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해커톤이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는 글리치 해커톤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언디파인드 해커하우스와 이더서울이라는 해커톤도 참여했다. 한 해커톤이 끝나자마자 바로 있는 해커톤을 준비하느라 리마인드도 하지 못하고 지나갈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당분간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사라진 지금, 드디어 리마인드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을 통해 다른 해커톤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팁과, 필자가 속했던 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려고 한다.
필자가 속했던 팀은 ⌜What’s Next⌟ 팀이다. 프로젝트 이름도 ⌜What’s Next⌟이다. "What’s Next"라는 프로젝트 명은 웹툰의 다음 장면을 같이 고민하며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의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다.
⌜What’s Next⌟는 AI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서 웹툰을 이어서 연재해 나갈 수 있는 DAO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웹툰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 커뮤니티는 새로운 장면을 생성하기 위한 프롬프트 키워드 제안에 투표를 할 수 있고, AI 이미지 생성기에 선정된 프롬프트 키워드가 입력되면 새로운 웹툰 장면이 만들어지고 웹툰에 삽입된다.
기존의 웹툰 유저들은, 작가들이 그려내고 플랫폼을 통해서 제공되는 웹툰 컨텐츠를 즐기기만 했다. 이후, 웹툰 원작이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로 재가공되어 새로운 매체로 유저들이 즐길 수 되었다. ⌜What’s Next⌟는 AI를 통해 유저들이 직접 웹툰 창작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웹툰을 즐기는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웹툰의 다음 장면을 선정하기 위한 각 투표 과정을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하고, 또한 투표에 필요한 토큰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웹툰 제작에 기여한 커뮤니티원들에게 지분 토큰을 발행해, IP 수익이 발생하는 컨텐츠의 보상이 커뮤니티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기획했다.
글리치 해커톤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여러 체인이 참여하는 멀티체인 해커톤으로 올해 처음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트랙으로 참여하는 블록체인은 아발란체, BNB체인, 바이프로스트, 니어 프로토콜, 폴리곤. 이렇게 5 개가 있었다. Web2에서 활동하던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Web3로 온보딩 한다는 것도 글리치 해커톤이 갖는 하나의 목표였다. 또한 글리치 해커톤 기간 동안 Web3에 종사하는 스피커들이 강연장에서 연사를 해 중요한 Web3를 정보를 얻어갈 수도 있었다.
필자도 현재 본인이 Web3를 공부하고 있는게 맞는지 의문이 가기도 하고, 심지어 Web2 경력은 전무하기 때문에 배우는 입장에서 참여를 하려고 했다. 원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팀원으로 참여하려고 했으나 과정 중 역할이 크게 바뀌었다. 참고로 필자의 프로그래밍 실력을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경력은 없지만 주니어와 시니어 그 사이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참여한 해커톤 중에서도 팀빌딩 관련해서는 글리치 해커톤이 단연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해커톤은 물론 개인으로 참여가 가능하지만 프로덕트 하나의 MVP 구현과 발표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팀으로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를 다닐 때는 과별로 전공 과목을 듣고, 졸업을 위해 제출하는 프로젝트도 보통 같은 학과 생들이랑 팀이 되어 만들기 때문에 지금껏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한 경험이 없었다. 심지어 부트캠프를 할 때도, 일단 개발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개발 잘 하는 사람들끼리 팀을 맺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었다. 필자는 부트캠프에서 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발표를 했는데, 마지막에 갔을 무렵 디자이너의 필요성을 느꼈었다. 서버 잘 만들어서 클라이언트가 화면에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도 매번 프로젝트가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서였다.
글리치 해커톤의 한 팀은 5 명이서 참여할 수 있었는데, 필자는 기획자 1 명, UI/UX 디자이너 1 명, 백엔드 1 명, 프론트엔드 1 명 그리고 컨트랙트 개발자 1명으로 팀을 구성해서 나가면 밸런스가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글리치는 해커톤 이전에 총 3번의 팀빌딩 밋업을 주최해줬다. 덕분에 해커톤에 참여하려고 하는 참가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합이 맞을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정작 필자는 팀원 중 1 명하고만 밋업에서 만났지만, 다른 팀들은 분명 팀원을 구하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밋업은 글리치 해커톤을 총괄하시는 keen님의 글리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다. 정확한 디테일은 이제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미드나잇파리’의 과거 황금기 시대의 토론의 장을 테마로 설명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사람들이 토론하는 그런 모습을 제안해주셨던 것 같다. 밋업 진행 중에는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 오픈마이크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필자도 나가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열심히 어필했었다. 3 번 진행되었던 밋업 중에 2 번의 밋업을 참여했었고,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글리치 해커톤은 2박 3일동안 열리는 행사였다. 하나 글로벌 캠퍼스라고 인천 청라에 있는 하나은행 건물을 빌려 해커톤을 진행했다. 하나 글로벌 캠퍼스는 하나은행에서 직원 교육이 있을 때 이용하는 장소이다. 글리치 해커톤은 해커톤에 참여하는 팀들, 즉 빌더들이 해커톤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었다. 24 시간 빌더존이 운영되었고, 피곤하면 호텔 같은 숙소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었다.
글리치가 기준이되어 다른 해커톤들도 이를 준비해줄지 알았지만 여러 해커톤을 이어서 참여해본 결과 1인당 1침대를 갖는 숙소를 제공해주는 해커톤은 글리치밖에 없었다. 보통은 출퇴근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되고, 조금 편하면 24시간 빌더존 운영까지는 제공되는 것 같다.
글리치 해커톤의 배려 덕분에 해커톤 하는 기간 동안은 아이디어 디벨롭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해커톤 기간 동안 통틀어서 3시간 밖에 안 잤지만, 걸어가서 잘 수 있는 숙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심리적으로 컸다.
각종 음료 및 요깃거리는 빌더존에 비치되고, 매 끼 식사도 글로벌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통해 제공되었다.
해커톤 진행 동안 글리치는 여러 부스들을 운영하기도 했다. 우리 팀도 밥 먹고 소화를 시키는 겸 부스들을 다니며 재밌는 Web3 프로젝트를 소개받거나 이벤트를 참여해 상품들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ishDAO 라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의 부스도 있었다. 해당 공간에서는 해커톤에 참여하는 팀들이 디자인 측면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글리치 해커톤 이틀 차에는 지원한 팀에 한해서 VC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타 팀은 10분이라는 시간을 갖는데, 30분이라는 시간을 이 멘토링 시간에 쓸 수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크립토 산업의 VC의 공동창업자에게서 멘토링을 받았다. 안되는 영어 다 끄집어내면서 설명했고, 부족하더라도 이해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이되는 피드백을 많이 얻었다. 이를테면 우리 프로젝트를 선순환 시킬 flywheel을 만들라는 조언이 있었다. 덕분에 프로젝트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필요성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니어 프로토콜 트랙에 참여했는데, 니어 프로토콜은 모든 빌더들에게 멘토링을 지원해줬다. 필자도 기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바로 가서 질문을 드렸고, 또 특히 기획과 디자인 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필자나 UI/UX 디자이너 팀원은 둘 다 협업과 해커톤 경험이 없었다. 때문에 해커톤 사이즈라는 개념과 디자인-프론트엔드 작업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이 많이 되는 멘토링이었다.
첫 번 째로, 필자는 팀원들과 함께 해커톤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피드백과 멘토링을 하러 다녔다. 현업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인데, Web3 딱지조차 떼지 못한 우리에게는 필수적으로 받야야 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을 못 받더라도 배워가는게 많을 터였다. 팀원 모두가 해커톤에서 이렇게 시간을 쓰는 것에 잘 따라줘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피드백을 통해, 우리가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잘 먹힐 것 같다는 확신을 주었고, 거기서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니어 프로토콜에서 줬던 디자인 피드백은 디자이너 팀원이 적극 반영을 해서, 원래 10장이 되어가는 웹페이지를 똑같은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4장으로 구성을 해서 프론트엔드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줬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MVP를 완성하는 데에는 이 피드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두 번 째로, 해커톤이 강조하는 주제를 프로젝트에 녹여 놓는 것이 해당 해커톤에서 수상을 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리치 해커톤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온보딩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요근래 Web2에서 Web3로 사람들을 유입하는 쉽게 온보딩 하는 방법에 대해서 Web3 업계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가 참여한 트랙의 주인인 니어 프로토콜 또한 Web2.5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글리치 해커톤과 트랙의 주제의 방향성이 딱 맞아 떨어졌다. 우리 팀은 심지어 아직은 유스케이스가 없는 AI 이미지 생성기를 Web2에서 각광받고 있는 웹툰이라는 컨텐츠에서 사용할 수 있게 제안했다. 이를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Web2와 Web3의 다리를 놓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세 번 째로, MVP 혹은 코어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이번 해커톤 사이즈로 아래의 정리된 시연 시나리오만 선보였다.
[시연 시나리오]
이밖에 원래 우리가 기획했던 것은, 각 커뮤니티마다 제안 이외의 소통을 할 수 있는 게시판을 운영하고, 마이페이지에서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토큰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진짜 서비스였다면 당연히 필요한 것들과 있으면 좋을 것들이기도 하지만 해커톤 사이즈로는 위에 정리된 기능만 선보여도 충분했다. 사실 다른 건 이미 시중에서도 가능한 사례들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히려 코어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나니 팀이 디벨롭하고 있는 프로덕트를 사용할 타겟도 명확해지고, 어필해야될 컨셉이 더욱 드러나 보였다. ⌜What’s Next⌟ 같은 경우는 웹툰을 새로운 방식으로 즐길 얼리어답터들이 타겟이었고, AI 이미지를 통해서 커뮤니티가 다 같이 만들어나가며 수익을 나눠 갖는 커뮤니티가 주요 컨셉이었다. 시장 → 컨셉 → 기능 → 비즈니스 모델 → 데모 순으로 피칭덱을 마련했고 발표에서 다뤄야할 정보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다.
한동안 필자가 1등을 했다는 것이 몸소 느껴지지 않았다. 해커톤 결과물을 제출하고 2박 3일 동안 총 3시간을 잤던 나는 바로 숙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사실 이번 글리치 해커톤이 Web2 종사자들의 커리어 전환을 내걸고 있다고 하더라도. Web3에 이미 종사하고 있는 개발자나 기획자들도 참여한 큰 행사였다. 그래서 팀원들과 행복 해커톤을 추구하며, 참가에 의의를 두기로 한 터였다.
다 하나같이 처음이었다. 팀원 2명은 블록체인을 막 배우고 적용하고 있는 상태였고, 팀원 1 명은 이제야 블록체인을 배워가는 단계고, 1 명은 해커톤 끝날 때서야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필자가 AI를 다뤘지만 역시 처음이었고 이번 글리치 해커톤으로 제출할 수 있을만큼 프로덕트화 하는데는 많은 리서치가 필요했다. 어렴풋이 “될 것 같다”라는 하나의 빛줄기만 보고 강행했던 아이디어였다.
마지막까지도 원했던 만큼의 기능을 구현하지 못했고, 데모 영상도 겨우 완성해서 제출했던 터라 상은 진짜 예상도 못했다. 니어 프로토콜 트랙으로 참가해서 우리보다 잘할 것 같은 팀을 추려보기도 하고, 결국 우리 추론으로도 3등 밖으로 밀려나버렸다. 재밌는 점은 그렇게 아쉬워하면서도 팀원들 모두 은근히 수상권에 들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잠을 자며 쉬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 순간 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섬광 같은 예감이 머리를 깨웠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우리 팀이 파이널 피칭에 들었다는 소식이 문자로 와있었다. 파이널 피칭은 각 트랙 당 2등 안에 들어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였다. 심지어 글로벌 심사위원들이 있기 때문에 발표도 영어로 준비해야 했다.
기분 좋은데 얻어맞은 느낌으로 일어나 옆에서 자던 팀원을 깨우고 얼른 세미나 장소로 이동했고, 파이널 피칭의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난 이후에는 열심히 아이패드로 영어 대본을 짜고 있었다. 부랴부랴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팀들의 훌륭한 프로젝트 발표는 못 들어서 아쉽다. 그리고 우리 팀 발표도 시간이 되었고, 디자이너 팀원과 필자가 올라가 이번 글리치 해커톤에서 우리가 디벨롭한 ⌜What’s Next⌟를 선보일 수 있었다. 듣기로는 데모 시연 때 청중석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고, 필자가 대답하지 못한 시장 전략 부분은 해커톤 사이즈를 벗어나 실제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을 겨냥한 질문이었다고 들었다.
보기 좋게 팀원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우리는 니어 프로토콜 트랙에서 1등을 가져왔다. 상을 받고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스테이지에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이번 수상은 정말 여러 사람들이 만들어나갔다는 것이 느껴졌다. 밋업 때부터 지켜봐주셨던 글리치 분들, 니어 프로토콜 분들의 지극적인 관리, 그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디벨롭 해준 우리 팀원들. 모두가 이 결과를 만들어줬다. ⌜What’s Next⌟ 는 계속해서 디벨롭 될 것이다. 현재는 지속해서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보를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다. 머지 않은 날에 공개되어 유저들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을 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