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언디파인드 측에서 아직 팀구성이 안된 인원끼리 팀을 꾸려줬었다. 총 4 명 중에서 한 분은 본인 프로젝트 홍보 차 들리기만 할 거라했고, 한 분은 직장 때문에 참여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뭔가 이대로 가면 행복 해커톤은 고사하고, 아쉬움만 남는 참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언디파인드에 양해를 구하고 새롭게 팀빌딩을 했다. 다행히도 이전 글리치 해커톤 때 만났던 인연으로 디자이너 분과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새로 합류시킬 수 있었고, 필자와 글리치 해커톤 때 같이 참여했던 백엔드 개발자와 함께 언디파인드 해커톤에 참가할 수 있었다.
언디파인드 해커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상을 받은 팀에게 주어지는 해외 빌더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일본에 가서 언디파인드가 주최하는 해커톤에 참여하게끔 마련해준다고 했다. 이전에도 필자는 우리나라의 2022년 크립토섬머만큼 열광적인 시기가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Web3는 아직 완전히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 크립토 시장 참여자들을 타겟으로 해야 유저를 이끌어 올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여러모로 언디파인드에서 수상자에게 제공하는 기회가 필자한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언디파인드에서는 해커톤 주제를 2 개로 제시했다. LSD(Liquid Staking Derivatives) 부분 아이디어 도출과 Lens Protocol을 이용한 소셜 섹터 아이디어 도출이었다.
LSD는 이번에 이더리움 샤펠라 업데이트로 가능해진 스테이킹 인출 관련해서 또다시 핫해진 주제이다. 원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벨리데이터로 참여하기 위해 락업한 이더리움은 인출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가능해졌다. 그래서 LSD 업계도 직접 이더리움을 인출해서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뱅크런의 리스크가 줄며,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낮추고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라는 주제였던 것 같다.
Lens Protocol은 온체인 상에 기록하는 소셜그래프다. 지금껏 유저가 SNS 서비스를 이용하면 플랫폼 별로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저장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에 종속되었지만, Lens Protocol을 이용하면 어느 플랫폼에서든 본인이 작성한 소셜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유저의 데이터는 Lens Protocol의 Profile에 등록이 된다. 다른 유저들은 마음에 드는 데이터를 Mirroring(퍼가기)이나 Comment(댓글달기)를 해서 소셜활동을 하게 된다. 당연히 이 활동들도 온체인에 기록된다.
이번에는 Lens Protocol의 주제로 참여했다. Web3 가 대중화된다고 하면 필자의 생각으로는 Web3 만의 SNS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 역시도 Web3만의 SNS는 어떤 식으로 구현이 될지 구상을 많이 해봤었기 때문에 Lens Protocol이 어떤 식으로 풀어나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관심도 많고 공부도 될 것 같은 주제였다.
온체인에 소셜데이터를 저장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볼 수 있게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손쉽게 소셜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기존의 소셜 플랫폼들의 수익 구조 중 하나는 유저데이터를 요청하는 API에 수수료를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Lens Protocol은 더 이상 이런 기술적으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Lens Protocol에 이미 올라가 있는 데이터들은 이제 Lens Protocol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Mirroring, Comment 그리고 NFT 민팅을 통해서만 유저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외에 이미 업로드 되어 있는 유저의 소셜데이터는 가치는 있지만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한다고 대가를 지불할 필요는 없었다. 필자의 팀은 기존 Lens Protocol에 올라가 있는 데이터에 더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프로젝트 ‘Blank’는 Lens Protocol 유저 간에 서베이를 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이다. 서베이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서베이를 유저가 직접 작성해서 Lens Protocol에 올릴 수 있으며, 다른 유저들이 참여해 입력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서베이에 참여한 유저들은 직접적인 리워드를 받거나 서베이에 참여했다는 증거로 SBT를 발행받을 수 있다. SBT를 통해 Lens Protocol 유저들은 특정 서베이 참여 그룹으로 묶을 수 있으며, 이는 이후 마케터들이 타겟을 분류하는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
언디파인드 해커톤 기간 동안 우리 팀은 정말 열심히 놀았다. 심지어 언디파인드 관계자 분들은 우리 팀이 해커톤을 포기하고 놀러 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우선 언디파인드 해커톤이 진행되었던 장소를 설명해야겠다. 한 층에 노래방과 포켓볼장이 있었고, 한 층에는 침대가 있는 방과 안마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물론 모든 해커톤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팀이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점심 먹고 소화시킨다는 핑계로 노래방에 가서 빅뱅을 열창하는 팀원이 있기도 했고, 필자는 중간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안마 의자로 가서 물리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언디파인드 관계자 분들이 거의 한 밤 12시 즈음에 축구게임을 할 팀을 구해서 필자의 팀도 참여의사를 보냈다. 막상 올라가보니 우리 팀만 신청해서 한동안 게임을 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사실 이제와서 밝히자면 내가 원했던 만큼의 제출 완성도는 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백엔드 연결은 거의 포기했고, 디자이너가 기획한 웹페이지를 프론트엔드로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작업을 했다. Lens Protocol에 서베이 데이터를 올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지만 체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날 하루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서 개의치 않았다. 노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해커톤을 참여했다면 오히려 즐기지 못했을 것 같다.
이번 언디파인드 해커톤에서도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과 멘토링을 받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우선 타팀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재밌는 제안을 해줘서 서로 피드백을 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해당 피드백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한껏 자신감을 가져봤다. 이후에는 이전에 타 해커톤 우승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아쉽지만 DeFi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라 Lens Protocol에 대한 피드백은 많이 아끼셨다.
매번 기회를 놓치다가 언디파인드 분들에게 멘토링을 요청해서 짧게 피칭할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렌즈 프로토콜 상에서 서베이에 대한 니즈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다소 부정적인 평으로 시작을 했다. 틀림 없이 맞는 말씀이었던 게, 서베이는 참여하는 유저 입장에서 귀찮거나 기피하는 요소였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를 SNS 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는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서 앞으로 ‘블랭크’ 플랫폼이 Web3 프로덕트를 만드는 빌더들이 마켓 리서치를 하거나 마켓팅을 할 때 필요하게 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현재까지는 그런 장이 없어서 파랑새나, 디스코*를 이용해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블랭크’가 발행하는 POAP 를 통해서 마케터들이 손쉽게 Web3 유저들을 분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도 짚어주셨다.
타팀의 발표를 듣다보니 좋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한 팀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순위권에 들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시상받는 팀을 공개하는데, 나는 시상받는 팀 이름을 잘못 듣고 축하해주고 있었다. 아쉬운 표정으로 축하하고 있는 필자에게, 팀원들이 우리가 수상한 팀이라고 얘기해줬다. 다시 한 번 사회자가 ‘Fill up’ 팀이 무대 위로 올라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나 기뻐했던 걸로 기억한다. 언디파인드에서는 이렇게 Kanalabs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시상을 해준 심사위원 분께 프로젝트의 매력적인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여쭤봤다. 기존 Lens Protocol 데이터에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는 방법과 SBT를 이용한 마케팅 수단을 제안해 준 부분이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놀면서 상을 탔다고 하면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팀 전체가 즐기면서 해커톤을 참가했기에 재밌었던 경험이었다. ‘놀 땐 놀자’라는 말을 이번에 진정으로 팀에 적용시킬 수 있었다. 매번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눈치보며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놀 땐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놀아버리는 게 최고인 듯 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수습도 하지 못했지 않은가!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라는 괴설은 적어도 필자는 마음에 깊이 새겨놓고 지내려고 한다.
Web3 프로덕트를 만들어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글로벌을 타겟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은 이번 해커톤을 통해서다. 아직 국내 시장에서 실제 Web3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로 나가면 Web3 이용자들은 충분히 커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프로덕트에 관심을 가질 유저들을 찾는 것과 Web3에 유저들을 온보딩 시키는 것, 프로덕트를 디벨롭하고 사용자들을 모을 때 꼭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사항인 것 같다.
정말 기대되는 것은 일본에서 빌더들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본의 크립토 시장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뜨거울 지, 우리나라와는 시장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그 때까지 적어도 영어로라도 소통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해가려고 한다.
오오 잘 지내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