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

Hyeri·2022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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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Matt Haig (노진선 옮김)

지금까지 쓴 "책 읽기"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너무 좋아서, 적어두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입사 8개월+𝛼, 재택 8개월+𝛼 가 되니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매일 집에만 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괜히 마음이 공허해져서(왜그랬는지 아직도 모름ㅎㅎ) 잡생각 떨칠겸 책 읽자!
연초에, 남은 회사지원금 다 쓰려고 왕창 샀던 책 중 하나인 미드라잇 라이브러리를 읽었다.

지금 마음에 이 책을 읽은게 신의 한수.
하필 어떻게 딱 이런 내용의 책을 읽었나. 너무 좋았다.
공허한 마음이 없어진 것은 둘째치고, 삶의 활력까지 생겨버렸다.


주인공 로라시드는 항상 스스로 한 발 물러서며 결국은 수많은 후회를 안고 산다. 본인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서 아니, 사랑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증오해서,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다가 죽음과 삶의 사이 어딘가(그녀에게는 도서관의 형태로 나타났다)에서 본인이 살 수 있었던 무한한 여러 삶을 체험한다.
하지만 그 어느 삶도 100% 만족할 수 없었다. 완전한 본인의 삶도 아니었다. 다중 우주에 존재하는, 자기자신이자 자기자신이 아닌 로라시드의 삶인 것이지.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완벽한 삶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마침내 원래 자신이 살던 인생을 '살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도서관(삶과 죽음의 어딘가 공간)에 있던 후회의 책의 내용도 지워졌다. 그녀가 여러 다른 삶에 들어갔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본래 삶에서의 후회들이 조금씩 사라졌기 때문이다.


후회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후회는 과거, 미래와 모두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날에 후회.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미래를 생각하는 것.

과거 파트로 가보자.
나는 후회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 아닌가 거의 잘 안하는 것 같기도.
후회의 생각이 들었을 때 그것에 매몰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후회한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인생에서 큰 후회 이런건 아직까지는 없고... 오래 전에 했던 후회들은 기억에 없고..
최근에 생각한 아쉬움, 약간의 후회스러움은
나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고 나를 좋아해주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몇몇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안좋은 사이, 별로인 사이가 된건 아니고 그냥 아주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지인에 친근함 한방울 정도 떨어뜨린.

이런 생각이 떠오른 와중에 책을 읽고 나니 더이상 후회가 아니것이 되었다.
그저 그때에 그들에게 감사함과 아쉬움정도로 남겨두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을 베풀고 마음을 표현하기로 했다.
아쉬운 그들과 인연이 된다면 안부를 넘어서 얼굴을 보게 되겠지.

이번엔 미래 파트로 가보자.
한번 사는 인생, 간지나게 살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살았고 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간지는 본인의 직업에서 전문성이 있고, 자기 발전을 도모하며 사는 것이기에.
아 그런데 몇 주전(사실 책을 읽은지 2주정도 돼서ㅎㅎ) 게으른 시기였다. 머릿속으로는 이거저거 다 해야한다 생각하면서 몸은 따라주지 않는. 다 알죠? 이느낌? 하하
재택하며 직장인인지 백수인지 모르게 살다가,
마음의 생기가 돌았다! 의지가 생겼다! Thank you, author.

무슨 활력이, 어떤 의지가 생겼냐!
게을러진 나를 일으킬 수 있는 마음, 실천할 수 있는 용기 😎

내 스스로 가장 훌륭한 실천은 영어!! 진짜로 시작했다 😁
영어로 프리토킹하는게 버킷리스트이자 로망인데...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살았다. 그러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개발과 관련된 공부를 해야해서, 취업을 해야해서 등등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항상 했던 것 같다(게다가 영어 울렁증도 있음).
이제 취업까지 하고나니, 앞으로 커리어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해외에 가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게 첫번째 포인트. 지금까지는 영어잘하면 멋있잖아~ 정도였던 것에서 나름의 동기가 생기니,
그전까지 달리기하는 선수들 보면서 나도 잘 뛰고싶다 지켜만 보다가 처음으로 나도 뛰어봐야겠다 하면서 출발선에 선 느낌?! 근데 아직 뛸 용기까지는 장착하지 못해서 계속 출발선에서 머뭇머뭇. 조금만 더 체력을 키우고 다시 와서 뛸까?(=조금만 더 혼자 공부하고 원어민과 대화를 시도해보자)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알 수 없는 용기로 그냥 질렀다. 게으른 내가 미룰 수 없게 '영어를 해야하는 상황' 속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엄청난것처럼 말했는데 사실 이번주부터 화상영어를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2번했다ㅋㅋㅋ
그치만 엄청난것이 맞다. 아주 큰 용기를 낸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로.


나의 인생은 매 순간 마다 내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이 책이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기에,
나의 삶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갈 것이다.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 로라시드가 원래 살던 인생으로 돌아가는 순간, 을 적어두고 싶다.

불에 타지 않은 유일한 책. 완벽한 초록색을 유지한 채 그대로 있었다.
노라는 열기에 움찔거리며 책등 위에 조심스럽게 검지를 걸어 선반에서 책을 꺼냈다. 그러고는 늘 하던 대로 책을 펼치고 첫 장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유일한 차이점은 첫 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책 전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백지였다. 다른 책처럼 이것 역시 그녀의 미래였다. 하지만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의 미래는 아직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삶이다. 그녀의 본래 삶.
그리고 백지였다.

...<중략>...

그녀가 가진 단 하나의 진실이자, 이제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진실, 타협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대놓고 환영하는 진실이었다. 노라는 그 진실을 서둘러, 하지만 종이 위로 펜촉을 꾹꾹 눌러가면서 확실히 적었다. 대문자, 일인칭 현재 시제로.
그녀에게 가능한 모든 인생의 씨앗이자 시작인 진실. 예전에는 저주였으나 이제는 축복이 된 진실.
다중 우주의 잠재력과 힘을 간직한 간단한 문장이었다.

나는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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