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5. Fri.

구명규·2023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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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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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이 올려놓은 코드 하나를 온전히 잘 돌려 퀄리티가 어떻든 결과물이 나오면 컨디션이 괜찮다가도, 다른 코드를 돌리다 dependency issue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혹은 며칠 동안 삽질을 하고 있다보면 그 날들은 다시 의기소침해진다. 이 정도의 기복이 내게 유난스러운 건 아니겠지만, 정말 그럴 필요가 없음을 몸소, 과민성 소화불량과 구내염을 겪으며 깨닫고 있다.

  코드 하나 잘 돌렸다고 나중에 떼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코드 하나 못 돌려서 쩔쩔매더라도 나중에 거지가 되는 게 아닌데. 오히려 쉽게 잘 돌아가는 코드에겐 내가 새롭게 배울 점이 없고, 순순히 돌아가지 않는 코드를 디버깅하며 애쓰다보면, 하물며 그 오류를 결국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얻어가는 것들이 있을 텐데.

  주 2회 진행하는 회사 스크럼에서, 2주에 한 번씩 진행하는 교수님과의 미팅에서 분명한 진전사항을 보여드려야 하겠지만서도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크게 해치기라도 하던가. 결국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못한 사람이 준비된 척 하려 애쓰는 행색이다. 준비가 안 돼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지긋이 노력해야 할 일인데, 준비가 안 된 것에 발만 동동 구르는 가엾은 행색이기도 하다. 잘하려는 욕심만으로 번지르르하다.

  그래. 그랬던 거였다. 뜬금없지만 한글의 모든 획은 서로를 교차하는 법이 없다. 역시 일기를 쓰다보니, 형체 없이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가 정렬된 글씨대로 풀리는 느낌이다. 특히 요새 윈도우의 큼지막하고 투박한 글씨체에서 벗어나 맥북의 간결한 글씨체로 넘어오니 그 안정감은 배가 된다.


  길거리를 배회하며, 일주일 간 일본여행을 가있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다가, 역 근처에 설치된 공기주입기를 발견해 마침 바람이 많이 빠져있던 내 자전거를 끌고 가 펌프질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웬걸, 맞는 노즐이 아니었는지 바람은 되려 새어나오기만 했고, 그나마 남아있던 공기는 바퀴의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나는 것이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영상통화는 계속 켜둔 채) 자전거로 10분 거리의 매장으로 향했다. 저녁을 먹으며 봤던 워크맨에서 탕후루 가게 체험을 하길래, 그 근처의 탕후루가 땡기기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가던 도중 뒷바퀴에선 아주 심상치 않은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들려왔고, 결국 매장에선 타이어를 통채로 갈아끼웠다. 월급을 타기 시작하니 돈 쓰이는 데가 덩달아 늘어나는 건 기분 탓인가.

  그래도 쭉쭉 잘나가는 자전거를 몰고, 마감 행사로 두 개 가격에 산 탕후루 세 개를 들고선 집으로 향했다. 탕후루를 본 처음 보신 엄마께선, "이야, 요샌 별 게 다 있네". 아빠께선, "그거 당분이 너무 많아서 건강에 안좋대~ 뉴스에서 봤어." (탕후루로 알아보는 MBTI...?)


  어제 회사에서부터 해결되지 않던 오류는, 오늘 하루를 다 쏟아부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 정확한 버전의 GCC, CUDA, MMCV, MMSR, DCNv2가 설치되어 있어야 돌아가는 것 같은데... 분명 다 갖췄는데.. 그나마 다른 점이라곤 GCC가 5.4.0이 아닌, 5.5.0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것 때문인가..? 그래서 5.4.0을 설치하고자 하는데 자꾸 build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 나.. 성장하고 있나..?

  은근 서늘해진 공기에 정신차려 보니 다음 주가 개강이란다. 봄학기나 가을학기나, 공기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낄 때 쯤 정확히 개강을 마주하게 되는 게 참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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