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지나갈수록 점점 따뜻해지고 봄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몇 주 전 산청에서 찍은 매화인데, 참 아름답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꽃들이 전부 만개하진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도 의미있고 예쁘다고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의 봄은 어떠한가요? 저한텐 제 마음속에서 뭉클히 올라오는 선망과 부러움이 겹쳐오르면서, 하지 않아도 될 실수를 많이 저질렀던 부끄러운 시기입니다 ㅋㅋ. 그래도 따뜻해진다는 건 꽤 기분이 좋네요.
따뜻해진 봄만큼 여러분께서 따뜻한 감정을 많이 느끼시길 빌며, 이 달 회고록을 적어볼게요.
이 달의 키워드는 자만 입니다.
3월 중에 꽤나 큰 결심을 갖고 강행한 행동이 있었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시켰어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밤 늦게까지 정신 못차리고 피드 휙휙 둘러보다가, 잠에 들려고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 잠이 전혀 오지 않던 밤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넘겼겠지만, 그날따라 쌓였던 스트레스가 팡 터져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었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한 캔 까서 들이킨 다음에, 그 화풀이를 인스타그램으로 돌렸습니다. '모든 원흉은 이 X같은 인스타 때문이야!!!' .. 라면서요 ㅎ. 그 후로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계정 비활성화를 시키고 좀 멍때리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계정 삭제를 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쌓아놓았던 기록도 있었고 이전에 롤을 끊고 싶었어서 계정 삭제를 했었었지만 다시 복귀했었던 전적이 있었던지라... 그냥 어떤 방식으로든 인스타그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그냥 비활성화시켰습니다.
물론 인스타로 관계를 구축하거나 아님 가볍게 연락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건 좀 아쉽긴 합니다. 근데 뭐 메신저가 그거밖에 없는 것도 아니었어서 이 문제는 크게 신경 안써요.
출처: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5374
작년 일기를 가끔 들여다보는데, 이전에 했었던 실패 기록을 발견했었습니다. 거기에는 '롤을 끊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롤을 대체할 무언가를 찾아야하는데 , 그걸 전혀 못찾고 있다' 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단순히 무언가를 끊는다 에 중점을 두면 항상 단기적인 효과밖에 보지 못했었었습니다. 끊고 나서 다른 활동으로 충족을 해야하는 데, 그러질 못하니 항상 끊었던 것들을 갈망했죠. 그래서 작년부터 이어진 저의 결론은, '대체할 수단을 찾아보자! 였었습니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취미였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개발, 게임 아니면 이렇다할 취미를 가지진 않았더군요. 예전에는 그게 굳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에는 자잘한 에너지를 모아다가 취미에다 쏟아버리니 어쩌면 휴식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또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시도하고 있는 취미는 등산, 러닝, 독서, 문제 해결.. 뭐 이렇게 있네요. 일부는 이전부터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고, 또 일부는 잡념들을 지우는데 탁월하다고 느껴져서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등산은 어제 시작했는데.. 어우 정복감과 더불어 잡념이 안드니 머리가 말끔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더군다나 정상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니.. 편안하면서도 말끔한 기분을 받았습니다.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출처: https://v.daum.net/v/8LAAhkA0Jw (본문도 재밌어요 ㅋㅋ)
어느날, 팀장님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너가 가진 안 좋은 습관이,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걸 전혀 신경 안써. 여기까진 괜찮은데, 다른 거에 현혹되면 그거에만 빠지는 거 같아. 중요한 걸 해야하는데 거기에 시선을 덜 주는 느낌이야.
이 말씀을 듣고 좀 충격을 먹었던 게, 저를 꿰뚫기도 했지만 이전에도 똑같은 소리를 들었었기 때문입니다.. 추진력은 나름 갑이라고 자신하는 저였지만 그렇기에 이 부분은 정말 고치기 힘든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ㅠ
늘 시작은 잽싸게, 그리고 활활 불타오르면서 해요. 근데 막상 지나가다보면 프로젝트에서 추구하는 우선순위와는 별개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나면 그 쪽으로 눈길이 돌아가요. 그러고 몇 시간동안 시간 쓰다가 다시 돌아와서 일을 시작해요. 근데 에너지를 좀 쓰고 시작한 상태라, 활발한 상태는 아니죠.
머리는 뭐가 중요한지 나름은 아는 거 같아요. 근데 하고자하는 의지를 발산하는 건 그거와는 다르더라고요.
일의 우선순위와 그 에너지를 어떻게 얼마나 투자를 해서 일을 이룰 것인가, 그게 개인의 능률을 결정짓는 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걸 고치는게 담달 과제겠지요?
전 달 회고록과 일부분은 들이맞는게 있네요. 이번에도 메타인지가 섞인 것 같아요. 이 용어의 뜻은 나를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관찰, 다시 말해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나는 통제가능한 대상일까요? 이전까지 저는 그런 능력이 쉽게 얻어지는 줄 알았어요. 나를 통제하거나 아님 좋은 길로 스스로 유도하는 능력은, 몇 번의 연습과정만 거치면 금방 얻어질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지난날에, 모바일 게임과 웹툰을 끊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한창 재밌게 즐겼던 것들인데,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서 짜증이나 끊어버렸어요. 지금은 가끔 웹툰 한 개 몰아보는 거 빼곤 쳐다도 안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들게 해주었던 거 같아요. 이전에 제가 해야하는 걸 내팽겨치고 '당장 재밌는 거' 를 찾았던 이유는, 어쩌면 이렇게 놀더라도 난 어떻게든 해낼거야 라는 무의식이 만들어냈던 속삭임이, 아니 제 능력을 과대평가했던 그 자만이 절 흔든거 같습니다. 만약 안됐다면, 방어기제가 발동해서 잘못의 범위를 나 반 : 다른 환경 요인 반 으로 갈라치기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크게 여의치 않아했죠.
지난 달에 회고록에선 전 인정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 지 어렴풋이 깨달았었던 걸 적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키워드를 사용해서, 나는 자만심이라는 방패를 가지고 나에게 처해진 상황을 외면했구나 라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 또한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 것, 미루고 미뤘던 인스타 끊기를 끓어오르는 감정으로 이뤘다는 것.. 이는 내 능력을 과도하게 믿었던 '자만' 때문에 그러한 듯 보였습니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존재하겠죠. 이를 자만의 문제로만 퉁치려는 것 또한 편견일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전 무의식적으로 저를 꽤 올려치기 했던 거 같습니다. '노력만으로 안되는 건 없다', '어떻게든 몰아치기하면 끝내겠지', '조금만 신경쓰면 어떻게든 끊겠지'.. 이런 생각들은 경험 부족과 더불어 저를 과도하게 올려치기했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던게 아닐까요.
자존감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저를 얽매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바로 공허하면서도 꽉찬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