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를 위해 내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

eunjin·2020년 1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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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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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프로젝트는 절대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혼자 앞서간다고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고, 내가 잘 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다. 팀워크가 좋은 것이 바로 완성도와 직결됨을 알게 되었다.

마감 3일 전 일요일, 나는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장바구니 페이지를 만들어 기능을 붙여 놓고, 백엔드 통신만 하면 되는 상태로 만들어두었다. 일요일에 모두 기능 구현을 다 해 놓으려고 했던 이유는 마지막 사흘 동안은 기능추가는 하지 말고, 코드 리팩토링과 머지, 컨플릭트 해결만 하자고 팀원들끼리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국 다음 날인 월요일, 백엔드에서 프로젝트 마감 날까지 장바구니 API 까지 하기에는 무리라는 말을 들었다.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구현하려고 맘먹었던 목표치에서 거의 절반만 남겼는데, 장바구니까지 사라지게 되면 나는 뚜렷한(대단해 보이는) 기능이 없는 메인페이지 한 개밖에 결과물이 남지 않게 된다. 이 상태로 1차 프로젝트를 끝내기는 너무 아쉬웠다. 오전 내내 그러게 왜 애초에 메인페이지를 골랐을까 하는 답답함과 함께 그래도 팀원 중 누군가는 메인페이지를 예쁘게 만들어야 하지 않았는가, 그런 큰 역할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뒤엉켜서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다. 백엔드 분들이 본인들의 역량 이상으로 좋은 결과물을 내고 계셨기 때문에 백엔드 분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마울 뿐이었다. 다른 프론트 팀원들도 각자 자리에서 너무 아웃풋이 좋고 소통도 잘 하고 계셔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혼자만의 목표치와 현실적인 아웃풋의 괴리감에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뿐이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장바구니는 일단 놓아두고 하루종일 팀원들과 사전에 협의한 대로 코드리뷰를 반영하고 내 코드를 보완했다. 그러는 도중에 멘토님과도 이야기하고, 다른 팀원들과도 이야기하면서 이제는 기능을 더 붙이는 것보다는 코드 리팩토링을 더 중요시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상기했다. 그러다 보니 마음 속에 있던 장바구니를 서서히 놓게 되고, 마음을 편하게 먹기 시작했다. 다른 팀 분들도 더 이상의 기능 추가는 멈추고, 내 코드를 예쁘게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 멘토님들과 퍼포먼스 코치님, 그리고 우리 팀원들이 함께한 팀 면담에서 나는 남아 있던 불편한 마음을 깨끗이 내려놓았다. 멘토님들은 우리에게 코드가 잘 짜지는지, 어떤 기능을 구현했는지를 물어보시는 게 아니라, 팀원들과의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 팀워크에 관해서 중점적으로 확인하셨다. 1차 프로젝트의 목표는 복잡해 보이는 기능을 구현하는 게 아니라, 팀워크를 어떻게 빌드업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순위였던 것이다. 멘토님이 내게 본인의 목표치를 내려놓는 데 어렵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셨을 때, 생각보다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씀드렸다. 실제로 일요일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내겐 더 이상의 미련이 없었다.

백로그에 남은 장바구니, 그럼에도 잘 마무리지어진 우리 프로젝트

그런데 내 마음 속에 계속 갑갑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나 보다. 결국 다음날 화요일 아침, 퍼포먼스 코치님과 면담을 했다. 면담에서 나는 1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을 구구절절 이야기했던 것 같다.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 절대적인 코딩 시간을 많이 가져가는데 내가 맡은 페이지에 대단한 기능들이 없어서 실력을 늘릴 수가 없고, 다른 사람들의 코드가 더 깔끔하고 수준이 높아 보여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그런데 코치님께서는 조금 다른 말씀을 하셨다. 아마 다른 분들이 은진님 코드를 보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금 은진님이 할 수 있는 수준, 위코드에서 기대하고 있는 수준은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나한테 이야기하셨다. 사실 예전에 은진님이랑 대면상담 때, 정말 열정 가득하고 화이팅 넘치는 모습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어제 팀별 미팅에서 은진님이 혼자 세웠던 목표치를 깨끗하게 포기하고 내려놓는 게 쉬웠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이상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내 능력을 잘 파악한 후, 내 능력의 조금 위 수준으로 목표를 잡으라고 조언해주셨다. 코치님과의 상담 후 비로소 마음 속에 꾹 눌러남은 긴장이 확 풀어지면서, 하루종일 앓았다.

어렸을 때도 내 욕심을 포기하자마자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뮤지컬 동아리를 했었다.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동아리기도 했고 적성에 잘 맞아, 한 해 동안 열심히 보컬, 안무, 연기 연습, 그리고 소품제작까지 온 신경을 모두 동아리에 썼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올렸다. 그 때는 학생 개개인의 특기를 살린다기보다는 성적을 무조건 좋게 받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던 교내 문화 속에 있었지만 나는 동아리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는 고집을 버릴 수 없었고, 2학년 때도 당연히 동아리 활동을 할 생각이었다. 나의 떨어지는 성적에 대해서는 조금 더 관대해졌다. 그런데 그게 포기가 안 되는 거다. 의욕이 넘쳐서 내년 다음 기수생들을 뽑아서 어떻게 교육시킬지 회의하고, 대본 각색을 하고 보컬 연습을 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결국 다음 해 1학년들을 선발하기 직전에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와 부모님의 반대로 동아리에서 나오게 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동아리 없이는 못 살 것 같았는데 한 번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 그리고 거의 한 달은 긴장이 풀어져서 몸살이 났던 것 같다. 그 때는 내 세계는 학교 공부 아니면 동아리가 끝이었는데, 동아리를 놓으니 잠시 동안 내 전부가 비틀거렸다. 아마 이번에 프로젝트에서 고작 장바구니 기능 하나 내려놓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못할 정도로 큰 결단이었을 것이다. 나 없으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음 해 공연도 정말 무리 없이 잘 올려졌고 나는 마음 편하게 관중들 속에서 박수를 치는 역할을 맡았다.

발표 시연에 쓰인 장바구니 페이지

결국 프로젝트 시연 때는 프론트에서만 구현한 껍데기 장바구니라도 보여주고 싶어 마지막으로 장바구니 브랜치 머지만 하고 기본적인 기능만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만족한다. 우리 팀의 전체적인 결과물의 완성도를 훨씬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것이 있다면, 팀빌딩을 잘 하고 깃과 같은 협업툴에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배운 것들을 잘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 멘토님들의 말씀이다. 나는 1차 프로젝트에서 이미 많은 것을 얻어간 상태다. 게다가 나는 백엔드 분들과 의견 조율을 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뭔가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경험할 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걸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욕심을 내려놓고 한 발짝 물러서서 팀원들을 보니, 우리 팀원들은 정말 평화롭게 의견 교환도 잘 하고, 차근차근 우리 수준에 맞추어서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고 있었다. 협업에 익숙치 못한 햇병아리들이라 브랜치 병합을 마지막 날에 하다 보니 발표 직전까지 레이아웃이 다 깨진 상태에서 식은땀을 흘렸던 에피소드도 있지만. 열흘 안에 첫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누구든 이런 일들은 경험할 것이다. 하나하나 너무 소중한 경험이라 지난 열흘 동안 있었던 내 마음의 변화와 우리 팀이 결과물을 조금씩 쌓아 간 순간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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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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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9일

은진님~ 너무 수고하셨어요ㅠㅜ 옆 사무실에서 항상 은진님 보면서 엄청 좋은자극을 받았어요, 은진님을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있고, 누구보다도 정말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차에서는 진짜 원하시는거 잘 성취하셨으면 좋겠어요 PM님 화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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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9일

저는 은진님 보면서 한달 뒤 시작할 프론트 공부 로드맵 짜고 있어요 ><
2차에서는 끝내주는 팀워크로 원하는 모든 것들 다 이루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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