 적이 손에 꼽는다. 학교 수업이나 학원 수업 빼먹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학창 시절땐 가족여행은 거의 안 갔고, 갔어도 나는 빼고 동생만 데려갔다. 가족끼리 다같이 여행을 이렇게 많이 간 적은 올해가 처음인데 올해에 하도 많이 가다보니 회사 사람들은 우리 가족이 가족 여행을 엄청 많이 가는 줄 아셨다고 한다..ㅎㅎ 국내 여행은 대개 회사 사람들이랑 갔다. 사실 여행이라기 보단 암장 투어를 하러 간 거지만 어쨌든 새로운 장소도 가고 다양하게 보고 와서 여행 카테고리 안에 넣었다.
2023년은 심적으로 편안해지고 안정되어서 그랬는지 노는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아무래도 돈도 버니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회사 분위기 상 휴가 내는 것이 자유로워서 업무적으로도 크게 걸림돌은 없었다. 놀만큼 놀아보니 드는 생각은 솔직하게 ‘더 놀고 싶다.’ 였다. 적당히 놀면 공부가 하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한 번 재미들리니 끝도 없었다. 그치만 더이상 놀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개발자로서도 성공하고 싶고, 놀고도 싶으니 어떻게 하면 적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체력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다. 조금만 놀아도 금방 지쳐서, 살짝 무리하게 놀면 회사일이나 공부하는 것에 너무 크게 지장을 받았다.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과 자기계발도 중요하기 때문에 체력을 기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또한 외국에서 영어로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것에도 큰 답답함을 느꼈다. 여행을 많이 가는 것도 좋지만 한 번 가서 깊게 경험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해는 클라이밍 외에도 풋살, 러닝에 도전했다. 운동하고 땀 흘리면서 일이나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고, 이는 곧 생산성을 좋게 만들었다. 특히 러닝은 학창시절부터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서 갖고 싶은 습관 중 하나로 항상 적어놨었는데 그동안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회사 내에 러닝을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우연히 한 번 달려봤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러닝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클라이밍은 이제 많이 해서 조금 내려놓으려고 한다. 한 번 가면 기본 3시간씩 운동하고, 밥먹고 집에 오면 거의 총 4~5시간이 소요되니 시간적으로 부담이 많이 생겼다. 지금의 내가 있게 한 운동은 맞지만 이제는 절제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가려고 한다.
올해 상반기에도 스터디를 정말 많이 했다. 관련해서 글도 몇 개 쓰고 글또 8기 회고 때 관련해서 언급도 했었다. 지금까지는 스터디 날짜에 맞춰 숙제를 하는 끌려가는 공부를 주로 했었다. 물론 일정을 잘 맞추면 좋은데 스터디를 너무 많이 만들고 참여했더니 오히려 학습 효과가 떨어졌다. 그래서 2023년 하반기 때부터는 서서히 스터디를 줄여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고 지금은 스터디를 많이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부분은 Framer motion, 리액트 공식 문서 읽기, 네트워크 책 읽기, typescript 책 읽기 정도다. 지금 당장은 스터디보다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편이 스스로에게 유익하다고 느껴서 올해도 비슷하게 공부법을 유지할 예정이지만 동시에 하고 있는 게 많아서 우선순위를 정하면 좋을 거 같다. 너무 자율성을 주다보니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맺은 것이 많아서 아쉽다.
그리고, 솔직히 절대적인 공부량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쉽다. 돌아보면 많은 경험을 하고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은 맞지만 커리어적인 성장은 더뎠던 한 해라고 보여진다. 회사 업무 외에 무언가를 만들어낸 것도 없고 2023년 하반기랑 현재는 특히 크게 성장폭이 줄어들었다. 물론 디자인시스템 만드느라 기술적인 것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게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성장을 더욱 도모하는 2024년이 되면 좋겠다.
체력을 기르자.
노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특히나 놀고 와서 공부를 못하고 피곤해서 잠드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더욱 체감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개발자로서의 성공과 자아실현 때문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잘 놀기 위해서가 크다! 잘 놀려면 잘 벌어야 하고, 그러면 공부도 잘 해야 하는데 결국 체력이 부족하면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에는 복싱과 러닝으로 체력을 키우려고 한다. (클라이밍은 잠시 안녕…) 체력이라는 것이 측정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일단 10km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세웠다. 지금은 3km 달리기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10km 달리기를 달성한다면 체력이 길러졌다고 판단하기로 했다.
개발 블로그 만들기
2022년, 2023년에는 실패했지만 올해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다. 개발 블로그 만들기를 최우선순위로 놓고 올해 상반기 안에는 무조건 만들 것이다. 다음(혹은 다다음..) 글또 글은 개발 블로그 만들기로 제출하고 싶다.
공부 우선순위 정하기, 매달 결산하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습관을 만들고 있다. 아침 시간도 활용할 수 있고, 퇴근 이후에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데 막상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이도 저도 안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필요한 공부들을 리스트업해서 하나씩 뽀개는 것을 목표로 하고 한 달마다 결산을 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한다.
영어 공부하기
특히 스피킹을 공부하고 싶어서 토익스피킹 책을 연초에 구매했다. 말하기는 토익 스피킹으로, 읽기는 공식 문서를 자주 읽으면서 실력을 늘리고 싶다.
사실 회고글을 쓰기 전엔 막연하게 2023년 한 해 ‘신나게 놀았다’ 고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꽤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2023년은 외부에서 행복을 찾았다면 2024년에는 내실을 다지는 해 로 만들고 싶다. 내년도에 얼마나 단단해져 있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