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신입의 회고록

혜진·2023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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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입사 3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한 달이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달이었어서, 회고 겸 기록을 남겨볼까 한다.


1개월 차의 나

  1. 아~넵! 아~~넵! 아~네넵! (못 알아들음 & 겁먹고 쫄았음)
  2. 뭐 해보라고 하시면 겁 먹고 마음만 급해서 제대로 못함
  3. 모르는 게 있어도 바보로 보일까봐 질문 못함

지금의 나

  1. 아....아.... 아! 아....아하!
    이해 안 됐으면 알아들은 척 안 하고 진짜 죄송한 마음으로 이해될 때까지 여쭤봄.
    (잊어버리기 전에 재빨리 모든 것 메모함 & 이해 안되면 그림으로도 그려봄)


  1. 뭐 해보라고 하시면 여전히 쫄지만 일단 혼자 차근차근 해보려고 심호흡 몇 번하고 시작함
    으로 아주 조금 바뀜
    그렇다고 똑똑해지거나 하진 않은 것 같다.
    눈에 익어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덜 낯설어진 것 뿐.
  2. 몰라? 찾아봐라 안돼? 더 찾아봐라 침착해 그래도 안돼? 배포시간이 가까워져온다 ? 내가 알고있는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다 ? 바로 책임님... 시간 괜찮으신가요...? 한다

일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1,2개월차에 친구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는데,
'나는 구욷이 안 해도 될 실수까지 해. 할 수 있는 모든 실수의 경우의 수를 전부 경험해.' 였다. ㅋㅋ큐ㅠㅠ
크고 작은 실수들이 정말 많았다.
보드를 꼼꼼히 보지 않아 일부 작업만 했던 실수,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업이 하루 아침에 날아가버린 실수, 마음이 급해 pc와 mobile 버전을 뒤바꿔 배포하거나 아침부터 배포한다고 긴장해서 일찍 출근해놓고 출근체크 안해서 첫 지각으로 된 날의 실수 등등 ...
그로 인해 한 줄만 있어야 할 커밋이 내 이름으로 두 줄 세 줄.... ^^...

팀장님 이거 보고 계시려나.. 귀엽게 봐주세요 팀장님...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의 인내와 용인 관용으로 3개월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팀 내에서 하는 실수면 창피하고 죄송해도 수습이 되는데, 다른 팀원분들과 함께 배포를 진행하는 날 터진 일에는 정말.. 멘탈도 나가고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에 콱! 머리를 책상에 박고 싶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눈물 찔끔.. 흘린 건 비밀이다. 왜냐하면 눈물 닦자마자 야 이겨내 !!! 하고 바로 회복했으므로 없던 일로 쳐도 된다.


특히 어려웠던 날들이 있다.
일주일 동안 바쁘지 않은 날도 가끔 있는데, 그럴 때는 죽은 눈으로 리터럴리 죽어있다.
바쁘지 않으면 힘이 빠진다. 일 좋아.. 일 주세요..

그리고 언젠가부터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발전해야 하는데, 새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부족한데.
그 생각에 처음엔 즐거운 부담감 정도만 느끼며 공부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려워지기만 했다.
매일 실수하고 매일 죄송하고 매일 부족한 일주일을 보내고 나면 미처 환기되지 못한 마음들과 생각들에 괴로운 주말을 보냈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에 더 괴로워지고는 했다.
언제까지 신입일까 ? 신입이라는 말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 인해 유난히 길었던 퇴근길도 있었다.
이번 달이 유독 그랬다. 출근하면 공허했고 퇴근길은 가득 찬 생각으로 날섰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마음이 너무 조급했었던 걸로.

기운 빠지는 이야기만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우리 회사를 좋아한다.
채용되기까지의 이야기도 좋아하고 우리 팀도 좋고 아직 맡은 부분이 적지만 일도 즐겁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어서, 폐 끼치기 싫어서 울적했던 걸로 결론을 냈다.
재미있게 일하고 싶다. 좋은 사람들 좋은 환경은 운 좋게 갖춰졌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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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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