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6
이 사진을 찍었을 무렵, 가을의 시작과 함께 섹션 3는 시작되었다.
섹션 2를 끝내고 나서 회고록을 작성했던 때가 기억난다.
그 때는 섹션 1에서 다짐했던 것들을 어느정도 실천할수 있게 되어서 기뻤었다.
그러나 현재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지쳐버린 것인지 뿌듯함과 후회 둘 중 어느쪽의 감정도 들지 않는다.
그냥 나는 주어진 것을 해 나갔을 뿐 뭔가 잘했고 못했고를 따질 심적 에너지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회고록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생각이 정리되질 않는다.
그러나 박스에 색깔대로 바르게 나열된 물감세트보다 캔버스에 흩뿌려져 뒤섞여버린 그런 모양이 더 아름다워 보일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회고 글을 마음대로 막 쓸것이다. 이런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것이다.
나를 지금 힘들게 하는 이 '지침'의 감정은 무엇과 교환되었을까? 플러스도 있고 마이너스도 있었는데 차례대로 알아보자.
얻은것은 코딩실력이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예전의 나 보단 코드를 완성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부트캠프 특성상 진도가 너무 빠르고 이것저것 학습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진다.
그리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복습을 해야한다.
어렵고 서로 관계성이 크지 않은 개념들을 연속해서 배우다 보면 잊어버리기 쉽다. 그러므로 복습은 필수이다.
그 과정에서 많이 연습했고 많이 실패했고 많이 해결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었던 덕분에 파이널 프로젝트에서 이전보다 작업속도가 월등히 빨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체력적, 심적 연소와 교환한 또 다른것이 있다. 창의력이다. 아쉽게도 이건 얻은것이 아니라 잃은 것이다.
현재의 나는 지쳐버려서 창의적인걸 생각하기가 싫어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내 자신이 매우 싫다.
창의성이 샘솟으려면 새로운 경험과 영감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금 나는 그런것들에 노출되어도 원래의 나처럼 반응하지 않는다.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느끼는 기능을 하는 심리적 receptor가 둔화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나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아를 잃어버린 느낌이다.
마음의 연료를 채워넣기 위해서 위해서 난 내일부터 여행을 떠날것이다.
마침 부산에서 지스타가 열린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도 지스타에 참여한다고 한다!
부산에서 친구도 만나고 생각없이 아무 길이나 걷기도 할 예정이다. 바닷바람에 잡생각을 실어 날려보내고 싶다.
오고가는 시간이 꽤 길어서 다녀오고 나면 꽤 지칠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어 걱정되기도 하지만 일단 기대되는 마음이 더 크다.
이번 여행이 심적 전환이 되어주길 바란다.
섹션 3을 시작하면서부터 너무 감사한 분들이 많아졌다. 스터디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다들 너무 잘하시고 열심히 하셔서 굉장한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다들 티는 잘 안내시지만 이타적이고 사려깊으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힘들때면 걱정해주시는 것도 아주 잘 느끼고 있다. 이분들 때문에 그래도 어찌저찌 섹션 3을 버티는걸 성공하지 않았을까?
이분들께 간결하게 한마디만 드리고 싶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체 머선게임인겁니까!!! 저도 붓싼에 가고싶네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