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Cursor로 시작했던 AI 도구는 최근에 Codex를 거쳐 다시 Claude Code로 정착했다. 더 좋은 모델이 나오면 언제나 갈아탈 준비가 되어 있기에 정착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주력으로 쓰고 있다. 이 책은 전부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AI를 활용함에 있어 어느 정도 알려진 노하우도 있지만 개개인이 사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실제로 시중에 Claude Code 관련된 책은 별로 없어서 목차 자체만 봤을 땐 어떤 흐름을 갖고 이야기를 할지 호기심이 생겼었다.
책은 4주 차, 요일별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 번에 읽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책의 구성에 맞춰 적당한 플랜을 세우고 읽기에 나쁘지 않다. 1주 차와 2주 차는 설치와 세팅, 관련 기능 및 기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Claude Code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1주 차는 실습 없이 가볍게 훑어봐도 될 것 같다. 어떤 프롬프트 노하우나 내장 명령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예시가 아닌 실제로 설치와 실행, 그 외 익숙해지는 과정이 전부였다. 2주 차 초반까지의 내용도 사실 Claude Code를 n개월 사용한 사람에게는 이미 익숙할 법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좀 더 내용을 언급하자면, 초기 프롬프트 기법으로 많이 이용되었던 롤플레잉 기법을 고급 프롬프트 기법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엔 잘 안 쓰이기도 하는 걸로 알고 있어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롤플레잉보다는 아키텍처나 룰 세팅하는 데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게 더 적합한 결과를 얻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던 터라 더욱 그렇다. 그리고 단계별 사고 또한 물론 유용하지만, 이미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본 개발자라면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실은 노하우라기보다는 다소 내용이 기본에 충실한 감이 있다.
Claude Code 내장 도구의 내용은 공식 문서의 친절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Web search tool이나 Web fetch tool, TodoWrite 같은 도구들에 대해 공식 문서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몰랐던 내장 도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케이스도 있어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 있지 않아 아쉽다. 예컨대 예시로 제안해 주고 있는 ‘사용하지 않는 패키지를 찾아서 제거해줘’ 같은 경우도, 이미 이를 통해 의존성을 분석하고 관리해 볼 생각은 대부분의 개발자라면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AI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기보다 중간에 추가적인 프롬프트를 통해 방향성을 제안해 줘야 하기도 하고, 구체적인 프롬프트가 없는 경우 예기치 않은 사고(?)가 나기도 한다. 나 같은 개발자가 이 책을 통해 원한 건, 그런 과정상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하우였다. 자연어를 통해 뭘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은 Claude Code를 처음 사용해 보는 개발자라도 다른 AI를 통해 해봤을 가능성이 높기에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내용이었다.
3주 차로 진입하면 워크플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클로드 워크플로 전략’이라고 Claude를 강조한 타이틀이 붙어 있지만, 어떤 AI를 사용하더라도 적용 가능한 예시이기에 Claude 특화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특별히 Claude 내장 도구를 활용해 구성하는 워크플로 전략이라기보다는 기획을 포함한 전체 과정에 대해 어떻게 작업을 나누고 계획해 나가는지에 대한, 일종의 ‘솔로프리너 워크플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Mermaid를 활용해 아키텍처를 시각화하고, 어떤 기술 스택을 쓸지 검증하면서 구조 설계와 설정 파일에 대한 조언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가벼운 사이드 프로젝트라도 1인 개발을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자연스럽게 시도해봤을 내용에서 더 나아가는 느낌은 아니었다. 실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건 유의미하지만 특화된 노하우라기보다는 최근에 AI 기반의 헤비 유저들이 해왔던 내용들과 흡사하다.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는데, Claude Code를 포함한 AI의 엄청난 발전 속도와 각 회사 간의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노하우’라 할만한 내용은 웹 어딘가에 언제나 부유하고 있다. 매 요일 섹션의 끝자락을 보면 참고 자료 링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 과도기의 시기에서 과연 그 참고 자료들이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생겼다. 물론 각각의 노하우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겠지만, 저자의 관점과 과정을 기대했는데, 다소 참고 자료 기반의 평이한 내용에 아쉬움이 생겼다.
Claude Code가 공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가이드라 부를 만한 책은 시중에 나온 게 거의 없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이 출간되고 사람들이 사용하는 와중에도 다양한 방향성을 두고 빠르게 업데이트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가이드라 제안할 만한 내용을 정제해서 책으로 출간하기에는 책이 만들어지는 긴 과정에서 시의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도 하다. 새로운 모델이 나와서 각광을 받기도 하고, 당장 지난주에 노하우라고 말하던 내용이 큰 의미가 없어지고도 하는 그런 빠른 경쟁에서 뭔가를 정리해서 출판한다는 건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이 책의 대다수의 내용은 프롬프트를 실행하고 실행 결과의 출력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탓에 애초에 두꺼운 책이 아니기도 하지만, 매일 1시간, 4주 학습 커리큘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략 훑어보는 데 하루면 충분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구매 플로우에 대한 E2E 테스트를 Playwright로 작성해줘’라는 프롬프트의 응답 결과를 2페이지 넘게 실려 있는데, 이 응답 값의 전체 내용을 인쇄된 글자로 볼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YAML 형식을 작성해달라는 프롬프트의 결과는 5페이지를 할애해서 실려 있는데, 이 명세의 응답 값이 그렇게까지 유의미할까. 어떤 응답 값이 와서 어떤 추가적인 시도를 했더니 좀 더 원하는 응답이 왔다는 식의 저자의 노하우가 녹아 있는 접근이었다면 아마도 좀 더 유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책 자체는 친절하다, 터미널에 입력하는 내용부터 출력되는 내용까지 꽤나 상세하게 언급하고, 순차적인 프롬프트 내용을 담아 실습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막힐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발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내용은 알겠다. 다만 이건 다른 에이전트, 혹은 다른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이 가진 타이틀은 그 관점에서 큰 의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클로드 코드 효율 극대화하기’ 파트에서는 ‘CoT(Chain of Thought)’나 ‘Sequential Thinking’ 같은 사고 전개 방식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애초에 잘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고 Claude Code에 한정된 내용이 아니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자료를 참고삼아 여러 가지 접근 방식의 소개는 유용하고, 빠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시의성 있는 정보를 책이라는 제약 있는 공간 안에서 풀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임을 알지만서도, 특정 모델을 강조한 책 제목에 비하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당장 Codex를 사용하면서 관심을 두지 못한 사이에 Claude Skills 기반의 SDD(Spec-Driven-Development)가 각광을 받고 있고, GitHub는 Spec Kit을 내놓고 스펙 주도 프로세스를 잡아가려 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활용 방법이 나와 있는 현시점에 책으로 개발자의 AI 활용을, 특히나 특정 모델에 대해 풀어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관련 서적이 적은 이유를 이렇게 몇 없는 책을 통해 알게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