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서점을 둘러보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 책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그 인기가 주로 방탄소년단의 홍보 활동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훑어보다가 자정의 도서관
이라는 수수께기 같은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책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실비아 플라스
나는 결코 되고 싶은 사람이 다 될 수 없고, 원하는 삶을 모두 살아볼 수도 없다. 원하는 기술을 모두 배울 수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러길 바라는가? 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신적 육체적 경험의 모든 음영과 색조와 변주를 살아내고 느끼고 싶다.
노라는 과거의 후회를 바로 잡은 새로운 삶을 살았지만 거기서도 또 다른 후회를 만들었다. 결국 완벽한 삶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행복한 삶
은 무한히 펼쳐진 평행우주 안에서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노라는 제 인생으로 돌아왔다. 지금 인생이 체스에서 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심지어 그 폰이 된 심정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다면 결국에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만큼 노라 시드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라비린스 보컬, 노라 시드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을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라비린스 보컬, 노라 시드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에 면역력이 생기는 삶의 방식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나아가고 싶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온전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싶다.
수영 선수, 노라 시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걸 목표로 하세요. 가장나다운 나
가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그걸 지지하세요. 사랑하세요. 갈고닦으세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 체력을 키우세요. 계속 수영하세요.
노라는 늘 자기 자신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 노라는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봤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실수와 몸의 모든 흔적, 이루지 못한 모든 꿈 혹은 자신이 느끼는 모든 고통, 꾹꾹 눌러둔 모든 성욕과 욕망까지.
이 모두를 받아들이는 걸 상상했다. 자연을 받아들이듯이. 그러면서 자유롭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 상상했다.
외로움이 심해짐에 따라 인간 관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SNS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영역은 서로에 대해 제한된 지식을 가진 개인들로 넘쳐난다. 외로움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지만 시기심과 부정으로 인해 적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확대되어 오히려 고립의 주기를 지속시킨다.
그러니 외로움이 찾아온다면 대면으로 대화를 하거나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해보자.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하면 단단한 사람이 될 것이다.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며 자신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노라는 삶이 얼마나 광활한지 경험했고, 그녀가 봤던 그 광활함 속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뿐 아니라 느낄 수 있는 감정도 한없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더는 자신의 고통에서 달아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모습이라는 독으로 스스로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고 인정할 것이며 자신에게 박탈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이 있다고 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삶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일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전체 중 일부로. 다른 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성장시키고, 존재하게 하는 무언가로. 흙 속의 거름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