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어과 전공, 경제학과 부전공.
마케팅 인턴, 상품운영팀 MD로 근무.
그리고 개발자 준비.
전혀 연관성 없는 분야들을 지나오며 왜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걸까?
돌아보면 스스로 가졌던 질문과 그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만든 길이었기에, 구불구불하지만 나만의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인도에 진출한 한국 스타트업 관련 마케팅 대외활동에 참여하면서 마케팅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마케팅 직무를 희망했을 때는, 조금씩 마케팅 공부와 관련 활동을 하면서 답답함이 느껴졌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모션을 기획해도 결국 실무와는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졌고, 이게 그래서 얼마나 현실성있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이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로스 마케팅 인턴으로 일했다. 마케팅보다는 그로스 마인드셋을 가지고 효율화와 개선을 중점에 두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러한 과정을 데이터에 기반해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인턴이었던 기업은 성인교육 컨텐츠 분야였는데, 신규 런칭준비중이었던 코스의 채널 io를 활용한 사전 수요조사와 랜딩페이지 기획/제작을 맡게 되었다. 이 때 보다 프론트 영역을 구성함에 있어서 다양한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개선과정에 깊이있게 참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특성을 가진 업계 중 하나가 이커머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무보다는 업계에 초점을 맞추어 해외향 역직구 플랫폼 스타트업의 상품운영팀으로 입사했다.
한국에서 해외 배송 상품을 직구하듯이, 반대로 한국의 상품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플랫폼으로,
8개국가의 해외교민들을 주요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는 '상품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관여했다.
더군다나 상품을 다루는 이커머스 기업에서는, 상품운영팀의 역할의 비중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가장 많이 상품의 데이터를 접하고 우리가 하는 실험에 따른 고객의 행동 변화를 예민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프로세스 전반에 관여하면서 끊임없는 개선과 효율화를 고민하며 깊이 이러한 과정에 관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발인력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많은 일들이 수기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일들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효율화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무작정 찾아보고 공부해 적용해보기 시작했다.
파이썬으로 로우 데이터를 가공했고, RPA를 만들어 단순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품을 일일히 찾아 넣는 대신 크롤링해서 자동으로 노출영역에 등록하도록 만들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얼마나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지를 실감했고,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프론트엔드 개발자 직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게 되었다.
- IT 서비스 제품에 깊이있게 관여할 수 있는 직무
- 디자이너, 마케터와 함께 사용자와 맞닿아 UI,UX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직무
-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직무
- 그리고... 의외로 적성에 맞는 직무
코딩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RPA하나를 만들기 위해 퇴근 후와 주말 모두 무작정 코딩하고, 뭐가 안돌아가는지 확인하고, 발생한 에러를 구글링해가며 찾아 해결하고...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적성에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마케팅부터 상품운영까지, 경험해보았던 직무에서 느꼈던 갈증과 목표를 달성하기에 개발자가 정말 좋은 직무라고 느껴왔기 때문에, 적성에만 맞는다면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었다.
2달간 퇴근 후 시간을 쪼개 공부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자바스크립트 문법과 순수 자바스크립트 프로젝트를 가장 쉬운 규모부터 찾아 진행했다.
꾸준히 공부하면서 개발에 점점 욕심이 생겼다. 이 때쯤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하루를 온전히 투자하여 개발공부를 시작해보기로 마음먹고 퇴사하여 본격적으로 온종일 개발 공부에 매진했다. 매일 알고리즘 풀기, 매일 1개씩 순수 자바스크립트 프로젝트 진행하기, 리액트 기초 등등 한달 반동안 멘땅에 헤딩해가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적어도 나는
라고 결론을 내렸고, 위코드에 합류하여 본격적인 개발자 커리어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개발 공부하면서 즐겁게 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요즘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아, 이것도 블로그에 써야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끊임없이 배우고 기록해야 하는 개발자의 성격이 곧 나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즐겁게 임할 수 있는 것 같다. :)
한번 코드를 작성해 기능을 구현했더라도 볼 때마다 어떻게 더 좋은 코드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궁무진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것이 개발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보고, 고민하고, 리팩토링할 때마다 새로운 답을 찾아내는 것 같은 재미가 있는게 개발의 묘미이지 않을까.
물론 배우는 입장에서의 개발과, 실무에 투입되었을 때 마주하는 개발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것,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둔 프로젝트는 당연히 재미있을 것이고, 해야 하는 것, 시간은 없고 여러 제약을 수반한 실무는 때때로 지루할 수도,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이 무조건 재미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적어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성장과 성취에 대한 보람으로 끈기 있게 극복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은 있다! 💪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역시 협업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 마음대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어려움도 없고, 실무에서의 의미도 없으니까.
어떻게 일관된 코드스타일과 컨벤션을 유지하면서, 공통로직을 분리해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원활하게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소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애자일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경험과 팀 차원에서의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코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