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일곱 - 존버의 법칙

Hyeseong·202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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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거 없다.'는 뉘앙스의 말만 들어도 온 신경이 곤두섰다. 내 나름대로는 21학점을 복전으로 꽉꽉 채워 듣고 매일 온라인 강의를 듣고, 매일 쏟아지는 과제를 해내고, 주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라서 전혀 모르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강의를 몇 번씩 돌려보면서 공부하고, 브런치를 쓰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고 보정하고 글을 써서 올리고, 블로그를 쓰고, 책을 읽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서 기획을 하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데 그게 부모님의 눈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놀고먹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서운했다.

오빠는 2년제 대학을 자퇴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놀다가 군대를 다녀와서 부모님의 여태까지의 이론 대로라면 알아서 취직해서 살아야 하는데 생활비와 학원비를 모두 지원해 주시고 계신다.
그런데 나한테는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자꾸만 몰려와서 더 서럽게 느껴졌다.

'왜...? 왜 나한테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내 삶을 앞으로 끌고 나아가고 있는데 4년제 대학에 비록 원하는 소재의 원하던 대학은 아니지만, 오빠가 채워주지 못한 것들을 내가 채워준 것은 분명한데 왜 나는 휴학하는 것에서도 그렇게 욕을 먹어야 했고, 지금도 이렇게 칼같이 내 삶을 꾸려 나가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왜 항상 오빠한테는 너그러운 기준이 나한테는 얄짤 없어지는 것인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새벽까지 놀고 게임하느라 낮 2-3시까지 잠을 자고 3시~6시에 학원을 다녀오는 것이 전부인 오빠한테는 말 한마디 안 하고 대견해하고 뭐라도 하니까 기특해하면서, 아침부터 운동하고 밥을 차려먹고 그걸 사진 찍어서 보정해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월-목 동안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브런치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튜브를 기획하는 나한테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학생이 뭐가 힘들다고, 나는 학생이 힘들다고 하는 건 너 밖에 못 봤다. 학생이 힘든 게 뭐가 있냐. 집에서 수업 들어가면서. 학생이 수업 듣고 과제하는 건 당연한 거지. 놀아가면서 먹고 대학생이 뭐가 힘드냐. 남들은 자격증 공부도 한다던데 너는 뭐 아무것도 안 한다.

라며 내가 하는 일련의 모든 일들을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해버리니, 그런 비슷한 뉘앙스의 말이나 제스처를 듣거나 보게 되면 반사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날카로워졌다.
일단 나 스스로도 나는 계속 뭔가를 하는데,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에 휩싸여 있고, 불안한데 주변에서도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것이 너무 상처가 됐다.
이런 고민들을 비단 올해가 되어서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께서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책임지고 지원해줄 테니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든 네가 알아서 꾸려나가라. 졸업 전에 가능한 한 무조건 직업을 가져라.'라고 꾸준히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의 이런 고민과 불안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차적으로 더 크게 와 닿았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더 피부로 와 닿았고, 더 불안해졌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렸다.

느낀점

나는 존버라는 단어가 그닥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버틴다?! 라는 느낌에서 괴로움을 버텨야한다. 언제 끝날찌 모르지만 버티고 버텨야한다라는 그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참 노오오오오력!이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리는 듯한 인상도 받게 된다.

브레이브걸스는 본인이 좋아하는 길을 지속적으로 가게 되어 결국 빛을 발한 계기가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해봅니다.

반대로 는 존버 할 수 있을까? 나는 존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존버가 적성에 맞으면 되겠지만 매 순간이 고통이고 종국에 영혼마저 읽게 되는 버팀보다는 내가 가는 길을 묵묵히 가고 고요한 열정과 불꽃을 가슴에 품고 가는 존버라면 200% 갈 수 있다.

어찌보면 생각하기 나름일 것같다라는 생각이든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놓여 있는 시점에서는 마른 하늘에 비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형국 보다는 물을 찾아서 산이든 들이든 혹은 우물을 찾기위해 부단히 두다리를 움직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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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오늘 보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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