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읽고 있는 책인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저)에는 책 중반부에 안테암불로가 되어라
는 제목의 단락이 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정치가나 귀족등 부유한 계층이 예술가를 금전적으로 후원해주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작 욕구를 실현하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이 전통은 예술가들에게 그들의 후원자가 요구하는 사소한 요청들도 그들의 입맛에 맞게 해결해줘야 하는 의무를 지게 만들었다.
마르티알리스라는 풍자시인 또한 이러한 전통 덕분에 시인이라는 직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적은 돈을 받아가며 고위 계층에게 허리를 굽혀야 하는 본인의 처지에 큰 반발심과 불만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러한 내적 갈등이 그를 유명하게 만든 여러 풍자 시들을 지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마르티알리스가 안테암불로의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의 시가 사람들을 매혹시킬 수 있는 풍자와 통찰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이 책은 짚고 있다.
이 단락은 현대 사회에의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곁들이며 몇 가지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
나에겐 아직까진 부담스러운 단어이다. 인간은 대개 개인주의적이자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돕더라도 나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도움을 준다. 따라서 섬김이라는 충성(loyalty)와 같은 한 방향적인 봉사를 떠올리는 단어는 때로 누군가에겐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게다가 이런 섬김의 행동을 제대로 보상받지 않거나, 자신의 권리인양 행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의지가 바닥이 보이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중세 시대의 도제 시스템을 통해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든 숙련공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희대의 유명 미술가, 심지어 미켈란젤로, 다빈치,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위인들도 이러한 안테암불로의 섬김을 실천하며 숙련공으로서의 시간을 거쳤다는 글을 덧붙인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21년도 부터 IT 취업시장에 이상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이 단어는, 취업 시장에서 뛰어난 인재로 인정받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회사를 지칭하며, 현재도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네카라쿠배가 매력적인 취업 자리로 불린다는 말은, IT 시장에서 해당 회사들이 근로자들에게 이상적인 조직과 직장으로 여겨진다는 말과 같다. 우리는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기에, 그저 좋은 환경을 물색하고 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에 크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을 스스로 구축해 나갈 수는 없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특별한 행동을 해서 정을 맞는 모난 돌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중,장기적으로 이득이 되고 그 이득이 나에게 돌아올 수 있지는 않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환경에 있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힐러이자 버프가의 역할을 한다면, 선순환의 고리가 생겨나가는 과정을 일찍 부터 목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당신이 허리를 굽히는 자세에 이른 시기부터 익숙해진다면 먼 훗날 위기에 처한 당신이 모욕감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한 발자국 물러나야 할 순간이 되었을 때 개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모욕감 없이 자존심을 굽힐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에게 아래 세 가지에 대해 숙고할 것을 요청한다.
그는 항상 타인을 섬기겠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성공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긴 세월 동안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 기업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온 그의 이 말 한마디에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테암불로를 견뎌내야 한다는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비 내리는 성적표를 받았을 때 만큼이나
첫 코드 리뷰를 받았을 때의 당혹스러움과 창피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니어 개발자는 코드 리뷰라는 커뮤니케이션에 담긴 모종의 선배 개발자들의 권위 의식 혹은 인정할 수 없는 수치심까지 느낄 수 있다.
코드 몇 줄 가지고 무슨 말이냐고? 누가 다이어트 중인 당신의 입에 투명 테이프를 붙여 전신거울 앞에 세우고 삐져나온 옆구리 살을 쿡쿡 찌르면서 현재 생활 습관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코드리뷰의 목적은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코드 블럭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하고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값을 낮추기 위함이다. 결국 조직의 코드 리뷰에 맞춰 나의 코드를 변경할 수 있는 용기가 중/장기적으로 해당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에러가 발생했을 때 시니어 개발자가 당신의 코드를 붙잡고 물음표를 연상하지는 않아도 될테니까.
테스트 코드는 리소스가 적지 않게 요구되는 업무이다.
누군가에게는 필수이고 누군가에게는 선택이며, 누군가에게는 절대 건너고 싶지않은 강이다.
당신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유틸 함수에 테스트 코드를 작성한다고 당장 가시성 있는 성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다만, 멀지 않은 미래에 조직 전체가 레거시의 늪에 빠져 어디 부분이 버그를 양산하는지 골칫머리를 썩힐 일은 방지할 수 있다. (이는 굉장히 대단한 기여이다!)
하나 둘씩 쌓아온 테스트 코드로 인해 분명 동료들이 고마움을 느끼는 포인트가 생길 것이며 팀에서 안정적이고 대체하기 껄끄러운 인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이러한 섬김의 자세를 캔버스 전략이라고 말하며 장소와 시간,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이 전략이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누군가의 밑에 있을 때 뿐만이 아닌,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또한 적용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지속성과 꾸준함, 일관적이라는 부분이 건강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의 단락 마지막에서 인용했듯이 나 또한 마혼 경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위대한 사람은 언제나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신의 지휘 능력은 나중에 언제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섬네일 사진: Unsplash - Josh App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