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터즈 PM 하면서 [❓]만 잘 했다면...

­가은·2024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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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터즈 PM 한 썰 푼다... (+ 면접 질문 공유)에 이어 드디어 2편을 작성한다.
1편을 보고 와도 좋고, 보지 않아도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1편에서는 넥스터즈에 들어가게 된 계기부터 아이디어 발제, 발표, 팀 빌딩까지 다루었다.
2편에서는 본격적인 넥스터즈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편은 1편처럼 시간 순서대로 과정을 이야기하는 글은 아닐 것 같다.
이번에는 넥스터즈 PM 활동을 하며 고민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위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넥스터즈 활동 전반에 대한 것이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경험 등 말하고 싶은 것은 참 많지만.
이것저것 이야기하다보니 글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아서,
내가 했던 고민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춰보기로 했다.

사실 1편을 쓸 때까지만 해도 프로젝트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났는데...
넥스터즈 활동이 끝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는 기억이 많이 흐려졌다.
그 사이에 이것저것 일이 많아서 블로그를 거의 작성하지 못했는데 참 아쉽다.

아무튼 바로 본론으로 가보자.




🍞 어디까지가 PM의 역할일까

PM이라...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하며 팀에 PM이라는 포지션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딱히 보고 들은 건 없지만, 그냥 내가 생각하는 동아리의 PM은 이랬다.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원들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

상당히 거창한 느낌이다.
동시에 모호하기도 하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프로젝트 과정 내내 어디까지가 PM의 역할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실 잘 모르겠어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했다.
PM이라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가 다른 팀 PM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넥스터즈라는 동아리 자체도 처음이라 이곳의 PM들은 보통 어떤 일을 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었다.
내가 생각한 넥스터즈의 PM은 기획자 겸 팀장의 포지션이었는데, 그렇다면 팀장과 기획자는 어떤 일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넥스터즈 활동의 후반부, 그리고 활동이 끝나고 나서 몇몇 분들과 이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어떤 분이랑 이야기해보면 '아 이것까지 내가 했어야 했구나' 싶었고, 또 다른 분이랑 이야기해보면 '이건 내가 할 부분이 아니었구나' 싶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마다 PM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회사의 PM 직군이 아니라,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동아리의 PM이다보니 그 역할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 같았다.

사실 난 아직도 '어디까지가 PM의 역할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잘 모르겠다.
팀의 목표 달성을 중심으로,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하면 되는게 아닐까.


🍞 팀원들과 어떤 사이로 지내야 할까

일단 우리 팀은 거의 다 존댓말을 사용했다.
디자이너 두 분은 서로 말을 놓았는데,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말을 놓지 않았다.

난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하며 말을 놓은 적이 거의 없었다.
말을 놓고 너무 친해지면 프로젝트를 할 때 해야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프로젝트 기간 동안은 팀원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후회되는 점 중 하나이다.
즐겁자고 하는 동아리 사이드 프로젝트에 너무 T스럽게 접근한 것 같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다른 팀 PM과 이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때 이야기하면서 깨달은 점은, 이런 프로젝트는 팀원들 간 유대감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작업만 하는 로봇도 아닌데.
다같이 으쌰으쌰해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팀원들 간 정서적인 교류가 분명히 필요했다.
프로젝트의 무언가가 마음에 안들고 의욕이 떨어지더라도, 프로젝트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팀원들 간 유대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의도치 않게...우리 팀은 넥스터즈 8주간 한 번도 다같이 모여서 논 적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오프라인 회의때도 딱 회의만 하고 헤어졌고, 이외에 따로 모여서 보드게임 카페를 간다거나 술을 마신 적도 없었다.

아쉽게도 우리 팀원들은 회식에 잘 참여하는 편도 아니었다.
나는 8주 내내 회식에 참석하면서 오히려 다른 팀 팀원들과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우리 팀도 팀 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때쯤에는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 다들 작업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때였다.

물론 우리 팀이 어색한 사이라는건 절대 아니다 🤨
2달동안 매주 만났으니 어색하기도 쉽지 않음...
단지 프로젝트와 상관없이 만나서 놀며 친해지는 시간이 적었던 게 아쉬울 뿐이다.
더 편한 사이로 지냈다면 프로젝트를 더 재밌게,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음 주제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 팀 노션 사진첩 첨부해본다.
사이가 안좋다는 오해는 말아줬으면...


🍞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일정대로 끝낼 수 있을까

나는 이전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개선해보고 싶었다.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은 일정 관리였다.
일정이 밀리고 밀려서 마지막에 쫓기듯 개발을 하게 되고, 코드의 퀄리티도 상당히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목표하던 기능을 다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꼭 일정 관리를 잘 해서 막판에 얼레벌레 개발하는 불상사를 막고 싶었다.

이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디자인이 너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마지막 굉장히 짧은 시간동안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이 갈렸던 기억이 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어떤 프론트엔드 개발자분께서, 일정상 안되는 것들은 안된다고 딱 잘라서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셨던게 계속 생각이 났다.

사실 그래서 PM의 역할 중 하나는 프로젝트가 일정대로 잘 흘러가도록 적절히 팀원들을 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과 개발 일정을 픽스해놓고, 정해진 기간이 넘어가면 하던 것이 덜 끝났더라도 일단 넘어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이든 개발이든 수정하려면 계속 수정할 수 있기에 적당한 선에서 끊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일정이 급하면 특정 작업을 빨리 마무리해달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각자가 맡은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서로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팀원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고 느끼면 나도 덩달아 열정이 식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회의를 하고, 회의하지 않는 날에는 주기적으로 각자 진행상황을 공유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프론트엔드가 상당히 열정적으로 작업해서 백엔드분들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다 🥰

그냥 여러모로 프로젝트 과정이 쳐지지 않게, 내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프로젝트가 일정대로 잘 흘러갔냐고?

아니...
...
...

당연하지만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애초에 직장인이 많은 넥스터즈 기준으로 MVP를 너무 크게 잡은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MVP를 작게 잡겠다고 다짐했는데,
모두가 하루종일 시간을 쓸 수 있는 부스트캠프에서 프로젝트를 하다 와서 그런지 현실 감각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당연히 일정이 밀릴 것을 감안하고 계획을 짰는데도 생각보다 더 밀려버렸으니...

직장인분들께는 빨리 작업해달라고 재촉하기가 힘들었다.
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다들 재밌자고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너무 부담을 주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내가 개발자이다보니 디자이너분들의 작업 일정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이게 뭐 내가 재촉한다고 해서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

일정 관리에 대해서는 '이것 때문에 계획대로 안됐어!' 라고 딱 잘라서 말은 못하겠다.
그냥 여러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영역은 정말 내가 더 경험해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프로젝트를 더 하다보면 점점 일정 관리 스킬이 늘지 않을까.


🍞 기획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할까

이전에 디프만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user servey, in-depth interview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본격적으로 기획단계를 거친 기억이 있다.
하지만 4-5달 가량의 기간동안 진행하는 디프만과 달리, 넥스터즈는 2달의 시간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넥스터즈에서는 기획에 거의 시간을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 팀은 서비스를 출시해서 수익을 낸다거나 하는게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획단계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난 기획에 많은 공을 들이지 않았고, 기획에 관한 배경지식도 많이 부족했다.
물론 배경지식이 부족했다는건 정말 핑계다.
부족한 만큼 더 공부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난 PM이기 이전에 프론트엔드 개발자이기도 했다.
우리 팀에는 나 포함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둘뿐이었기 때문에, 내가 PM이라는 이유로 개발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다른 팀 PM분들과 이야기해보니, 개발/디자인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PM 역할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는 아이디어 발표 때도 프론트엔드 인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PM의 역할까지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내 오만이 아니었을까...
내가 직장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으니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발자로서의 역할에 시간을 많이 쏟느라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 PM을 또 하게 된다면, 개발자의 역할은 어느정도 내려놓고 하는게 PM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최종발표를 들어보니 기획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한 팀도 있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내가 2달짜리 프로젝트라고 너무 가볍게 생각했구나...

또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기획에 관한 사항들을 정확히, 자세하게 문서로 남겨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매 회의마다 항상 모든 팀원이 참여하는 게 아니고, 다같이 있는 자리더라도 2-3명씩 각자의 대화가 오갈 때가 많다.
내용을 들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
그래서 구두로만 논의한 사항들에 대해 팀원들이 서로 다르게 생각한 부분들이 존재했다.
최종발표 전 주까지도 나와 디자이너분이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고 상당히 충격받았다.

회의할 땐 항상 회의록 작성을 원칙으로 했는데, 막상 오프라인으로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적지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기획에 관해서는 무조건 문서로 잘 정리해서 모두가 완벽하게 이해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하자.


🍞 그래서 난 성장했을까?

했다...
한 것 같다...

지금까지 항상 팀에서 막내였고 (물론 이번에도 그러긴 했지만...),
특히 직장인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면 거의 따라가기만 했다.
이번에는 주체적으로 프로젝트 전반에 대해 고민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물론 이전에 책임감 없이 했다는건 절대 아니다...
프로젝트든 스터디든 내가 팀원을 모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난 항상 진심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팀장이라는 포지션이 공식적으로 부여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2달 내내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계속 심신이 넥스터즈에 묶여있었던 것 같다.

팀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팀이 잘 굴러갈지 생각하고, 그렇게 싫어하던 발표도 많이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이 고민하고 배우고 성장했다.

하지만 사실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 성장 과정에 팀원들이 희생된거면 어떡하지', '팀원들이 더 좋은 팀에서 더 좋은 PM을 만났다면 더 멋진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들.

그래도 나에게 계속 좋은 말을 해주고 응원해주신 넥스터즈분들 덕분에 힘을 많이 얻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나도 더 좋은 PM, 좋은 팀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또 PM을 하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지식의 부재, 경험의 부재... 이런 것들도 결국은 다 핑계일 뿐이니까.




++ 내내 PM에 대한 이야기만 해서 조금 아쉬우니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해서도 아주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는 솔직히 엄청 빡세게 굴렀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재밌는 기능도 많이 구현해봤다.
코드리뷰를 열심히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프론트엔드 PR리뷰만 500개정도 된다.

또 모든 개발 과정에서 이유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는데, 함께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그런 것에 진심이셔서 나도 정말 많이 배웠다.
단지 다른 팀원이 나보다 잘한다는 이유로 대충 수긍하고 넘어가지 않고, 하나하나 각자의 의견을 나누고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과정이 좋았다.
이것 외에도 이전 프로젝트들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많이 개선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넥스터즈라는 좋은 동아리에서 이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다들 넥스터즈 한 번씩 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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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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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8일

다음 기수에도 pm 해주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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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

진짜 공감이 많이 되네요...!
2편도 재밌게 읽고갑니다
25기 끝날때 3편도 기대할게요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