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Lv. 11 - 80:20 법칙

규라리 [김준호]·2022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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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거 패치할 시간에 스킬 버그 좀 고치라고!"

게임을 하다보면 "일을 하고도 욕을 먹네"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보통 플레이어들이 해결해주길 바라는 것들은 뒷전이고 다른 것들을 우선적으로 내놓을 때 듣는 말이다.
게임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그럼 신규 콘텐츠는 내지도 말라고?"라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플레이어들이 신규 콘텐츠를 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플레이어들이 느끼고 있는 불편함이 신규 콘텐츠가 줄 수 있는 즐거움보다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 만약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신규 콘텐츠를 왕창 내놓는다면 어떨까?

"이만큼 만들 시간은 있으면서 왜 그건 안고치냐고!!!" 꾸짖을 갈

아차; 플레이어들이 더욱 화가 난 것 같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대체 그 스킬 버그가 뭐길래 다른 건 눈에 보이지도 않는걸까?

오늘 함께 알아볼 내용은 "80:20 법칙"이다!


"모든 자원의 80%는 제어 인자의 20%가 통제하거나 주도한다"

80:20 법칙은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한다. (파레토, 또 너야?)
파레토는 1906년 조국인 이탈리아의 국토 중 80%를 20%의 인구가 소유하거나 통제하고 있으며, 다른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심지어 세계 부의 80%도 20%의 인구에 의해 통제되고, 텃밭의 완두콩마저 80%가 20%의 콩깍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다!
파레토는 이후 80:20 법칙이 부와 재산권의 영역을 넘어 더 많은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게임 개발에서는 핵심 기능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80:20 법칙을 사용한다.
80:20 법칙을 생각하면 쓸모 없는 기능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핵심 기능이 뒷전이 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겪는 경험의 80%를 만들어내는 기능은 모든 기능 중 20%밖에 되지 않는다.
매력적인 기능이 많은 게임들도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즐기는 대부분의 시간, 즉 80%의 시간을 점프, 공격, 장비 업그레이드 같은 약 20%의 핵심 기능만을 사용하면서 보낸다는 것이다.
개발자들은 이런 특성을 인지하고 핵심 기능의 버그를 수정하고 개선하는 데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개발자들은 게임의 각 기능들이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개발자들이 플레이어들의 주요 경험을 만드는 핵심 기능이 뭔지 모르고 있다면, 플레이어들의 관심이 적은 기능을 개발한다고 일정을 모두 소모해버리고 게임 월드와 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능들이 부실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에 이야기했던 "일하고도 욕을 먹는 이유"를 예시와 함께 살펴보자!
오늘도 내가 아주 좋아하는 <메이플스토리>가 열일을 해줄 것이다! (메이플 개발자들이 일을 안한다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

이건 내 캐릭터의 단축키 세팅 창을 캡처한 이미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 볼 점은 단축키에 세팅된 기능들그렇지 않은 기능들이다.

단축키는 플레이어가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기능들을 버튼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열어볼 수 있게 해준다.
그 말인 즉슨, 단축키에 올라가 있는 기능들이 플레이어들이 가장 자주 찾는 "핵심 기능"이란 것이다!
단축키에 올라가 있지 않은 기능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럼 올라간 기능들은 몇개나 될까?

보라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스킬", 빨간색으로 표시된 영역은 "대화 기능"이다!
이미 절반 이상인 38개의 단축키가 단 두 가지 기능으로 가득 차버린 것에서 핵심 기능이 어떤 것인지 한 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는 MMORPG답게 능력치 창, 스킬 창, 장비 창같은 스테이터스 창과 아이템 창, 스킬과 점프 말고는 사용하는 기능이 많지 않다. 그 밖에도 정말 많은 기능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핵심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 소수의 기능들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플레이어들이 신규 콘텐츠보다 스킬 버그 해결을 더욱 기다린 이유를 알 것 같은가?
해당 게임은 아마 스킬을 활용한 전투가 핵심 플레이였겠지만, 플레이어들이 크게 관심 가지지 않던 여러 기능들을 먼저 추가하려고 자원과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로부터 질타를 받게 된 것이다.


이런 80:20 법칙은 기능 개발의 우선도를 정하는데도 유용하지만, 게임의 전체적인 개발 흐름에 크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빡세게 디자인해야 할 구간"을 정할 수 있게 해준다.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진입하는 신작 게임같은 경우에는 초기에 플레이어들이 신규 캐릭터를 생성하고, 이후에 서브 캐릭터들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도입부를 질리도록 많이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반면에 플레이어들이 아직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의 후반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후반부보다는 도입부에 집중해서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우리도 80:20 법칙을 지킨다면 핵심 플레이는 점점 완벽해지고, 개발에 필요한 자원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별 이상한 기능들을 추가한답시고 프로젝트 마감 기한에 쫓기곤 했지만...

아무튼! 여러분들도 앞으로는 80:20 법칙을 항상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럼 오늘도 Level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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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학교 게임학과 (201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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