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2> 내용이 일부 담겨있으며, 최대한 스포를 배제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셨었나요?
6월 회고록이 누락된 이유는 글을 적는데에 있어 고민이 참 많았기 때문입니다. 슬럼프가 강하게 들이닥쳤었고, 이를 극복하고,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 어디까지 풀어야 하는지, 제 스스로 어디까지 극복해냈는지 가늠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서 입니다.
살다보면 다들 한 번은 무조건 온다는 그 슬럼프, 정말 힘들었고 또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발버둥을 많이 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외롭고 처절하게 울고 있었던 내면의 저를 보았고, 벗어나기만 할게 아니라 저를 제대로 바라봐 주어야 했었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회고록은, 그 과정들이 수두룩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번 달은 이전에 작성했었던 내용들과 종합해서 이뤄내는, 나름의 비빔밥 같은 하모니를 일으킨 것과 같았네요.
키워드는 무기력 과 불안 입니다.
어릴 때는 단순하게 일만 주구장창 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누가 만들어둔 틀에 갇혀있어 답답해하면서도, 전문적인 일을 해가면서 저를 뽐내고 싶어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지금, 고작 사회에 나온지 9개월 밖에 안된 신입이지만 무기력감이 와다닥 들이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일을 배정받았을 땐 마냥 신났었습니다. 와 진짜 학교에서 배운거 & 또 새로 배워가면서 일을 한다고? 라는 마음가짐이 컸어서 신나게 일을 하고 기분 좋게 퇴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일을 하면 할수록 재미는 줄어들고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힘이 빠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적어도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또 공부하고 적용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지금은 배운 걸 소모하는 위주의 일만 하는 거라고 느껴졌어서 참 재미없게 느껴졌었습니다. 새로운 걸 좋아하는 저로썬,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었었습니다.
직장생활 초기에는 '직장에서 공부하는 게 적다면 퇴근하고 공부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컸었습니댜. 노력만 있다면 뭐든 못할게 없어 보였었거든요.
하지만 생각보다 직장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양도 많았고,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공부량은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많았었습니다.
잘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욕심은 그득히 쌓여만 가는데, 제가 자꾸만 못받쳐주고 있으니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었고, 그로 인한 무력감이 많이 피어올랐었습니다. 6월은, 그 무력감과 지루함이 서로 폭발하여 저를 무기력하게 보내게 해준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은 제가 가고자 하는 길, 그리고 초심을 흐리기에 충분하였었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왔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의감에 휩쌓였었습니다.
무기력을 가라앉히고, 다시 달리기 위해선 저에게 도움 된고 의미있다고 생각 되는 일들을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요즘 뜨거운 감자인 도파민을 자극하는 여러 컨텐츠들이 참 많이 깔려있다고 그렇게 외쳐대고 있습니다. 이제는 뻔한 키워드지만, 그래도 무시하는 것보다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계속 즐겨봤었던 숏폼, 인스타, 유튜브(게임 등), 웹툰 등을 서서히 줄여나가고 제 삶에서 지우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행해나가고 있습니다. 이 자극적인 것들은 제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면서도, 짧은 컨텐츠들이 무수하게 제 머릿속으로 들이닥치면 도리어 무기력감이 든다는 내용을 듣고서 어느정도 공감한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이런 컨텐츠들을 완전히 끊어내는 건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 랑 문학 작품을 읽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가짜 이야긴데 내 인생에 뭐가 중하지?' 라고 느꼈었는데 단순 재미도 느낄 뿐더러 화자에 몰입 함으로써 느껴지는 여러 감정들과 그 속에서 '쉰다' 라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정신과 전문의들도 많이 추천하는 컨텐츠라고도 하고요.
(참고 영상)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 너진똑
무기력할 때 드라마를 추천하는 이유 - 책식주의
제목이 자극적이어서 우연히 보았던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던 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불렛 저널 에 관련된 영상이 있었는데, 하루 스케줄을 이상적으로 잡음과 동시에, 실제로 투여되었던 시간, 그 차이, 그리고 할 일들과 오늘 하루 리뷰까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더군요.
몇주 밖에 안됐지만, 그래도 나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활동을 추적하거나 동기부여를 해준다는 건 꽤나 도움이 되는거 같드라고요.
(참고 영상)
서울대 박사생의 시간 관리법
이렇게 글을 쓰고 마무리할 생각이었습니다. 이 달에 좀 힘들었지만 이제 다 극복했고 다시 출발할거에요! 라는 뻔하고 희망차게 마무리지으려 했습니다.
근데 계속해서 미뤘던 이유는, 중요한 걸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인사이드 아웃2를 보고 저를 흔들어 놓았던 그 정체를 제대로 확신하였습니다. 불안이가, 저를 휘어잡고 있었죠.
작중에서 나오는 불안이의 행동은 제가 행했던 행동들과 완전 판박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나를 죽여나가고, 타인의 잣대에 억지로 끼여 맞추려고 하고, 오지도 않은 사소한 여러 걱정들을 상상력으로 꾸며내서 몰입시켜내고.. 그러고 이런 불안이 때문에 현 상황에 집중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불안' 을 인지했던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뒀어요. 왜냐하면 적어도 불안이라는 감정 덕분에 제가 더욱 성장할 수 있고 또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리고 제 경험을 미루어 생각해보았을 때의 '불안'이는 오히려 저를 저버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극 중 불안이는 라일리(주인공)가 타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른 감정들(기쁨, 슬픔, 분노, 까칠, 소심)을 저 먼 곳으로 보내버려요. 그러고 부러움, 따분, 당황이와 함께 며칠동안 라일리의 감정을 조종했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전, 제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을 일부 무시해오고, 좋은 성적과 이미지를 위해 너무나도 무리하게 저를 갉아먹고 있지 않았던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미래의 안 좋은 상황들이 들이닥치지 않을까 늘 초조해하는 모습이 저와 완전 판박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미래에 내가 취업을 못하면 어떡하지? 이 프로젝트를 말아먹어서 혼나거나 짤리면 어떡하지? 미래의 내가 지금 혐오하고 있는 그런 같잖은 사람들이 되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의 상상들이 저를 계속해서 옥죄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비를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다가도 금방 그만두곤 했죠.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길 불안이란 감정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선 다가올 위협에 대해 불안해야 했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깐요.
그래서 불안을 억누르기보다는 하나의 감정으로 인정하고, 동화시키려 노력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것 저것 많이 했는데, 이게 제일 좋은 거 같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자만과 자기혐오는 단 한끗 차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오만해지면 자만의 늪으로 빠지고, 조금이라도 나를 인정하지 못하면 자기혐오의 늪으로 빠져버리더라고요.
불안은 이 두가지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근거없는 자만은 지옥으로 빠져들기 쉽상이라 으스대더라도 미끄러질까봐 불안해해야하고, 끝없는 자기혐오는 불신의 늪에서 나조차도 믿지 못해 다가올 모든 일들에 대해 불안해해지더라고요. 이 시소의 중심을 맞춰주는 건 자존감인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조차도 괜찮은지, 나로 살아도 괜찮은지를 인정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의 나를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건 현재를 안주하고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돌아보니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힘들 때 더 힘들고, 즐거울 땐
덜 즐거운 상황이 일어나더라고요. 더 성장하고, 또 더 좋은 나로 가기 위해선 지금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용이란 말, 들어보셨나요? 공자의 가르침이 담긴 사서에 포함된 저서 중 하나이며, 유교의 기초가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의 핵심 문장은 '상황에 맞는 적절함(중 中) 이라고 합니다. 중용은 학자마다 해석이 다르고, 또 인간관계에 많이 쓰이는 용어이긴 하지만 이 곳에서도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어느샌가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어느땐 좋은 쪽이었지만, 어느 땐 나쁜 쪽이었죠. 그래서 중간에 서 있는 것도, 애초에 중간을 찾는 것도 상당히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치우쳐져 있는 저를 발견하고, 중간으로 영점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여러번 거치다보면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요?
글을 여러날에 거쳐 여러번 쓰다보니 쓰다가도 지우고, 또 고친 부분도 많았습니다. 제 이야기를 전부, 그리고 잘 담아내지 못해 정말 아쉬운 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극복해나가는 중이고, 또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해나가다보면 언젠간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또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으니깐, 앞으로는 나를 온전히 믿고 살아갈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그러려고 노력해야죠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