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글또 활동이 끝났다. 상투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작년 3분기에 시작해 연말과 연초를 관통한 터라 체감상 더 빠르게 끝난 기분이다. 이번 회고에서는 글또를 어떤 계기로 시작했는지,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그리고 얻은 것과 아쉬운 점을 남겨보려고 한다. 글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웹사이트와 노션 페이지를 참고하면 좋다.
꾸준한 글쓰기에 대한 니즈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취준 시기에 참여했던 기술 면접 스터디에서 좀 더 심화된 기술 면접 준비를 해보기로 했는데, 다소 간략하게 면접 준비를 했던 글과는 달리 좀 더 심화적인 글을 작성해 보자는 시도였다. 취업이 목적이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접근하는 방식은 간략한 정리와는 다르게 피상적인 느낌을 넘어 더 효과적으로 내용이 흡수되는 경험이었다. 이후 인프런 스터디 게시판에서 글쓰기 모임을 찾아보다가 취업이 결정되면서 바쁜 회사 생활에 잊혀졌다.
입사한지 반년쯤 지나 다시 글쓰기에 대한 니즈가 생겼고, 그 무렵 글또를 접했다. 프로젝트나 발표 회고, 도서 리뷰 등 글 자체는 쓰고 있었지만, 어떤 외부의 동기부여가 어느 정도는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글또는 적합한 커뮤니티였다. 당시 9기가 활동 중이었기 때문에 10기 모집이 열렸을 때 ‘삶의 지도’를 작성해 지원했다. 지금 돌아보아도 ‘삶의 지도’를 쓰는 경험은 인상적이었다. 진실된 글을 쓴다는 전제 아래, 자신을 온전히 돌아보고 이해할 수 있기에 그 어떤 지원 방식보다 지원자에게 도움 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큰 목표는 없었다. 방송대 수업과 이사 준비로 일정이 빠듯했고, 그와 별개로 3분기까지의 스케줄로 꽤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스케줄 없이 현재 해오던 것들을 연말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던 차였다. 다른 분들의 다양한 액션 아이템과는 달리 10기 활동의 목표로 소박한 두 가지만 갖고 시작했다. 패스 없는 글 제출과 다른 멤버 글 리뷰.
안녕하세요!
우선 당일에 중간부터 듣기는 했지만, 다시 OT 영상을 처음부터 보며 전체적인 서사를 인지하니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 개발 공부를 시작하고자 했을 때의 마음이 기억납니다. 개발자들은 오픈소스라는 걸 하더라는 걸 보고 그 마인드와 투명성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도 개발 일을 하게 되면 저런 태도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사실 글또를 처음 접했을 때나 신청할 무렵에는 단순히 글 쓰는 스터디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나의 서사와 대 원칙을 세우고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기여하고 싶은 바는 글쓰기 외에 다양하게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모임도 참여해보고, 머리를 식할 만한 음악 링크도 공유해보고, 어쩔 때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명확한 해답이 아닐지언정 피드백과 의견도 드리면서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역량 향상 뿐만 아니라 모두가 건강하게 개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OT 예정일과 시각이 하필 일본 여행 후 돌아오는 비행기에 있을 시각과 겹쳐 OT는 참석하지 못했는데, OT 미참여자에게는 OT 영상을 보고 느낀 점과 글또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할지 적어달라는 미션이 있었다. 당시 작성한 글을 다시 읽어보니 특별히 계획하지 않았던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었구나 싶다. 그래서 그 마음들을 기반으로 회고해보기로 했다.
현재 관수 님이 획득한 총 포인트는 5830 point 입니다.
후술하겠지만 커피챗은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포인트의 대부분은 글 제출로 인한 것이고, 패스 없이 글을 콤보로 제출하면서 주로 포인트를 얻었다. 사실 토탈 포인트나 내 포인트가 전체에서 어느 위치인지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포인트 자체가 글 제출의 동기부여로는 충분했다. 코어 채널에 1, 2, 3등으로 제출하거나 추가 글을 제출하면 추가 포인트가 지급되는 등의 요소가 더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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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도 패스 없이 꾸준히 글을 작성했다는 점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 추가 글까지 제출했으니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쓴 셈이다. 다만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다루지 못한 점이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써보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어쨌든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작성할 계획이니 다음 기회에 보완하고 싶다.
초반엔 글 제출로도 정신이 없어서 소모임 참여는 어려웠지만, 뮤직스타또라는 소모임에 참여하면서 첫발을 뗐다. 소소하게 추천할 만한 음악 링크를 공유했고, 평소 음악 소개를 즐겨하는 편이라 당연히 즐거운 일이었다(누군가에게 스팸이 아니었기를). 이후 음감회가 있었는데,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각자가 흥미로운 곡을 추천해 주셔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결론적으론 처음 하고자 했던 ‘머리를 식힐 만한 음악 링크 공유’를 실제로 한 셈이었다.
다음으로 참여한 독서 모임은 말 그대로 타이밍이 완벽했다. 내년에는 비개발 서적을 좀 읽어보자고 마음먹은 시점에 신규 회원 모집 글을 우연히 보게 되어 바로 신청했는데, 대략 20분 만에 마감됐던 기억이 난다. 우연은 가끔 이렇게 때마침 기분 좋게 다가온다.
독서 모임은 여전히 참여 중이다. 올해 7월까지 모임이 이어지기 때문에 여전히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며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친절한 구성원들의 호의와 채정님의 부드러운 운영 덕분에 모임은 따뜻하다. 사회화된 I에 불과한 내게 모임은 응당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편이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 덕분에 그 시간이 자연스럽게 단축된 기분이었다. 과거 독서 모임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지만, 모든 이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부드럽게 운영을 이어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그런 운영 능력은 꽤나 복합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누구나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일이다. 그래서, 부럽다.
뒤늦게 피크민 영업을 당해서 피크민또에 들어가게 됐는데, 도란도란 무해하게 새로운 피크민을 귀여워하며 함께 꽃을 심고 걷고 이런 건강함이 절로 샘솟는 소모임이었다. 평소 산책을 좋아하는 나와도 잘 맞아 건강한 루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5월에 있는 Pikmin Bloom Tour는 추첨에서 떨어졌지만 다른 분의 초대로 참석하게 됐는데, 그때 소모임 구성원들을 뵙게 될 것 같다.
그 외에 강점검사또, 레디액션커또, 방통대수강해또, 책읽어또에서 간단한 활동과 눈팅을 했었다. 공통의 관심사를 나누다 보면 내적 친밀감이 생기서인지 오프모임에 나가볼 의향이 생긴다. 언젠가 뵐 기회가 있기를.
커피챗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어디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냐면, 글또에는 ‘대나무숲고민공유’라는 익명 채널이 있다. 기술이나 커리어에 대해 조언을 할 만한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뒤늦게 개발 커리어로의 전환을 해서 사회 경험을 먼저 시작한 탓에 비슷한 연차의 동료들보다 관계, 감정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봤던 경험이 있어 첨언할 만한 여지가 있었다. 나 또한 열등감과 공생하는 주제에 무슨 첨언이냐 싶지만, 어차피 대부분은 명확한 해답보다는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얻기 마련이라, 내 존재가 그런 위로 중 하나가 되길 바랐다.
다른 프론트 채널에 참여하여 가능한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과 이모지를 남겼다. 어떤 글은 내가 기술적으로 고민하던, 혹은 이후 작업에 사용되는 기술과 관련된 글이라 도움이 되기도 했고, 같은 직군에 있어서인지 비슷한 고민을 발견하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피드백과 의견을 남긴다는 것이 결국은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주도적인 커피챗을 못한 게 다소 아쉽다. 프론트 반상회와 조 편성, 소모임 등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커피챗을 제안하는 시도는 끝내 하지 못했다. 특히 프론트 반상회에서 김성현님의 ‘나의 방식으로 네트워크 시작하기’ 발표를 보고 꼭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떤 두텁지도 않은 가벽 하나가 날 주저하게 한다. 이 벽은 다소 개인적인 궤적에 따라 생긴 것에 불과해서 언젠가 허물기를 바라고 있다.
글또의 끝자락에 참여하게 된 건 내게 여러 수확을 남겼다. 먼저 글쓰기에 관한 몇 가지 루틴이 생겼다. 개발하며 글로 정리하고자 하는 키워드를 모으고, 2주의 사이클 안에서 글을 완성해 가는 방식이다. 글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 또한 목표지만, 그것을 이유로 정리한 글의 발행을 미루고 싶진 않다. 글을 꾸준히 써나가는 것과 글의 품질을 높이는 것은 별개의 트랙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써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매개가 되어준 것에도 감사한다. 비전공자에게 커뮤니티는 이직이나 스터디 같은 단순 실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구에게나 ‘비빌 언덕’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나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줄 사람이나 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라기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커뮤니티란 복잡다단하다. 나 또한 좋은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을 해왔지만, 이런 커뮤니티를 7년간 10기까지 운영했다는 건 사소한 노력과 고민, 잠깐의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윤님과 이야기해 보면 꽤 단단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 단단함은 원체 타고난 것이 아니라 무릇 짧지 않은 세월에서 다양한 경험을 거쳐 천천히 달궈진 무쇠 같다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작성하신 글또 운영에 대한 회고를 읽어보면 더더욱 그렇다. 다시 뵐 날이 있겠지만 이 글을 빌어 성윤님과 운영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