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럭스🦾] 18일 차

hotbreakb·2022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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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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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출퇴근 길에는 스토너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살갗까지 느껴지는 표현을 읽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

이전에 했던 웨이팅 프로젝트는 QA를 돌리는 중이다. 정확한 내부 사정은 모르겠지만 많이 밀려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나에게 전달된 사항은 없다. dev로 올려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OK 사인을 받으면 그때 master로 올려서 배포한다.

현재는 키오스크에 들어가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사이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10개가 넘는데, 이것들이 누적되어 오면서 코드 정리가 되지 않아 얽히고설킨 상태이다. Modal 컴포넌트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는 js였기 때문에 내가 사용하려는 모달 마저도 js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드를 작성할 때마다 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던 것인지, reactstrap이라는 라이브러리에서 Modal을 끌고 오기도 한다. 최상단에는 또 다른 Modal.js가 있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나는 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팀장님께 찾아가 상황을 말씀드렸다. 이 코드 덩어리에 내 코드를 추가하게 되면 어쨌거나 용량이 늘어나고 기존에 있던 것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된다. 이 선택이 옳은 건지 여쭤보았다. 일단 기존에 있던 코드는 전부 리팩토링 대상이기 때문에 최대한 쓰지 않는 게 좋고, 차후에 다른 작업을 하면서 오래된 코드를 쓰는 걸 보았을 때 조금씩 코드를 바꾸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절대 한 번에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은 덜어둬야 한다, 천천히 길게 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들은 직후에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싫었다. 이왕 들어왔으면 한 획을 긋고 싶었다. 이 생각에 사로잡혀 퇴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침울하게 보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며 나는 좋은 일만 겪은 온실 속 화초라는 걸 뉘우쳤다. 이전 회사에 있을 때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거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었고,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맡은 것도 복잡한 로직이 없는 거라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나는 경험이 없는 어린 아이였던 것이었다. 팀장님께서 매일 나에게 천천히 하라고 하셨는데 이걸 이제서야 느꼈다.

이전 회사에서 3개월을 보내면서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게 어렵다는 걸 느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니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무언가를 짧은 시간에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래서 주위에 계신 분들이 멀리 보라고 말씀을 해주셔도 귀담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전체 코드에 쉽게 손대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

이 뒤로 풀리지 않는 목걸이 덩어리처럼 꼬인 코드들을 보며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거라고 100번 되뇌고 쉽게 코드를 바꾸려는 생각을 버리고 있다. 당장은 내가 맡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모달을 추가하고 새로운 테이블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차후 기존에 있는 코드를 수정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조금씩 개혁하고 싶다. 언젠간 지금보다 로딩 속도가 빨라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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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프론트 개발자, 헬렌입니다.

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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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글 잘 보고 있어용 헬렌님은 어디서든 잘 하실 것 같아요 🙆‍♀️ 언제나 응원할게요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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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3일

글은 5일전에 봤는데, 뭔가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지금 남겨보아요.
"페이크럭스에서 365일 차 게시물을 보고싶습니당!"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