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6. Sun.

구명규·2023년 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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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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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개강 전날이다.

  생각해 보니 '개강'이라는 이벤트는 딱 2년 만에 겪는 거더라. 세상에나.

  곧장 내일부터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장 마지막 대면 수업의 기억을 더듬어 봤는데, 그것도 벌써 3년이 넘게 지났더라. 막연하게나마 별로 길지 않다고 느껴졌던 대학교에서의 시간들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8년도 새내기 당시, 동아리에 얼굴을 자주 비추던 13학번 형이 있었는데, 친근함과는 별개로 정말 먼 대선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올해 입학한 23학번 새내기들과 내가 딱 그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생각하니, 참. 세월의 무게를 그만 받아들이자. 그나저나 지금은 미국으로 유학 간 그 13학번 형, 보고 싶다.


  어제 집에서 기숙사로 이사를 왔다.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정말 수없이 해왔던 이사지만, 매번 고된 일인 건 변함이 없다. 먼지가 폴폴 날리는 차가운 공간을 나만의 깨끗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엔 다경험자의 꼼수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기숙사에서 배민으로 점심을 시켜 먹고, 개강 전 마지막 여유를 즐기다(동생이 부탁한 자기소개서 첨삭도 열심히 해주고) 그동안 고대하던 테니스를 저녁 전에 한 번, 8시에 열렸던 동아리 개강 총회 후에도 한 번 더 쳤다. 올해 맡게 된 동아리 훈련 코치로서의 체면을 챙기기 위해서라도 입대 전 원래 하던 만큼의 감은 잡아야겠더라.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운동이 테니스인 이유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너무 재밌어.

  개운하게 씻고 돌아와선 이번 학기에 듣는 강의들의 실라버스를 훑어보고, 강의실 위치도 한 번씩 확인했다. 그래도 거의 막학기에 준하는 여유로운 시간표이기에 수업 자체로 느끼는 부담은 분명 덜할 듯하다.

  하지만 곧 다가올 대학원 입시에 앞서, 아직 한 곳의 연구실에 정착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학업적 부담을 아직 대신하고 있다. 이건 사실 전역하고서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불안정인데,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불안감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기보다는, 이번 학기 동안 나를 깨어있게 하는 추진제로 활용하자는 마인드.

  앞으로 학기 중에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종종 싸지를 계획이다. 마침 요새 즐겨 보고 있는 '알쓸인잡'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난다.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는 건 미래를 생각하는 거거든요.
희망 없인 일기를 쓰지 않아요.
단지 방향을 못 잡아서 그걸 일기에 쓰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나에 대한 애정이고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에요.'

  과연 내가 일기를 즐겨 쓰는 이유와 맞닿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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