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8(금) 내용 정리
오늘의 지출
- 점심: 2.5유로
- 저녁+아침 장: 8.9유로
- 알베르게: 10유로
- 총 지출: 21.4유로
어젯밤 한 150kg 정도 돼보이는 서양인 아저씨의 코골이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못잤을 것이다.) 정말 3초에 한 번씩 천둥이 치는 정도의 소리로 코골이를 했다. 그래서 잠을 설치다가 대충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07:00 쯤에 출발을 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 페드로우소라는 곳으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전에 있는 마지막 도시같은 느낌의 장소이다. 이곳에서 대충 34km 정도 떨어져있다. 걸으면서 딱히 특별한 건 없었다. 이제는 그저 박수체라는 라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으면서 걸을 뿐이었다. 하지만 점점 최종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뭔가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최종 목적지까지 40km, 30km, 20km처럼 점점 줄어드는 걸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왠지 여행이 끝나가는 기분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어쨌건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알베르게에서 정리를 마치고 Dia로 가서 저녁+내일 먹을 아침 장을 보았다. 이제는 알베르게에 주방 식기가 아예 없어서 최대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만 구매했다. 다행히 어제 썼던 전자렌지용 빠예야 그릇을 설거지한 후 갖고 있어서 이걸 활용하여 빵과 토르티야를 데워서 먹을 수 있었다. (그릇 대용으로 계속 가지고 다닐 것이다.) 어쨌건 배를 한 가득 채웠다. (토르티야, 빵 4개, 복숭아 5개를 먹었다.) 이제 좀 이따가 양치를 하고 빨래를 개고 잠자리에 들 예정이다.
이제 방학 시즌이라 그런지 유럽 초딩들이 많이 보인다. 수학여행처럼 단체로 온 경우도 있고, 가족끼리 온 경우도 많이 보였다. (이제 성수기인 듯하다.)
오늘따라 걸으면서 이상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분명 순례길 초반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설렘과 걱정의 감정만 가진 체 걷기만 하였고, 길의 끝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점점 끝이 다가오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약 18km 정도 남았는데 이 길을 걷고 나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든 것 같다. 분명 길을 걸으면서 힘든 것도 많았고 빨리 완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낀다. (마치 긴 휴가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가고 싶지만 동시에 가기 싫은 기분이다.
(출발할 때는 분명 성취감과 뿌듯함을 예상했었는데 막상 끝에 다다르니 왠지 슬픔이 느껴진다.) 내일의 감정이 어떨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