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자라기> 읽으면서 이 글 원문을 보고싶었는데
이글루스가 사라지면서 블로그 자체도 통으로 사라졌나보다...
원문 긁어놓은 사람들의 글을 발견해서 이렇게라도 한 번 봤다.
Congnitive interview에 관해서도 더 찾아봐야겠다.
오픈마루에서 인턴을 모집합니다. (제가 인턴 구인 과정을 컨설팅해드리고 있습니다. 아마 실제 면접에도 제가 참여할 겁니다.)
저는 사람을 뽑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사람을 뽑으면서 들은 최고의 찬사는, "이렇게 재미있는 면접은 평생 처음이었어요"와 (집단 면접 후) "이 분들과 모두 함께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번 기회로 저에게 정말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였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사람을 잘 뽑는 방법, 관련 서적, 인터뷰 비법 등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인터뷰를 잘 하는 방법을 한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다음 인터뷰 상황을 한번 보시죠.
인터뷰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그 방향이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인터뷰이: 흠... 우선 프로젝트 매니저와 상의를 해보겠죠. 그리고는...
밋밋하고 식상합니다. 예상되는 답변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질문한 사람 스스로도, '에이, 질문 잘못했군'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질문한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모두 재미가 없습니다.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엉성한 질문에는 엉성한 답변이 나오기 쉽습니다. 저런 일반적인 질문에는 답변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상적이고 이성적인 대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할지와는 큰 관련이 없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대답을 하는 당사자도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는 겁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방향이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나요? 그 때 얘기를 좀 해주세요.
인터뷰이: 아.. 예. 2년 전인가 그랬죠. 어쩌구 저쩌구.
인터뷰어: 당신은 그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셨나요?
이러면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물론 거짓말 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이 때 잡아내지 못하죠, 나중에 레퍼런스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을 행동 설명 질문(behaviour-description question)이라고 합니다. 진실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 밀도도 더 높습니다.
답변자가 일반화한 답변을 하려는 경우 이에 응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 에... 저는 통상 어쩌구 저쩌구 하죠.
인터뷰어: 지난 주에는 어떻게 하셨나요? (혹은 가장 최근의 경험을 말씀해 주세요)
인터뷰이: 사람들은 보통 ~ 하지요.
인터뷰어: 당신의 경험은? (그 때 과정을 차례 차례 짚어 볼까요?)
될 수 있으면 직접적인 경험담을 말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답변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요약해 답변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답변자의 시선이 먼 곳을 향하면서 입에서는 "2003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가을날 저녁이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띵띵 불은 우동면발을 지켜보면서 모 팀장의 일장 연설을 듣다가..." 이런 식의 말이 나오면 잘 되고 있는 겁니다.
답변자가 대답을 고민하고 주저할수록 거짓말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실제로도 미래에 그렇게 행동할 확률이 낮은 진술을 말합니다.
통상 일반화된 진술보다는 일차적 경험의 미래 예측능력이 높고, 또 그 경험이 좀 더 최근의 일일수록, 혹은 그 사람에게 미친 영향이 클수록 미래 예측능력이 높습니다.
이 원칙은 사용자 연구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자신들의 베타 버전을 잠시 시연해준 후) 이거 쓰면 어떨 것 같나요?", "네이버 검색 좋아하세요?", "왜 그걸 삭제하세요?" 등의 질문은 거짓말을 들을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첫번째 질문에는 분위기 상 부정적 답을 하기 어렵고,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두번째 질문은 단답형 질문이고 밀도 높은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세번째는 사용자도 잘 모릅니다. 사용자는 이성적인 답변을 즉석에서 만들어 낼 겁니다. 그것보다 그 사람이 최근 했던 경험을 순서대로 따라가 보세요(walk-through). 사용자 자신도 자신의 행동 패턴에 놀라게 될 겁니다. "오! 제가 이런 식으로 작업해오고 있었군요!!!" (물론 가능하다면 실제로 그 자리에서 그 경험을 해보도록 하고 그걸 직접 관찰하는 것이 더 강력합니다)
실제 상황을 약간 각색한 다음 사용자 인터뷰를 한 번 보시죠. 사람들의 일상 생활로부터 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 직장인을 인터뷰 하는 중입니다.
인터뷰어: 메모를 얼마나 자주 하세요?
회사원: 안해요.
인터뷰어: (당황하기 시작한다) 정말요?
회사원: 네.
인터뷰어: 다이어리 같은 것도 안 쓰세요?
회사원: 안쓰는데요.
인터뷰어: (전략을 바꾼다) 오늘 아침에 직장에 출근했을 때로 돌아가 봅시다.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습니다. 뭘 하셨나요?
회사원: 우선은 오늘 만날 사람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 옆에 붙여 놓았죠.
인터뷰어: 책상 위에 무엇들이 붙어있나요? 그 모습을 그려주실 수 있을까요?
회사원: (종이 위에 자신의 책상 위 물건 배치를 그리면서) 이건 뭐구요, 저건 뭐할 때 쓰는 거지요.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었군요. (쓱쓱)
인터뷰어: 그 다음엔요?
회사원: A4 이면지를 한 장 꺼내어서는......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죠.
(얼마 후)
인터뷰어: 실제로는 메모를 많이 하시네요?
회사원: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사람들이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궁금하다면, "사람들은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갈까요?"라고 묻기보다, "당신은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가 더 낫고, 그것보다는 "당신은 이번달에 서점에 몇 번 갔나요?"가 더 진실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의 경계 바로 밖에 있는 것들을 물어보는 것도 종종 의외의 가치있는 정보를 줍니다. 예를 들면 지난 번에 서점에 가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서점을 나와서는 어디로 가셨어요? 등등
기획자가 사용자에게 쉽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제품/서비스가 있으면 좋으시겠어요?"인데, 이것 역시 그렇게 효과적인 질문이 못됩니다. 대신 뭔가 최근에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걸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반대로 매우 불편한 경험을 듣거나요. 사용자가 만들어 달라는 대로 만들어 줬다가 "어 미안해요, 써보니까 이거 별로네요"하는 답변 들어본 경험 많으실 겁니다.
이런 행동 설명 질문은 구인 면접이나 사용자 연구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넓은 영역에 적용가능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싶다면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세요. 더 유용할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습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포함합니다. 자신에게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는 것으로 자신이 의식적으로 모르던 사실을 캐내어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자신이 기획자라면 스스로에게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는 것으로 많은 제품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제 내가 Y문고에 가서 뭘했더라? 맞아.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검색대를 찾으러 갔지. 그러고는? ..."
쉽게 수긍할 수 있고 또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좋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이 질문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습관과 훈련이 안되어 있다면 한동안은 질문하면서 항상 머리속에 상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보면 곧 느끼실 겁니다. 그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 김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