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네트워크를 공부하다가, 도시 인프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네트워크 기본 개념 중 하나로 OSI 7계층이 나오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HTTP, HTML, DNS 등이 해당되는 응용 계층부터 결국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인프라인 광케이블 같은 물리 계층이 존재한다. 그 중간에 여러 계층이 존재하고 그 계층이 서로 통신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결국 네트워크의 본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가 어떻게 구성되고 우리에게 도달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적기에 좋은 책을 만난 셈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도시 인프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소 어려우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책을 펼쳐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애초에 책은 구어체로 구성되어 있어 좀 더 쉽게 와닿는 느낌이었고, 중간중간 이해를 돕는 그림이 배치되어 있어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도 없다. 전력망, 통신, 도로, 다리와 터널, 철도, 댐/제방/해안 구조물, 상수와 하수, 건설 이런 식으로 큰 목차로 나누고, 그 안에서 한 번 더 세부 구조물로 나눠 놓은 형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궁금한 인프라가 생겼을 때 목차를 뒤져서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좋은 호기심 충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그저 별생각 없이 써왔던 Windows나 macOS 같은 운영체제 기초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는데, 작업을 처리하는 스케줄링이나 페이지 교체 알고리즘 등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응집되어 이런 정교한 설계를 만들어냈을까 하면서 놀랬던 기억이 있다. 도시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결코 우연히 생겨난 인프라는 없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근간으로 수없이 고민하고, 그 고민을 공학적 산물로 풀어내고, 그 산물을 역사 속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쳐 덧대어진 그림처럼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복잡한 도시 인프라의 설계와 개선 과정을 쉽고 명료하게 탐구하게 해줌으로써, 기술적인 사실과 역사적인 인프라 진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