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8. Fri.

구명규·2023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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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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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었던 장마가 지나고, 여느 여름이 그랬듯 찜통 무더위가 찾아왔다.

  산학 인턴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신입사원 OT 때, 대표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 앞으로 이 회사에서 일할 날을 딱 정해두고, 그만큼 빡세게 일하며 성장한 다음, 다른 직장으로 떠나라고 하셨다. 그래야 동기부여도 명확히 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나야 다른 곳으로 이직할 계획은 아니지만 (= 대학원에 속박될 테지만) 나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느껴서일까.

  생각난 김에 나도 내 계약일(12월 31일)까지의 D-day를 카톡 프로필에 띄어놓고 왔다. 156일. 지금까지 32일이 지났으니 벌써 17%가 지난 셈이다. 이렇게 남은 날짜를 수치로 계산하고 보니 마치 전역일을 세는 것 같은 미묘한 기분이 든다.


  지난 한 달간 나는 성장했는가. 막연히 뭐라도 하다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주관이 뚜렷해지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지만, 방황하고 있진 않은지 회고하며 한 달을 wrap-up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너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남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운도 내겐 많이 따라주었고, 훌륭한 기회를 잡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 우선 image-based novel view synthesis3D reconstruction 분야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직 코드를 구현해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주요 논문들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 분야에서의 연구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Cherry picking한 결과들만 접해보다 회사 분들께 모델의 실질적 성능을 보여드리고자 reproduction도 수차례 진행해봤고, 필요한 task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들을 함께 사용해보기도 했다.

  • 연구실에서 최근에 나온 CSD 논문과 text-guided video editing 관련 공부도 했다. Textual Inversion, DreamBooth, LoRA, Hypernetwork와 같은 diffusion model에 대한 fine-tuning 기법들도 새로 알게 되었다. 물론 코드까지 들여다보진 못했지만 DM을 들어보지도 못했던 올해 초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면..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대여섯가지의 모델을 번갈아가며 돌리려다 보니, 독립된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었고, 그간 anaconda 가상환경만을 사용해 왔었다. 하지만 서버를 옮기게 되며 (V100 두 대에서 한 대만 있는 서버로 옮기게 되었는데, 마치 더블 모니터를 쓰다가 빼앗긴 기분이다.. 다른 모델을 돌리려면 기존 모델을 종료시켜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전 서버에서의 환경을 그대로 새로운 서버에 옮길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anaconda에서 생겨난 잡다한 오류들에 휩싸였고, 그런 나를 보고선 회사 동료분이 docker를 추천해 주셔서 시간을 들여 공부하며 익히게 되었다. 아직 모든 기능들을 능숙히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언젠간 꼭 배워뒀어야 할 기술을 알게 되어 유익했다.

  • 연구실에서도 사용하는 slack과, 그동안 써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던 notion을 자주 사용하며 익힐 수 있었다. 특히 notion은 회사 분들이 내게 어찌 그리 정리를 잘 하냐고, 역시 젊은 피라고 해주셔서 은근 뿌듯했던.. (회사에서의 협업에 아주 유용한 툴인 Jira cloud는 직접 사용하진 않지만 어떻게 활용되는진 알 수 있었다)

  • 그 외로도, 카이스트라는 닫힌 공간에선 경험할 수 없던 사회를 간접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각 부서별로 진행했던 신입사원 OT에선 전략기획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대단한 경력을 이미 보유하고 계신 분들의 값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정말 수학과학 공부밖에 모른 채 오만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라고 시간을 그만큼 투자했을 때 못할 건 없겠지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고,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분야에서 나는 전혀 알지도 못했던 경험들을 쌓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공부 중인 분야를 잠시 제쳐두고 다른 사회 경험을 더 쌓아야겠다는 건 아니고,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성과 동기를 부여받은 것 같다.

  • 회사에서 맥북을 새로 받으며.. 맥북 환경에 대한 적응도 시도 중이다. 아직 원래의 윈도우 노트북과 함께 사용하려니 적응이 더딘 것 같기도 하다. (대학원 가기 전에 노트북을 새로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맥북을 사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첫 한 달은 앞으로 여섯 달 동안의 인턴 기간에 대한 워밍업이었다.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이런 저런 논문을 읽어보고, 모델을 돌려보는 등의 survey 기간이 필요했고, 연구 현황에 대한 맥락을 잡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이젠 보다 코딩 자체에 집중하여 모델을 구성하는 코드를 뜯어보고, 아직 release되지 않은 모델을 직접 구현해보는 데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모델을 새로 설계하여 학습을 돌리고, 결과물까지 출력하는 제대로 된 사이클을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몇 달 째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코딩으로 머리를 깨뜨려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나저나 같은 벨로그 화면인데도 맥북으로 보는 작고 간결한 폰트의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이미 맥북에 머리가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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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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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4일

안녕하세요 선생님, 논문리뷰하신 내용 잘 보고 있습니다! 영어가 아직 어려운 제겐 선생님의 논문 리뷰가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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