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이런 글을 봤다.
우리 회사에 신입이 일은 기가막히게 잘하는데 일 이외에는 아무말도 안하고 남는 시간엔 혼자 핸드폰만 함. 그래서 아무도 이 사람 안 좋아해... 회사에서는 내보내려고 하는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댓글1 : 일 잘하면 됐지 뭘 더 바람?
댓글2 : 회사 입장에서 둘도 없는 인재네 꼭 잡아야된다
나는 댓글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건가 참담하네. 댓글 단 사람들은 회사를 다녀본 사람들일까? 이게 요즘 MZ 트렌드란 말인가..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나도 직장 경험이 없는 한낯 대학생에 불과하지만 건방지게 생각을 밝혀보자면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일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없다. 하나의 일에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고 특히 신입 개발자 또는 입문자 들에게는 다른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 전에 그들이 내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누가 날 도와주고 싶어할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의견을 낸다고 한들 누가 내 말을 귀담아 들어줄까?
학창시절 마음에 들지 않는 짝이 걸린 아이가 우는 장면을 한번쯤은 봤을것이다. 어른이라고 다를건 없다. 정말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내 동료라면 속으로 엉엉 울고 있을 것이다.
9월에 진행된 프로젝트에선 나는 함께 일하기 싫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불만에 대해서 침묵하고 티나지 않는 수준에서 소시민적 반항만 하며 일면에 나서 문제에 직면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팀장도 아닌데 맡은 역할만 잘 하면 되지 않을까? 내 일도 아닌데 관여해야 할까? 이거 좀 이상한것 같은데? 에이, 내가 다 해버리지 뭐. 이런 마음가짐이었다. 팀 프로젝트가 끝나고 받은 피어리뷰에도 역시 내가 느낀 단점들이 고스란히 써있어 뜨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10월에 시작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다음은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다.
'굳이'라는 단어 사용하지 않기라는 팀 규칙이 있었다. 처음에는 입에 붙은 단어라 몇번 튀어 나오곤 했었지만 곧 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피해가기 시작했다. 이렇듯 나는 말할때 정말 신중한 편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쓰며 이게 상대방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지 고민을 많이한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말이 잘 나오지 않기도 했고, 원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신중하고 뜨겁게 말하기로 했다. 내 의도는 100%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말하되, 단어선택, 어조에 있어서 신중을 가하는 것이다
위는 실제 우리 팀원에게 남긴 코드리뷰다. 상대방이 나의 요구를 납들할 수 있게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의도를 100% 드러냈다. 그리고 상대방 입장에서 기분나쁘지 않게 보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단어를 교체했다. 물론 이건 꽤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해주실 분 계신가요? 이거 제가 할까요? 같은 불명확한 질문이나 지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팀원들의 상황을 파악한 뒤 이거 ~님이 해주세요, 이건 제가 할게요 같은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팀원들이 감사하게도 이부분을 많이 이해해주시기도 했고 적극적으로 먼저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말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에게 원하는 점 또는 보완하면 좋을 점을 명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했다. 너무 신중하다 보면 그런점을 말하기 어려워지기도 하는 것 같다. 우선 인간적인 정을 더 쌓아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체력이 딱히 강한 편은 아니다. 그냥 매사에 무감각한 편이라 힘듦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정도는 된다.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개발자로서의 체력은 꽤 강한 편이 된 셈이다.
만약 누군가 업무에 시달려 힘에 겨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말만 걸어도 신경질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 또한 도움을 받고 싶지 않지 않을까.
그래서 항상 게더에 상주해 있었다. 아침 9시 쯤부터 자기 직전까지 눈떠있는 시간 대부분. 들어가면 일단 팀원들에게 인사를 돌렸다. 언제든 말을 걸거나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는 일종의 내 표시였다. 내게 할당된 작업들도 마감에 쫒기지 않도록 진행했다. 이 부분은 팀원들의 도움이 컸는데 너무 많은 업무가 할당 되지 않도록 다들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프로젝트 단계에서는 기획에서 여러번 엎어지고 오프라인 연달아 생기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었다. 그래도 최대한 좋은 기분과 태도를 유지하고 좋은 분위기로 환기하기 위해 시덥잖은 농담도 했었다. 팀원들도 다들 힘들었을텐데 내색한번 하지 않아 고마웠다. 그 덕분에 기획은 무사히 마무리 됐고 문제 상황에 빠졌을 때도 감정적인 문제로 번지지 않았었던 것 같다.
도움 요청하기
나는 도움을 주는것에 비해 요청하는 것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다. 문제를 파악하면 항상 스스로 파훼하고 그 내용을 공유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 정반대의 순서가 건전한 팀문화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 공유 => 함께 해결 이런식으로 말이다.
칭찬하기
나는 칭찬에 약하기도 하고, 칭찬 하는 것도 잘 못한다. 칭찬할 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부끄러워서다.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대기업의 복지와 급여를 포기하면서까지 함께 일하기 위해 작은 회사로 모인다. 내가 꿈꾸는 직장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 돈이나 워라밸을 챙기는게 아닌 work=life가 되어도 행복할 것만 같은 직장이 내 목표이고 꿈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기 위해선 내가 먼저 그런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적어도 10월은 그런 사람에 가까워진 한달이었기를 바란다.
혜성님은 같이 일하게되면 신중하고 믿을만한 인상을 주시는 팀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해결되지 않는 걸 끝까지 잡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만 혜성님은 혼자 척척 잘 해결하시니까 도움을 구할 경우가 없었던 것 아닐까요?! 원래도 좋은 팀원이었지만 대화스킬을 통해 더 좋은 팀원으로 거듭나실 혜성님이 기대됩니다 👍👍
전공을 들으면서 팀플을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은 '일을 잘 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1. 재미있는 사람
2. 책임감 있는 사람
3. 도움을 당당하게 요청하는 사람
학부 수준에서의 팀 프로젝트는 엄청난 능력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회사는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다르겠지만. 극소수의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chat gpt라던가...) 결국 사람이 하는 일들이니 적절한 난이도지 않을까요? 나라는 사람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계속 고민하고 고민하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이미 되신 것 같습니다! 저도 걸맞는 같일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