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3. Fri.

구명규·2023년 6월 23일
0

Diary

목록 보기
12/15
post-thumbnail

  정신없는 하루였다. 방으로 돌아와 앉아있자니,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린다.


  정신없는 일주일이기도 했다. 일요일에 강화학습개론 플젝을 마지막으로 종강을 맞이하고선(대전 캠퍼스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종강이었다) 월요일엔 곧바로 파이온의 인턴 시험을 하루 종일 치렀다. 채용 탈락 연락을 받은 화요일엔 교수님과 앞으로의 랩 인턴 활동 및 입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새로운 논문 하나를 투척(?) 당했다. 온라인 입시설명회를 들으며 교수님께서 내주신 논문과 여자친구가 내준 공채 자기소개서를 번갈아 보다가 수요일, 여자친구의 종강을 기념하며 맛난 저녁을 먹고 산책을 즐기기도 잠시, 다시 카페에 들어가 이해되지 않는 논문을 붙잡고 있었다. 목요일엔 그간 통제할 수 없는 산발이 되어 있던 머리를 드디어 정리했고, 미국 유학길에서 잠시 한국으로 돌아온 친구 놈을 서울에서 만났다. 그리고 오늘.

  화요일에 석사 전형이 아닌 석박통합 전형으로 지원하라는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아직까지도 어떤 선택이 내게 옳은 건지 갈팡질팡하던 나였기에, 투척당한 논문도 너무 질질 끌었겠다, 인맥을 총동원해 여러 선배에게 SOS 신호를 보냈다. 이 미천한 학부생 좀 도와다오. 서로의 시간을 덜 뺏기 위한 수단으로 대학원에 관한 나의 상황과 지금의 구구절절한 생각을 벨로그로 정리하여 같이 보냈다.

  그러고선 여자친구의 자기소개서를 마지막으로 첨삭해 주고, 하나둘씩 돌아오는 선배님들의 귀중한 답장을 맞이하며 오늘은 기필코 논문을 박살 내주겠단 각오로 Method 부분을 읽고 있는데, 엄마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외할아버지의 예후가 갑작스레 안 좋아진 것이다.

  외할아버지께서 폐암 3기를 판정받으신진 딱 1년이 지났다. 항암 치료를 받으실 때는 많이 고생하셨지만 그래도 얼마 전까진 댁에서 편히 생활하고 계셨을 정도로 호전 기미를 보여주셨다. 하지만 어제, 속상하게도 폐렴에 걸리셨단 소식을 들었고, 오늘 엄마가 보내주신 통화 내역에는 염증 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담겨있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폐암, 폐렴까지 동반된 터라 워낙 폐의 손상이 심하고, 당장 항생제가 말을 듣지 않으면 곧바로 기관삽관을 강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근데 이건 치료가 아니라 생명 연장의 일종이라고.

  엄마가 부탁하셔서 통화 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 적고 있는데, 그렇게 절망적일 수가 없었다. 예고도 없이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냥 눈물이 났다.

  참 다행히도 이젠 병원 면회가 가능하단다. 매일 6시부터 8시까지 가능하다길래 엄마랑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고 아빠가 퇴근하신 대로 할아버지께서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의 막히던 도로 위에선 절대 울지 않을 거란 다짐만 수없이 했던 것 같다.

  별다른 절차 없이 할아버지의 병상으로 향할 수 있었다. 호흡기를 끼고 계신 모습이 너무 야위어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흘리시는 눈물은 견디기 힘들었다.

  방으로 돌아와 앉아있자니,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린다. 정신없는 하루였다.


  당장의 진로에 대한 고민. 나의 전문성에 관한 스트레스. 할아버지의 건강과 주변 가족들에 대한 걱정. 앞에 놓여있는 논문은 도무지 이해되질 않고 이번 학기 랩 인턴 생활은 어떻게 진행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마음의 일부는 아직 대전에 있기도 한 어수선한 시기다.

profile
K'AI'ST 학부생까지의 기록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