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한다는 것

디아·2024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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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소개

저는 매일 일기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저에게 있어 하루하루는 꽤나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망각할 즈음에 일기가 다시금 일깨우게 해주는데 나름 도움을 주거든요.
그러다가 며칠 전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하루 일기를 쓰는 거에만 그치면 이게 의미가 있을까?' 라고요. 하루를 복기하는 거까진 좋았지만 거기에서 그치다 보니 또 정체된다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내 감정을 알아간다는 건 좋은데, 복기 라는 입장에서는 크게 도움을 못받았다고 생각했달까요.
그래서 텀을 좀 더 길게 잡아, 한달 회고록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 달 정도면 셀프 피드백을 위한 적당한 재료들이 나온다고 생각을 했어서요.

앞으로 한 달마다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아주 소소한 회고록 중 하나에 불과하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4년 2월 회고

이번 달의 메인 키워드는 인정 으로 잡았습니다.

사건들

이달의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들은 아래 세 가지였던거 같습니다.

'정신 차려,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Stressed out <- 명곡입니다. 안 들어보신분들은 해석과 같이보시면 참 맛있어요~

We would build a rocket ship an' then we'd fly it far away
Used to dream of outer space, but now they're laughin' at our face
Sayin', "Wake up, you need to make money!,"

로켓선을 만들면 저 멀리 날아갈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저 멀리 우주를 꿈꾸지만 지금 현실은 우리를 비웃을 뿐이지
"정신 차려, 나가서 돈이나 벌어와"

최근에 가사를 해석한 걸 봤었는데.. 어우 이제서야 와닿는게 꽤 많더군요.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바라봤던 직장은 지금 하는 거에서 돈만 버는게 아닌가? 싶었었는데 어우 아니더라고요; 아직 풋내기에 불과합니다만 생각보다 쓰리쓴 맛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이상적인 미래만을 꿈꿔왔었던 학생의 저에게 현실이라는 직격탄이 꽂혔었습니다. 9to6, 집가면 혼자인 자취생활, 거기다가 운동에 공부에.. 좁디좁은 시간에 해야할 건 많으니 막연하게 이상적인 미래만을 갈망하는 건 이제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습니다.

이상적인 걸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그냥 퇴근하고 밥만먹고 공부하기, 그 와중에 대단한 사이드 프로젝트해서 깃헙 업로드하기, 아이디어 구상하고 제품 만들기, 책 많이 읽기.. 뭐 그런 두리뭉술한 구름들이죠.

내가 좋아하는 거, 이전에 바라왔던 드 높은 가치들은 낮에 훤하게 떠다녔던 해와 같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정신을 차리고보면 항상 창밖엔 짙어진 어둠이 깔려있고 그 속에서 혼자 허공에 팔을 휘젓고 있던 제가 보이더군요. 아니 세상에; 손에 잡힐 것만 같았던 것들이 지금도 눈앞에 아른아른 거립니다. 손에 잡지 못한다는 게 여전할 뿐이죠.

테스트의 지옥

ㅋ..ㅋㅋ..

제품 한 파트의 개발을 하면서 이 달에 어엄청 느꼈던 것 중 하나인데.. 사용자 입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게 참..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었습니다. 이 달에 제품 개발이 거진 마무리되는 시점이었어서 사수님께 기능 구현을 보고 드리고 팀장님께 프로그램 데모를 시연하는데.. 팀장님께서 제기하셨던 의문 사항들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어서 참 난감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일정 부분의 기획이 잘 갖춰지지 않아 발생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막상 기획이 잘되고 기능 개발이 다 되었다고 하더라도 꼭 프로그램 동작이 항상 개발자가 의도한대로 굴러가지는 않더라고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드린다 하더라도 프로그램 프로세스도 무조건 해당 프로세스를 따라야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진짜 어떤 상황이 닥칠지 지레짐작도 안된다고 들었고, 또 느꼈습니다.

실수

근데 제가 이로 인해 실수를 하나 했던게, 소통에 있어 혼란을 빚었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기능 개발이 다 되었으니, 다 만들었습니다! 라고 보고 드려도 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었습니다. 정작 팀장님이 오셔서 이리저리 만져보시는데.. 솔직히 제가 보는 입장에서도 대충 날 수는 있지만 형태가 너덜너덜한 어설픈 비행기를 보는 거와 같은 심정을 느꼈었어서.. 좀 한 소리를 들어도 크게 할 말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전까지 개발 일정을 잡을 때 테스트 일정을 많이 간과했었는데, 이젠 좀 잡아가며 개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상술하였듯, 꼭 프로그램이 제가 생각한대로 동작하리라는 보장은 없는데, 착각을 한 건지 오만했던건지 아님 진짜 몰랐었던건지.. 무튼 포함시켜야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것인가?

이달에 좀 열심히 살려고 했어서 그런가 어느 순간 현타가 강하게 와서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지, 내가 정말 관심있는게 뭔지 고민을 좀 많이 했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공부하다가 학위 취득하고 나중에 대학원이니 사업이니.. 어느 것을 목표로 잡고 살아가야 할 건지 크게 고민이 오더라고요. 오죽했다면 지식in에다가 물어볼 수준이었으니깐요 ㅋㅋ

거기서 나온 답변은, 누구는 목표는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수단에 불과하다면서 안목을 좀 더 길러보라고 말하시고, 누구는 제가 너무 과열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대요. 그래서 좀 더 쉬라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잘 모르겠어요. 진짜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를 알아가기 위해선 - 인정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흔한 키워드 중 메타인지 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의 뜻은 나를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 다시 말해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처음에 이 용어를 알았을 때는 그냥 그랬었습니다. 아, 나 정도면 그래도 내가 뭐가 부족한지는 아는 수준이 아닌가? 라고요. 근데 그건 돌아서서보니깐 되게 오만한거더라고요. 어떤 이는 특수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장단점을 기록하고 항상 피드백한다는데, 그거에 비해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나는 나를 잘 안다고 하는건 오만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내 위치를 안다는 거, 다시 말해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 모든 것을 들여다볼 용기, 즉 순수한 나를 그대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출발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이 달에 느꼈었습니다. 내가 순수하게 처한 상황, 내가 순수하게 느꼈던 감정들, 내가 순수하게 드러냈건, 드러내지 않았던 나의 치부, 단점, 반대로 장점까지.. 그 모든 것들을 필터링하지 않고 직격타를 받아내어 마주볼 수 있는 게 그 첫 번째 단추인거 같다고 많이 느꼈었습니다.

이에 제 사건들을 빗대어 보려 노력했습니다.

  • 현실적인 여건들 때문에 이상적인 걸 실현하지 못해 ->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상황을 인정하고 쳐낼건 쳐내어서 현실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이상적인 요소들을 채워넣으면 어떨까? 이를테면 스터디 시간은 아예 밤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확보를 하는 거지!(그래서 최근에 오후 9시 ~ 담날 오전 4시에 일어나려고 별 짓을..ㅋㅋ)
  • 내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는 일어날 상황을 모두 알고 있을거야. 설령 그런일은 잘 안 일어나겠지 -> 어쩌면 오만이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내가 전지전능하지 않아 발생할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
  •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 우선 나를 알아보려 노력하기. 그걸 위해선? 내 현재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 나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보는구나
    • 내가 생각한대로 나갔으면 좋겠지만 그게 전부 실현되려면 단순 마음가짐만으로는 안되겠구나
    • 내가 밀고 나가던 개발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구나

그냥, '나는 인간이다. 그냥 평범한 인간' 이거 하나가 잘 인정이 안되었던 거 같아요. 뭐 의식적으로 자만하고 다닐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는 무의식적으로 내포되어있고, 내 생각만큼 안되면 방어기제가 발동되어서 항상 변명했던거 같네요.

이렇듯 나를 인정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달에 걸쳐 크게 깨달았습니다. 이게 하나의 복기가 되어서 다음달에 회고록을 쓸 땐 더욱 윤택한 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싶네요 ㅎㅎ

무튼 이렇게 제 회고를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외

인문학 공부를.. 좀 해두는게 좋겠네요 ㅎㅎ. 나를 알아가는 것 등의 방법들이 인문학에 많이 담겨있을거 같아 틈틈히 스케줄에 포함시켜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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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깊은 주니어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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