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8세 대한민국 남자다. 호랑이 같은 아내와 여우같은 딸이 하나 있고, 직장이 있고, 시간을 쪼개서 새벽수영을 9년째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서에 재미를 느껴 한달에 2~3권정도 책을 읽기 위해 매일 30분이상 독서하기, 그리고 또하나의 습관 일주일에 한번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고작 매일 30분이고, 고작 일주일에 딱 한번 글쓰기 인데, 그마져 지키기기 쉽지 않다.
나의 하루는 새벽 4시 45분에 시작된다. 예전에 인간은 몸이 느끼는 시간을 살아왔는데, 현대를 사는 인간들은 모두 휴대폰 알람에 따라 살고 있다. 새벽 알람소리에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침대에서 빠르게 벗어나 화장실로 가서 양치를 한다. 세수나 샤워같은 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수영장에 가기 때문이다.
차를 몰아 30분정도 가면 회사가는 길목에 수영장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벌써 9년째 다니고 있다. 물을 너무 무서워했던 내가 어떻게 9년이나 수영을 하게 되었을까. 회상해보니 그시절 딱 1시간만 놀다오자고 생각했다. 열심히 하지 말고 딱 1시간만 즐겁게 놀다오자고. 물이 무서우니 나만의 최면이 필요했고, 그렇게 생각하니 수영장으로 가는 발길이 무겁지 않아 좋았다. 수영장에도 레벨이 있다. 초급, 중급, 고급, 마스터반, 연수반. 수영장을 처음 등록하고 초급반 시절 회상되는 것은 분노의 발차기다. 왜그렇게 안되는 것인지, 나는 몸치인가. 나는 수영에 자질이 없나. 내가 너무 무리한 도전을 하나.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수영을 포기하라고 머리속에서 유혹했지만 나는 1시간만 놀다오자는 처음의 그 마음, 초심을 꿋꿋히 지켜나갔다.
수영장에서 놀다가려고 했는데 계속 나오다보니 물이 익숙해져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게 됐다. 잘했다. 팔돌리기, 발차기, 배영, 평형, 접형!! 나도 잘하고 싶어져서 유튜브를 보고 자유수영 때 나와 연습하는 것을 반복했다. 체형이 모두 다르니 사람마다 팔을 돌리거나 팔꺽는 각도도 모두 달랐고, 발차기도 같을 수 없었다. 팔길이, 몸통길이도 다르니 당연히 자세도 달랐다. 팰프스가 왜 수영을 잘하는 줄 아나? 그는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았기 때문이다. 팰프스가 육상을 했다면 그는 이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육상선수들은 다리가 길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수영장에 나오는 것이 익숙해지고 습관화되었다. 매일매일 어쩌다보니 열심히 연습했다. 3달후 중급반이 되고 또 3달후 고급반이 되고, 또 3달후 마스터로 올라갔다. 딱 1년 걸렸다. 어느덧 마스터반 생활체육인이 되어있다. 중간중간 지겨울 때도 있었다. 익숙한 물과 사람, 락스냄새와 체조, 강습, 익숙한 새벽수영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 때 새로운 회원이 들어왔다. 수영을 엄청 잘한다. 빠르다. 도전이 된다. 나도나도 더 빨리 물고기 처럼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다시 유튜브를 찾아봤다. 어떻게 하면 물의 저항을 감소시키면서 수영을 할까. 호흡은? 자세는? 그러다 보니 또 한단계 레벨업할 수 있었다. 익숙함이 다시 찾아올 무렵, 코로나가 찾아왔다. 모든 수영장 폐쇄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매일 하던 걸 중단하려니 괴로웠다.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4~5킬로까지 늘어나자 몸이 무거운게 느껴지면서 허리도 아파왔다. 무슨 조치를 취해야했다. 1년정도 후 백신이 나오면서 백신접종한 사람들은 접종확인서가 있으면 수영장에 나올 수 있었다. 당연히 1번으로 등록했다. 코로나 때문에 수영장에 1~2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넓은 공간을 혼자사용하고 나오기도 했다. 매일매일 혼자 유유히 수영했다. 지루한 수영이 될 수도 있었는데 혼자하다보니 무척 편안했다. 혼자 목표를 설정했다. 오늘은 안쉬고 10바퀴, 내일은 안쉬고 15바퀴, 모레는 안쉬고 20바퀴.. 그러다가 안쉬고 50분 수영하고 나오게 되었다.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목표를 세웠다. 오늘은 발안차고 수영, 오늘은 2비트 수영, 오늘은 4비트 수영 등등 몸이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물 속에서 편안하게 부드럽게, 여러가지를 테스트해보면서 그시절 수영실력이 엄청 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일단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반복해야 하고, 익숙해졌을 때 찾아오는 지루함을 이겨내야 한다. 그럼 숙련자가 될 수 있다. 어쩌나 빠질 수 있다. 그러나 2번 연속 빠지는 것은 안된다. 빠지는 것이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습관만들기 실패다.
지금 하고 있는 독서와 글쓰기가 수영처럼 숙련된 습관으로 자리잡길 바래본다. 일단 책을 든다. 일단 pc를 켠다. 그게 시작이다.
지루함을 이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