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을 적었다가 모두 지웠다. 그냥 내 감정과 생각만 적는게 맞는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를 적기보단 개인적인 생각만 기록하고 끝내야겠다. 어그로 끌기 싫기도 하고 😅
스타트업에 취업했다.(수습으로...) 너무 마음에 드는 회사에 조인하게 되어 기분이 아주 좋다. 왜 좋은지 객관적인 지표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솔찍히…그런건 없다.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냥 “느낌적인 느낌” 때문이다.
(객관적인 투자규모, 회사의 성과, 구성원의 퀄리티 또한 저에겐 과분하게 좋습니다. 다만 “느낌이 좋고, 재밌어 보여 조인하게 되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인 장치입니다. 오해 노노)
서류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어려운 신입 시장임에도 면접을 꽤 많이 보았다. 그 중 면접 과정이 즐겁고 재밌었던 회사는 이 회사가 유일했다.
면접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면접 담당자분들과 같이 웃기도 하고 “어? 이게 왜 돼죠?” 라는 혼잣말을 던지면서 재밌게 라이브 코딩하던것도 기억에 생생하다.
컬쳐핏을 주로 보는 2차 면접에서 C레벨 분들과 대화하면서 나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32살이라는 늦은 나이와 꼬여버린 커리어에 대해 의문을 가지시기보단 이해해주시고, 존중해주시는듯해 너무 감사했다.
CTO님께선 면접 중 계속 웃으시면서 “회고글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읽게 되는데…” 하시면서 관련 질문을 주셨는데, 그 말씀이 면접 이후 머릿속에 각인되어 잊혀지지 않고 있다. 사소한 말씀 하나하나 덕에 자존감이 꽤 많이 살아났다. 그래서 그런지 첫 직장에서 처음 프로그래밍을 접했을 때처럼, 12시간 14시간 개발하며 회사와 나를 위해 재밌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면접 중 단 한번도 기분 나쁜 포인트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면접 중 미간이 좁아지지 않은 적은 이 회사가 유일했다.
20대 중반엔 일이 너무 하고 싶었었다. 12시간씩 회사에 있으면서도 일이 더 하고 싶었었다. 결정권자들의 회의가 마치길 기다리는게 싫었었다. 그런 대기시간 말고, 그냥 진짜 “찐으로 일하는 시간”이 12시간이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 회사에 들어가서도 일이 많았음 좋겠다. 늦은 새출발을 하는 사람으로써 빠르게 성장하고 싶기에 할 일이 많았음 좋겠다. “하나하나 쳐내다 보니 어느새 이만큼 성장해있었더라”하는 찐한 경험을 하고 싶다.
CTO님께서 메일을 통해 간단히 23년도 프로젝트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모르는 용어가 있길래 검색해보고, 공부해보면서 너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한글로 된 자료가 없어 원문으로 읽고, 영어 유튭을 보면서 찍먹을 했는데 동기부여도 충만했고, 재밌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면접때도, 지금도 너무 재밌다. 앞으로 일하면서도 계속 재밌음 좋겠다. 힘들더라도, 몰입하며 진하게 일하면 재미를 느낄수 있으니까… 제대로 일하고싶다.
HR에서 메일로 적어주신 것처럼 내 인생의 날개를 달아주는 회사가 되었음 좋겠다. 나도 내 인생의 일부를 바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회사의 기둥 하나는 내손으로 짓고싶다. 아직 출근도 안한 회사에 로열티가 생기는게 이상한 일이긴 하나, 대표님께 말씀드린것처럼 오너쉽, 로열티를 가진채로 일하고 싶다. 어려운 시장상황인걸 알기에 이익을 보기 쉽자않다는걸 잘 알지만 스톡을 선호한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제대로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32년간 남이 정해준대로 살아왔다. 하고 싶었던 음악전공 대신 전자공학과를 갔고, 대기업에 입사하면 많이 배울 수 있다는 말에 대기업에 입사했다. 하고 싶던 공정팀이 아닌 개발 관련팀에 들어가 C++로 개발을 했다. 그리고 정해진 루트대로 대기업을 퇴사하고 가업승계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족”만큼이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가 그렇게도 느슨하게 살게 되었다.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다른 일을 하겠다고도 했고, 다시 개발이 하고 싶다고도 말해보았다. 하지만 내 뜻대로 살지 못했다. 그 당시 난 정말 개발이 그리웠다. 12시간 근무 후 퇴근하고 첫째를 안고 “빌드 최적화”를 구글링하던 초보 개발자의 모습이 너무 그리웠다. 개발보다도 열정적으로 일을 하던 내 모습이 그리웠다. 남들이 인정할진 모르겠으나 일에 진심인 사람이었기에…
2022년 결국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32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드디어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게 되었다. 4월 3일 생활코딩으로 웹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업무와 비슷하니 백엔드 공부를 먼저 했다. 근데 가족들에게 설명 할 수가 없더라. “이러이러한거 했다.” 하면 아 그래? 하고 끝이었다. DB가 뭔지 쿼리가뭔지 API가 뭔지 가족들에게 설명을 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았다. 반면 HTML/CSS/JS 만으로 카카오톡 클론을 하고, 투두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서 보여주면 “우와 이거 어케했어?”라는 말을 하더라. 그렇게 말해주니 뿌듯하고 재밌더라. 디자인감각이 1도 없는 나지만 그냥 더 재밌는 프론트엔드로 진로를 바꿨다.
오프라인 과정이 필요해서 오프라인 부트캠프를 진행했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하루 16시간 온전히 개발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솔찍히 캠프 과정이 개발 자체를 첨 배우는 사람들을 위주로 진행이 되다 보니 16시간 중 절반인 8시간 가량은 1) 개발도서 읽기 2) CS 전공 공부 3) 알고리즘 문제풀이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부트캠프에서 항상 했던 말이 있다. “아 저는 여기 재미로 오는거에요ㅋㅋ” 재밌어서 부트캠프를 한다는게 정말 특이했던것 같다. 나처럼 이야기하거나 동의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근데 나는 진짜 재밌었다. 하루 중 내 공부하는 시간보다 다른 사람들 질문에 답해주는 시간이 더 많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었다. 그냥 재밌었다. 오그라들지만 행복했다.ㅋㅋ
면접을 몇군데 보았지만 회사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가장 주효했던 키워드가 “재미”였다. 면접과정이 재밌었고, 이런 일 한다는데 “내가 하면 재밌을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면접도 있지만 여기가 우선순위가 가장 높습니다. 불러주시면 다음주라도 바로 일할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협상 관점에선 바보 같지만, 그냥 진심으로 일이 하고 싶었고, 진심으로 재밌어 보였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살고 싶었다.
요즘 나는 길을 걷다가도 “재밌겠다ㅋㅋ” 하며 혼자 웃곤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 또한 계속 하고있다.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어떻게 일을 해 나갈지 꽤 걱정이 된다.
살면서 무언가를 잘 못해본적은 없었다. 특히나 재밌는 일이라면 못하는 축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도 걱정은 된다. 혹시나 내가 많이 부족할까봐, 혹시나 나보다 뛰어난 개발팀 분들에 비해 많이 뒤쳐지진 않을지?
그래서 요즘 깃헙 잔디가 더 진해지고 있다. 동기부여도 빵빵하게 되고 있고, 꼭 해야하는 공부도 생겼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겠지? 아니 처음엔 못하더라도 꼭 잘하는 내가 되도록 노력할거다. 잘해보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