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W중심대학 공동해커톤 후기(feat. 해내자!)

이동엽·2023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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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해커톤을 끝내고, 잊지 못할 값진 경험을 하고 온 지 아직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다.
지금이 애틋한 마음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보다 빨리 작성해보는 해커톤 후기!



💡 SW중심대학 공동해커톤이 뭔데?

SW중심대학 협의회에서 주최한 해커톤으로, 이번 2023년에는 51개 대학에서 약 25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회 설명은 아래와 같다.

  • 각 대학에서는 5명(개발자 4명, 디자이너 1명)이 대표로 출전
  • 각기 다른 학교의 개발자들로 현장에서 팀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
  • 구성된 팀은 앱, 서비스, 라이브러리 등을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여기서 사실 나는 앱이고 웹이고 라이브러리고 뭐든 상관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들 만나면 느끼던 새로움을 또 느끼고 싶었고,
슬슬 지쳐오던 찰나에 이런 이벤트로 동기부여만 얻어오면 그만이였다.

물론 그김에 내 실력도 객관화 한번 하고~ 잘하는 사람 있으면 배워 오면 더 좋고~!



💡 그럼 대학생만 참가하는 대회라 별거 없는 대회 아니야?

응 아니다.

구름톤, 새싹톤 등 여러 해커톤 못지않게 참~정 없는 개발 일정이다.
첫 날부터 특강이 끝나곤 바로 팀빌딩에 들어가고, 저녁 먹은 뒤부터는 마지막날 오전까지 쭉 밤샘이라고 보면 된다.

오래 앉아있고, 긴장도 하는 탓에 건강에는 굉장히 별로일 것 같지만? 그래도 반드시 한번은 해보길 추천!



💡 1일차

개회식

도착하고 이름표까지 받으니 괜히 개발자 뽕에 취하는 순간이다.

이러고 5분도 안되어서, 옆에 앉은 명진이랑 "제발 기술스택 같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집 가고 싶다." 등의
걱정만 쏟아냈는데 스포를 좀 해보자면 결론은 둘이 나란히 상금 50만원과 함께 상도 받았다. 꽤 멋진데?



특강

개회식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선 AWS에서 SA로 근무중이신 조성철 멘토님이 특강을 해주셨다.
늘 성원이형을 보면서 하는 생각이지만, 데브옵스는 뭐하는 사람들이지?? 어디서부터 공부를 해야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참 유익한.. 강의지만.. 내 머리 능력이 부족한 걸로 대충 합의봤다.



멘토소개

특강이 끝나고, 아이디어 발표 전에 짤막하게 멘토님들의 소개가 있었다.
이전부터 진태양 멘토님을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주하는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카카오페이에 근무하셨던 걸 알고 있는데, 남들은 가고싶어서 안달난 네카라쿠배를 다녔다고 얘기를 꺼내지도 않으셨다.
이게 어른 섹시 뭐 그런거임?? 오케이



아이디어 발표

(정신없어서 사진 없음)
아무리 이번 해커톤의 슬로건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라고 한들, 팀 빌딩이 잘못되었다간 이도저도 못할까봐 겁났다.


그래서 발표자가 올라오면 우선 슬랙 자기소개 채널에서 어떤 사람인지 검색해보고, 그 후에는 나랑 스택이 같은지를 판단했다.

몇몇 분들은 "백엔드 개발자는 어느 분야든 상관없습니다. 같은 스택끼리만 맞추면 돼요" 등과 같은 조건이 많았는데
그럴수록 여러 스택의 사람들이 몰려 팀빌딩에 어렵거나, 선택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 것 같아 피했다.


다른 몇몇 분들은 직접 아이디어 PPT도 만들어오시고, 캐릭터 혹은 로고까지 디자인해오셨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가 너무 성의없이 대회를 나왔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반성은 대회가 끝나면 하기로 했다.

기획이 이미 완성된 아이디어들 중에는 탐나는 주제들이 많았는데 그건 다른 사람들도 역시나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이 마저도 피했다.


지금보니 해커톤에 나처럼 안전한 방향만 추구한 사람은 안맞을지도 모른다.
거 준비도 안하고 참가한 양반이 참~ 까다롭다.



팀 빌딩

아이디어 발표가 끝나고, 다같이 체육관으로 이동해서 팀 빌딩을 진행했다.
말이 팀 빌딩이지 그냥 양식장마냥 가둬놓고 알아서 찾아다니면서 "저 뽑아주세요~!!" 해야 한다.


시작하자마자 제일 1순위로 뽑았던 "개발자 스터디 관리 어플(이하 개발바닥)"을 아이디어로 냈던 소현이한테 냅다 향하고서는,
다짜고짜 소개도 없이 "스프링부트쓰는 백엔드인데 구하셨나요?"를 외쳤는데 지금보니 얘 어떻게 당황을 안했지?


이후에는..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기에 (비교적 설렁설렁) 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한번씩 읽어봤다.
역시나 이전에 기획이 상당히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그 사이를 뒤늦게 낄 자신이 없었다.

이제서야 말하지만 '개발바닥 떨어지면 어떡하지?'만 몇번을 걱정했는지 모른다.


팀 빌딩이 완료된 팀은 슬랙으로 운영진들에게 팀원 목록을 제출하는데, 다른 팀들이 팀빌딩이 끝났다고 알림이 올때마다 괜히 더 걱정만 커졌던 것 같다.

그렇게 걱정이 한창일 때, 소현이한테 같이 하자고 전화가 왔을때 처음 회사 면접 연락 받았을 때처럼 신나던지 아 짜릿하다 이게 해커톤인가?ㅋㅋ


다신 겪고 싶지 않은 팀빌딩이 그렇게 끝~!!



1일차 개발 시작

제일 긴장됐던 팀빌딩도 원하던 대로 됐고.. 저녁까지 먹으니 식곤증도 몰려오는데 개발을 시작해야 했다.
(독한 사람들만 모였는지 다들 끄떡 없어보여서 나도 멀쩡한 척하려고 인공눈물만 15분에 한번씩 넣었음)


우선 팀 이름은 "해내자"로 정했다. 해커톤 하다보면 좌절할 일이 많다보니 그때마다 외치기로 했다.


이후에는 아이데이션을 진행하며, 자유롭게 이런 기능은 어때?를 반복하면서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MVP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기능들을 최소화하는 점에서 팀원들이랑 되게 잘 맞았다.


중간에 한번은 분위기가 다운될 때가 있었는데, 갑자기 팀장 소현이가 노트북 들고 일어나라더니
다같이 휴게실에 있는 빔백에 누워서 얘기하는데 이때가 "이게 해커톤이지!!"가 절로 나오던 순간이다.

분위기 전환도 능력인 것 같다. 내가 팀장이였다면, 다른 사람을 챙길 여유가 있었을까? 대단하다.

그렇게 아이데이션이 마무리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디자이너 유진이와 아이디어를 기획한 팀장 소현이가 밤을 새며 와이어프레임(이하 와프)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며, 개발자는 오늘 할 일 없으니 제발 자러 가라며 부탁을 했다.


현재 학부연구생으로 속해 있는 연구실에서는 디자이너 없이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개발자로만 구성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피그마로 와프를 그리는 건 당연히 프론트엔드 담당이 하곤 했는데,

소현이는 백엔드임에도 자기가 기획이니 책임지고 와프를 밤새 그리는 모습에 사실 많이 놀랐다.


유진이랑 소현이가 애쓰는 동안 진짜 잠만 자러가기엔 눈치가 보이고, 이른 시간이였기에 뭘 할지 찾다가
커밋 컨벤션 & Git 브랜치 전략 등을 정하고, 프론트엔드 담당인 규리서이한테 PR & Merge 방법을 알려줬던 것 같다.



💡 2일차

푹 자고 일어났더니 팀 채널보고 기겁을 했다.
1일차엔 대회를 준비하지도 않고 나온 거에 반성하고.. 2일차에는 팀원들의 열정에 혼자 푹 자서 반성했다.


뭐지 이거 반성문인가?



아침 먹고 돌아와서는 새벽동안 ERD까지 그려놓은 팀장덕에 바로 API 명세서부터 작성했다.

소현이는 리액트를 하다가 스프링으로 넘어와서 그런지, 프론트를 아는 백엔드의 장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API 명세서를 도메인별로 나누는 게 아니라, 위 노션 화면처럼 뷰(화면)별로 나눠놓으니 어디서 호출하는 API인지를 알기 쉬웠다.


예상치 못한 이슈

이렇게만 보면 다 술술 되고 있는거 아닌가 싶겠지만? 문제는 인터넷이였다.
약 300명이 한 장소에 모여 인터넷을 사용하다보니 카카오톡 조차도 들어가지 못할 속도였다.


결국 인터넷 기사님들을 부르고.. 급하게 Wifi 도시락을 나눠주고.. 등등의 조치를 취해주셨지만 역부족이라 거의 대강당에서 개발을 했다.
이런 이벤트조차 해커톤의 매력이라면.. 거절합니다.



2일차 눈치보기 시작

그렇게 저녁 5시정도에 API 개발은 끝났고, 저녁에 백엔드 서버 먼저 배포까지 마치니 할 게 없어서 눈치만 봤다.

기능을 더 도입하자니.. 뷰가 더 생겨나서 프론트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테스트 코드를 작성했다.
이김에 "테스트 커버리지까지 높여놔서, 수치로 안정성을 보여주자!"는 의미로라도 쓰이고자 나름의 눈치껏 한 행동임


누가 시간이 부족한 해커톤에서 테스트코드를 짜고 앉아있을까 싶긴 한데 그게 나라니



팀원이 누군가한테 "10시되면 이벤트가 있대요~"를 듣고 왔다는 소식에 갑자기 "에스파 오면 어떡하지 진짜로?" 라는 생각에 갑자기 잔뜩 설레서 텐션 업되어 있었는데 시시하게 치킨이였다~

이때 헛소리 한창 한 거보면 어지간히 테스트코드 짜기 싫었던 순간이였나보다.



코드의 양이 적긴 하지만, 커버리지도 89%까지 높여놨다!
에스파가 축하공연 왔으면 90%를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일차와 마찬가지로 2일차도 새벽 1-2시쯤 자러 들어갔다.
이전에 Vue.js를 깔짝 해볼때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이때 도와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서 약간 후회했다.

그땐 왜 내가 프론트엔드까지 공부해야할까 싶었는데, 헛된 공부는 없다고 이렇게 다 쓰이는 일이 있을 줄이야



💡 3일차

마지막 날까지 혼자 푹자서 아침부터 반성하는 사람이 있다?


새벽 내내 이어지는 슬랙과 더불어.. 나름 일찍 나가보겠다며 6시 30분까지 체육관으로 나갔더니 다들 밤을 샜다.
프론트엔드와 API 연동 과정에서 내가 짠 API가 문제가 있으면 직접 코드를 작성한 내가 잘 알테니 일찍 나가기도 한건데 도착했을 땐 이미 API 연동까지 끝나 있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과 개발할 때 절대 업혀가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놈들 완전 누나들이네 ㄷㄷ



마지막 날 시연 영상 녹화를 앞두고, 아침 7시에 노트북 앞에 3명이상 모이기 + 어? + 뭔가 쎄한 공기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아직 커밋을 안해 변경사항이 저장이 안됐는데 팀원의 노트북이 갑자기 죽었다.
나였으면 호들갑이란 호들갑은 죄다 떨었을 텐데, 오히려 침착하게 있던 규리도 이제보니 참 대단.. 하면서 지독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시간이 지나고 다시 킬 수 있게 되어, 급하게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완성된 최종 발표 자료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 최종 결과 : 한국정보처리학회장상 수상!

수상에 대한 욕심은 분명 있었지만,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프로젝트들이 있었기에 대상-최우수상까지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초기 수상팀 발표에서 호명되지 않아, 이제는 힘들겠지? 싶었던 찰나에 "해내자" 팀의 "개발바닥"이 호명되었던 순간이 기억난다.
잔뜩 신나서 뛰어나가고선 급하게 사진부터 찍고, 무대 위에서 시선을 다 잊고선 다같이 방방 뛰었다.


생애 첫 해커톤에 이런 훌륭한 팀을 만나 수상을 해본 경험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에선 낯부끄러워서 말을 못했지만, 이렇게나마 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


어린 티가 안나도록 참 배울 점이 많았던 훌륭한 팀장 소현이
작업량이 제일 많았던 디자이너 유진이
노트북까지 불태운 든든했던 프론트 규리
내가 에스파를 기대할 때 철없게 봤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린 서이까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모두 함께해서 즐거웠고,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이 알고, 동기부여도 그만큼 많이 받았던 해커톤이였다.


우리팀 외에도 모든 참가자분들께 열심히 살아왔다면 나중엔 반드시 노력한 만큼 돌아올 거라고 전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이대로 다들 뭐든 포기하지 말고 해내자~!



번외) 뿌듯함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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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엔드 개발자로 등 따숩고 배 부르게 되는 그 날까지

1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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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일

고생했어요ㅠㅠㅠ 글 읽는데 눈물이 왈칵🥹
다음 행사엔 꼬옥,, 에스파가 오길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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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넘 행보캅니다..
동엽씨도 행복하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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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일

동엽씨가 글에 엄청나게 겸손하게 써놨지만, 오빠는 3일이라는 기간 동안 가장 믿음가고 듬직한 서버 개발자였어요..
내가 만약 다른 사람을 구해서 힘들었으면 팀 리딩도 잘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정말.. 너무 고맙고 우리 해내자팀 아낍니다!!
다음 행사 때에는 에스파 내가 불러준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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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3일

즐거운 2박 3일을 보내신 것 같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

1개의 답글

좋은 글이네요 ! 잘보고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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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8일

동엽 후배님 멋지십니다 :) ...

3일동안 하느라 고생했고, 배울점이 많고, 동기부여가 되는 글인 것 같아요.
같이 배부르고 등따숩게 되는 그날까지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