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포스팅, 블로그를 시작하다

DYKO·2022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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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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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서의 나에 대한 고찰

고민의 시작

첫 회사에 입사한지도 3년 반이 넘어갔다. 2년차 까지는 적응하고 일을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3년차에는 일이 익숙해지며 매너리즘에 빠져 빈둥대기 바빴다. 4년차가 됐다. 한 곳에만 머무르는 개발자는 능력이 없는 개발자라는 말이 서서히 들려온다. 회사에도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보니 서서히 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슬슬 이직을 해볼까란 생각이 들면서, 이력서를 작성하려고 보니 첫 시작부터 막막했다. 현실에 치였다는 핑계로 게으름 피우며 잊어버린 것이다.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나는 어떤 개발자로 살아가고 싶은가?

개발자가 되기 전까지의 방황

내가 IT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첫 시작부터 되돌아보자. 나는 C언어도 안해본 개발에는 무지한 대학생 4학년이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나는 내가 전혀 IT 업계와는 무관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전공은 교통공학이었고, 나는 도로를 설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한 수요 측정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해 있고,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체계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교통 외의 길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심지어 대학원을 가기 위해 학부연구생으로서 대학원 연구실에까지 갔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아, 이거 괜찮은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다.
연구실 생활과 선배들의 이야기 등을 종합해보면, 교통 업계는 매우 보수적이었다. 일은 재밌는데 업계 환경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대학원 연구실이라 더 사람 관계에 힘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덜컥 겁을 먹어 휴학을 하고 꽤 오랜 시간 내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했다. 방황하던 시간은 나에게 있어 삶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꽤나 주요한 기간이었고, 나는 결국 교통으로 돌아왔다.

방황의 끝, 개발자로서의 시작

근데 결론은 개발자가 되었다. 내가 복학할 때 쯤 한참 개발자 학비지원 제도가 유명세를 타고 있었고, IT는 여러 학문에 접목하기가 쉬었고 모든 전공 과목을 이수하고 마지막 학기 교양을 뭘 들을까 고민하는 나의 상황, 이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졌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학점 인정이 되는 학원에 가서 웹 프로그래밍 교육 과정을 시작했고,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어? 개발, 이거 은근 재미있네? 교통공학에서 느꼈던 매력이 개발 분야에서도 풀풀 풍겨왔다. 근데, 업무 환경은 꽤나 자유롭네?!

그래서 나는 개발자가 되었다.(야근하는 건 상관없었다... 엔지니어링도 마찬가지니까..!)

그렇게 내가 개발자로서 입사한 첫 회사는 반도체 자동화 시스템과 관련된 SI와 SM 업무를 하는 회사였다. SI를 주로 하면서도 회사가 직원들의 능력 향상에 꽤나 적극적인 것이 재직 중인 친구의 모습에서 느껴졌다. 학원 출신으로서 성장하는 개발자로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던 나에게 친구가 회사 채용공고를 내밀었고, 나는 그녀의 동료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정이 떨어진 회사라도 개발에 무지몽매한 내가 고객한테 일 괜찮게 한다는 인정을 받을 정도의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입사하자 마자 온갖 OS 설치부터 해서 개발 서적 리뷰, 개발자로서의 마음가짐까지 주입 당했다. 그 때는 1주일 마다 진행하는 개발 서적 리뷰가 두려웠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 때 잘 할 걸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많은 직원들이 부담을 호소하여 지금은 회사가 더 이상 직원 역량 향상에 그만큼 힘을 쏟지 않고 있다... 챙겨줄 때 잘할 걸... 껄무새는 항상 운다.

4년차, 개발자로서의 나를 돌아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와 달리 요즘엔 개발이... 재미있나? 하는 의문에 쌓여있었다. SI, SM으로 일하다보면 같은 회사 사람보다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가 많다. 즉, 아무리 회사가 노력한다 하더라도 업무 환경은 다들 알고있는 SI 현실이라는 것이다. 시간에 맞춰 기능만 돌아가는 데 만족하는 코드들, 유지보수나 리소스는 고려하지 않고 짜인 프로그램들, 코드 리뷰? 테스트 주도 개발? 그런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가 힘들여 유지보수를 고려해서 짜놓아도 나중에 운영에게 넘어가며, 엉망이 되어버린 코드들을 보며 한탄하는게 현실이었다.
문제는 나 역시 이런 현실에 익숙해져 서서히 나태해지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개발이 재미없었다. 고민해서 짜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기능들을 하니 한 번 짜놓은 소스들을 변형만해서 가져다가 붙이는게 일상이 됐다. 남이 대강 짜놓은 소스들을 리팩토링하는 건 지긋지긋했다. 대기업 1차 협력사이니 경력과 기본 능력만 있으면 관련 SI 회사로 이직도 쉬우니 굳이 아득바득 개발 역량을 키우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도 꽤나 안락했다. 근데 행복하지가 않았다. 일로써 얻는 성취감이 꽤나 삶의 동력이 되는 나에게 이런 업무 환경은 우울감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자로서의 나에 대해서 되돌아보기로 했다.

* 난, 내가 하는 업무가 현실 세계에 가시적으로 활용되는 것에 좀 더 집착하는 사람이다.
* 논리와 효율을 추구하고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 분위기가 성향에 잘 맞는다.
* 내가 기여한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딱딱 맞아 떨어지면 짜릿한 쾌감에 모든 스트레스가 날라간다.
* 언젠가 누군가가 내가 짠 코드를 보고 크흐~하며 참고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다.
* 항상 공부해야 하는 것이 귀찮지만, 또 그 나름대로 공부하면 전공 상관없이 인정받는 이 업계가 좋다.

∴ 내 성향과 잘 맞고 재밌기까지 한 이곳에서, 나는 개발자로서 꽤 오랜 기간 살아남고 싶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

  1. 공부한 걸 정리해보자, 나중에 참고는 하겠지
  2. 블로깅을 통해 좀 더 깊게 공부하게 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3. 이직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4. 이렇게도 안하면... 놀기 바쁜 나란 인간

나는 개발에 미친 사람이 못 되어서, 조금만 편하면 나태해지는 나란 사람을 채찍질하기 위한 수단이다.

개발자로서 살아남기 위해, 그나마 개발자로서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최우선인 것은 업무 환경을 바꿔야겠다 라는 결론이 났다.
근데, 이직은 아무데나 하나? 내가 원하는 개발 문화를 위해선 그만큼 개발에 대한 열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회사에 들어가야하고, SI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회사여야 했다. 내 경력이 깎이더라도 SI 보단 서비스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은 지금의 나를 뽑아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하는 환경을 갖춘 회사에 걸맞게 나 역시 준비된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곳에 걸맞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뒤늦게라도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부록. velog를 선택한 이유

사실 블로깅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git을 공부하기 위해 github에 블로그를 생성해서 몇 개 포스팅을 올려봤다. 근데... 포스팅을 작성하는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참혹하여 어느 순간 손을 땠다.
다시 블로그를 하려고 github에 들어갔는데, 엄두가 안나서 다른 블로그 서비스를 찾아서 고민하다가 medium과 velog 중 고민하다 어차피 기록용 블로그니 수입 창출 보단 개발자를 위한 블로그 서비스가 더 나을 것 같아 velog를 선택했다.
나중에 블로그 글이 많이 쌓여서 포스팅을 찾기 힘들다거나,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싶다거나 하면 다시 github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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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가 되는 그 날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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