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중국 슈퍼 컴퓨터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는 DUV와 EUV lithography 장비와 EDA 툴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또 다시 무역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EUV 독접 공급 네덜란드 기업 ASML의 중국 시장 진출 시도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ASML은 SMIC에 EUV를 수출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방해로 인해 수출 라이센스 취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NSCAI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국가 안보위원회)는 반도체 제조 장비 전면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도 제안했다.
심화되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반도체 쇼티지 현상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제 1, 2공장을,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제 1, 2 공장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중국 본토 팹 추가 및 확장에 큰 차질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Applied Materials (AMAT), Lam Research(램 리서치), KLA 와 같은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 회사 역시 수출이 막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EDA 툴 시장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EDA 시장은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멘토그래픽(Mentor Graphic)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EDA 라이선스 중국 수출을 제한한다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와 같은 미중 무역 전쟁 심화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와 EDA 자율성을 필연적으로 촉진할 것이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숙제다.
매일 반도체 관련 뉴스를 읽고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지 3주가 지났다. 그동안 서너 차례에 걸쳐 미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기사를 정리했다. 지금 드는 생각은, 미국의 반도체를 향한 집념이 정말 매섭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목을 서서히 옥죄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 속 미국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글로벌 팹이 중국에 쏠리는 현상이 굉장히 불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세수혜택 줄 테니 미국에 팹 만들고, 미국 장비랑 라이선스 사라는 뜻이다. 미국은 막강한 팹리스 협력 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패권을 쥐기 위해 팹 또는 파운드리를 탐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확대 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로 투자 및 고용 확대와 둘째로 국내 기업 간 협력관계 구축이다. 적어도 정부에서 문제 상황의 핵심과 개선 방안을 제대로 잡은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일전에 미국의 국가 단위 수직 계열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삼성전자를 넘어서 국가 단위로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쇼티지가 심화되며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더 이상 B2B 경쟁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패권 욕망은 아주 깊고 속도는 아주 빠르다. 1위를 유지하고 격차를 늘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반도체 쇼티지를 가장 먼저 해결하는 기업 또는 국가가 돼야 한다. 적어도 그런 해결 의지가 있음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