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엔드 개발자 취업 회고

Steve·2021년 12월 27일
10

회고

목록 보기
12/12

요약

예술계열 졸업 -> 게임개발학원(실패) -> 부트캠프 -> 프론트엔드 취업

글 쓰는걸 귀찮아한다. 난 보통 블로그에 내 공부 정리를 위해 주로 글을 썼지 남들 읽으라고 쓴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velog 의 여러 취업 후기 글들을 통해 (너무나도 뛰어난 사람들의 글을 보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도 물론 했지만) 위로와 힘을 얻었기에 나도 내가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써본다. 물론 내 경험 정리이자 반성의 목적도 있다. 이 글은 두서도 없고 막 본받을 만한 사람의 글은 아니라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싶다.

첫타에 홈런

결론적으로 부트캠프 수료 후 4개월차에 작은 스타트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에 성공했다. 사실 그렇게 높은 연봉으로 취업하지는 않았다. 스타트업 웹 프론트엔드 신입 평균보다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정도다. 하지만 나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회사가 내 첫 서류 통과이자 첫 면접이었는데 다음날 합격 연락이 왔다. 이력서를 넣자마자 몇시간 후에 합격 알람이 떴고, 그 다음주에 바로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냥 일사천리였다.

이것만 보면 이 회사가 체계가 없고 별로인 회사로 보인다. 실제로 작은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잡플레닛 평점도 좋았고, 실제 회사에 가서 기술이사님과 이야기해 보고 회사 분위기를 보니 괜찮은 회사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내 몸값을 올리자고 다짐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내가 합격한 곳이 없어서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연봉협상이 어려웠지만 회사가 마음에 들었다. 취업준비 길면 길수록 힘든데, 그냥 날 알아봐주는 회사 빨리 가고 싶기도 했다. 또 내가 다른 회사 알고리즘이나 면접을 본다고 해서 붙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렇게 첫타에 홈런을 치는건 양날의 검인것 같다. 구직활동이 빨리 끝나는건 좋지만, 대신 여러 회사의 면접을 경험하며 연봉을 올리기에는 별로다.

개발자가 되기까지

나는 비전공자다. 예술계열 학과인 미디어 학과를 졸업했고 주로 배운건 영상, 디자인, 광고였다. 짧게 요약하면, 처음엔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디자인이 싫었다. 그러다 코딩으로 예술을 만드는 선택과목을 수강하고 코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웹 코딩을 독학해서 졸업작품으로 웹 게임을 만들었다.

난 졸업하고 내 전공을 살리기 싫었다. 근데 게임 개발할때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졸업 후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1년 과정의 게임 프로그래머 학원을 등록했다. 나는 넥슨같은 대기업 개발자의 꿈을 꾸고 공부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다. 왜, 어떻게 실패했는지는 이전에 게임개발 공부할때 쓰던 블로그에 자세하게 썼다. 실패 후기

이 경험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 꿈, 내 목표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해 버려서 좌절감은 컸다. 너무 멘탈에 금이 갔다. 심지어 학원비도 부모님에게 빌려서 다닌것이고 9개월 가까이 다녔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심적 부담이 엄청 컸다. 한번 실패하고 나니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커져서 또다시 게임개발에 도전하기 두려웠다.

그래서 조금 쉬다가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나 벌었다. 실내알바는 답답해서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1월 즈음에는 그만두고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숙고하고 또 숙고한 결과 게임 개발자에서 웹 개발자로 목표를 바꾸었다. 나는 냉정하게 내 자신의 능력과 현 상황, 업계 현황을 보며 판단했다. 게임개발자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개발과 개발자를 포기하기는 싫었다. 개발이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일자리도 많으며 교육생도 많이 뽑는 웹 개발자로 목표를 잡고 어떻게 웹개발자가 될지 탐색했다.

난 혼자서 공부하는건 불가능한 타입이란걸 알았기에 이런 저런 국비 교육에 지원해봤지만 떨어지고, 부트캠프란걸 발견했다. 취업률, 졸업률도 괜찮고(전 게임개발 학원의 졸업률은 30% 여서 졸업률을 철저하게 확인했다), 무엇보다 온라인 원격 교육에 후불제도가 있었다. 나는 선불을 낼만한 돈은 없었기에, 무조건 후불로 해야 했다. 또 나는 통학을 너무도 힘들어 했기에 원격교육은 정말 꿀이었다. 나는 여기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절실하게 자기소개서를 썼다. 한 10일은 쓴것 같다. 그리고 합격했다.

수료 후 취업준비

부트캠프를 잘 수료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나는 수료 후 한달 정도는 거의 쉬다싶이 했다. 5개월동안 달리느라 몸과 마음 모두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수료하자마자 스터디를 몇개씩 조직하고 취업준비하는 사람들 보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하지 생각했다.

프로젝트 하던 팀원들과 수료 후 리팩토링을 하기로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만들고자 했던 기능이 대부분 완성된 것도 있고, 아마도 다들 나처럼 지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내가 속해있던 그룹은 서로 맞아서 결성한게 아니라 추첨으로 결성된 그룹이었기 때문에 아마 다른 팀에 비해 각자가 능동성이 좀 덜한 그룹인것 같다. (물론 프로젝트는 잘 협업해서 완성했다.)

나는 쉬면서 알고리즘 문제풀이 강의를 들었다. 솔직히 당장 정신없이 취업 준비하기도 좀 지치고, 또 알고리즘 문제에 너무 약해서 일단 강의 들으면서 공부하자고 계획했다. 결론적으로 수료후 두달간 강의를 두번 돌렸다. 그러니까 대충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고 풀리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프로그래머스 문제들을 1레벨부터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3-4주동안 1-2레벨 문제를 싹 다풀었다. 아마 100문제가 조금 넘을 것이다.

그 후 이력서와 기술면접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난 전부 혼자 했는데, 여기서 아쉬웠던 부분은 스터디를 만들어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굳이 같은 부트캠프 출신이 아니어도 다른 취준생들과) 난 긴장감을 만들어서 공부하기 보다는 좀 느긋하게 이해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스터디를 안했다. 나에게는 스터디 자체가 내 페이스대로 가지 못하는 공부방식이라 좀 부담을 느낀다.

알고리즘은 스터디보다는 강의 들으면서 혼자 끙끙대는게 더 좋은것 같지만, 이력서나 면접은 왠만하면 사람들하고 같이 공부하는게 좋은 것 같다. 이건 정해진 커리큘럼도 없고 혼자서 하면 진도도 안나가고 게을러지고 힘들기만 한 것 같다. 그래서 나처럼 스터디활동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그냥 비슷한 수준과 처지의 사람들(동지)끼리 함께 즐겁게 공부하며 서로 힘을 주는 모임'이라고 받아들이고, 인터넷에서 멤버를 구해서 적당한 스케쥴을 짜서 조금씩이라도 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위기를 기회로

처음에는 부트캠프에서 쓰라고 준 템플릿 대충 수정해서 이력서 돌리다가 서류통과율이 처참해서,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갔다. 최대한 내 스토리를 풀어서 썼다. 어떻게 보면 나는 개발자 '실패'의 경험과, 경력도 없이 공부만 한 공백기를 갖고 있었기에 이걸 '기회'로 전환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서 그냥 진솔한 내 이야기를 이력서에 썼다. 어차피 비전공자에 매달 쏟아져나오는 부트캠프 수료자 중 한명이며, 포폴도 별로 없고 내세울것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신입인 내가 가장 어필할 수 있는건 지금까지의 행보로 증명할 내 열정이었다.

또 포트폴리오도 그냥 불렛포인트로 무슨 기능 있는지 요약식으로 쓰기 전에 최대한 자세히 서술해서 내가 뭘 했고 뭘 알고있는지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아마 내 이력서는 수정의 여지가 엄청 많은 이력서일꺼다. 그치만 뭐.. 합격했으니. 실제로 회사에 계약하고 나서 크래프톤 프론트엔드 서류 통과 알람이 오기도 했다. 아마 내 이력서는 게임 관련 회사들이 매력있다고 여기는 이력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계약한 회사도 어린이 코딩 교육 웹게임 회사)
실제로 붙은 회사의 이사님도 게임개발 이력이 회사의 핏과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쨋든 내 첫 서류통과는 부트캠프 수료 이후 4개월차였다. 평균에 비해 매우 느린 편이다. 물론 내가 쉬어서 그런것도 있고 남들처럼 스터디 막 하면서 한게 아니라 혼자 천천히(게으르게..?) 준비해서 그런것도 있다.

끝은 창대하기를

난 합격하고 출근을 시작하면서도 사실 좀 불안하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못해서 쫒겨나지는 않을까...? 어떤 부트캠프 광고에서는 국비수업을 듣고 취업을 했는데 '..씨는 개발이랑은 좀 안맞는것 같네요' 라는 말을 듣고 짤렸다가 다시 부트캠프를 등록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한다.
성장해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

난 똑똑하지 않다.
엄청 부지런하지도 않다.
그치만 롱런하는 개발자가 되고싶다.
내가 개발자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덜 똑똑하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적어도 개발자를 하는 동안에는
정말 꾸준히 노력하는 개발자가 되고싶다.

p.s. 최신 근황은 https://beafreespirit.tistory.com/162 에 있습니다.

profile
게임과 프론트엔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12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1년 12월 30일

잘봤어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1년 12월 31일

어소트락 후기를 검색하면 구글에 제일 먼저 떠서 글 읽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다시 보러온 일주일 동안 취직을 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어소트락 등록을 하려 했지만 후기보고 쥬신으로 가려고 합니다. 많은 후기에 쥬신이 너무 빡쎄고 사람 을 괴롭히는 편이라해서 바짝 쫄고 어소트락 가려고 했는데 쓰신 후기를 보니 같이 갈구는 곳이면 그래도 빡쎈곳이 낫지 않을까 싶어 쥬신으로 가려구요 ㅠ

저도 같은 비전공인데 걱정이 되네요 역시 학원 상담과는 현실차이가 크네요

수업을 못따라간다고 적으셨던데 결국은 될 사람들이 학원와서 한번 더 확인 도장 받는 수준인가해서요 ㅠ

여튼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다른 게시판 글에는 모호하거나 홍보성 글만 있었는데 덕분에 어느정도 감이 오게된거같아요 다시한번 취업 축하드려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5월 22일

안녕하세요 혹시 알고리즘 강의 어떤거들으셨는지 공유가능하실까요?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2년 8월 17일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저도 어소트락 학원을 다닐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랑 비슷한 성격이신것 같아요 후기글이 너무 와닿아서 끝까지 읽었네요
잘봤습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3년 5월 2일

진솔한글에 많은 동기부여를 받아갑니다.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3월 17일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지금도 개발자로 즐거운 생활을 보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ㅎㅎ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