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을 전공하던 나는 프로그래밍은 커녕 컴퓨팅 사고와는 전혀 접점도 없었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개발 공부를 하게 된 이유라면 정말 사소한 계기였다.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다가 사용성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거나 하는 등의 이슈가 있었고, 그렇다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시작점이었다.
온라인 강의를 찾아봤고, html, css를 접하게 되었고, javascript를 만나 좌절하기도 해봤고, React를 만나 더 심한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당시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엔터키 한번에 내가 생각했던 구현 사항이 바로 눈에 보인다는 점이었다.
언어학을 공부하다보니 어떤 공부를 해도 이게 내 머리 속에 제대로 들어온 건가?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즉 단순한 암기의 연속이었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다.
그렇기에 개발 공부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적어도 내 생각대로 구현되지 않았다면 컴퓨터는 너 여기 이렇게 바꿔봐, 혹은 이건 못쓰는 함수야! 하고 알려줬기 때문에 바로바로 수정해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온라인 강의를 보면서 공부를 하다가, 부트캠프를 다녀보면 어떻겠냐 하는 조언이 있었다. 그 당시엔 내가 react를 맛보고 좌절하고 있을 때라 부트캠프를 다닌다고 한들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가 저 사람들 속에서 뭔가를 해낼 수 있을까? 저런 곳은 그래도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가서 더 배우는 곳 아닐까? 하는 생각이 때문에 부트캠프는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온라인 강의만으로는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제서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학원들을 찾기 시작했다.
1. 온라인 강의 없이 무조건 오프라인 강의일것
2. 너무 길지 않은 기간일 것
이 두 가지가 내가 생각한 학원을 고르는 조건이었다.
몇 군데의 후보 중에 나는 위코드를 선택했고, 등록을 했다.
위코드에서는 개강하기 한 달 전부터 사전스터디를 한다.
임의로 짜여진 조원들과 함께 위코드의 커리큘럼에 따라 공부를 시작했다.
사전스터디 시작 전부터 프론트엔드, 백엔드를 결정하고 온 사람도 있었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대부분은 결정하긴 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했고, 온라인으로 또는 가끔 오프라인으로 만나 앞으로의 스터디를 계획하기도 했다.
(나중에 보니 사전스터디 기간에 공부 정말 열심히 했어야 했다라는 생각이 무진장 많이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개강을 했다.
처음 일주일은 프론트엔드 백엔드에 상관 없이 모두 html, css를 공부했다.
아직 포지션을 정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포지션을 정했지만 확신을 못가진 분도 계셨다.
실제로 내 옆자리 분은 프론트엔드를 희망하셨다가 2주차에 백엔드로 포지션을 바꾸셨다.
그리고 2주차에 처음 절망을 맛보았던 javascript를 시작했다. 레플릿이라는 플랫폼에서 javascript문제를 풀었고, 그래도 한번 보고왔다는 기억이 있어서 처음 접했을 때 보다는 많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는 역시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동기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구현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전에는 나 혼자 끙끙 앓았다면 이번에는 같이 코드를 보고 같이 생각해줄 수 있는 동기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정말 많은 난관들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위코드 개강 초기에도 그런 말을 많이 들었었다. 위코드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물론 세션도 있고 학원의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우선순위에 커뮤니티가 있다고 했었다. 그 말이 당시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이 때 정말 절실히 느꼈던 것 같다.
3~4주차에는 클론코딩을 시작했다. 3주차에는 그때까지 배운 html, css, javascript를 가지고 인스타그램을 만들었고, 4주차에는 똑같이 인스타그램을 만들었으나 이번엔 바닐라 자바스크립트가 아닌 React를 가지고 다시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정신없는 한 달이 지나고, 드디어 프로젝트가 시작했다.
React로 인스타그램을 만들던 주에 각자 1~2개 씩 자기가 클론해보고 싶은 홈페이지를 제출하라고 했었다. 그 사이트들 중에서 멘토 분들이 추리고 추려서 프로젝트 팀이 꾸려졌다.
1차 프로젝트로 내가 들어간 팀은 술담화라는 사이트를 클론코딩 했다.
처음으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가 같이 협업하는 프로젝트였고, 그래서 협업하는 과정에서 허둥대는 것도 많았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아쉬웠던 과정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역할 분담을 하고, 할 수 있는 기능들은 무조건 해 보려고 노력을 했다. 물론 첫 프로젝트였던 만큼 시간 분배 라던지, 우선 순위에 있어 판단 미스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생각보다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끝나 뿌듯했던 기억이었다.
1차 프로젝트가 끝나고, 바로 그 다음주부터 2차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라 그런지 다들 1차때 아쉬웠던 부분이거나, 해보고 싶은 기능들을 해보고 싶어 했다.
팀이 꾸려지고 역할 분담을 하고,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자료구조를 의논했다. 실제로 1차 때 ERD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서로간에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었고,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차 때는 기업협업 준비 때문에 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그래서 1차 때보다 구현할 기능들을 많이 줄였고, 그래서 조금은 여유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나는 메디스트림이라는 기업으로 협업을 나갔고, 지금까지 배웠던 React가 아닌 Vue라는 프레임워크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와 프론트엔드 동기 한 분과 함께 진행했고, 우리는 아이콘 브랜딩 사이트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확실히 위코드 안에서도 협업을 하면서 배운 것도 많았지만, 기업 협업 중에서 배운 것도 확실히 더 많았다.
실제 기업에서 진행한 것이기도 하고, 진짜 회사에 필요한 프로젝트를 우리가 맡아서 한 것이라 떨리기도 했고, 실제 작업하는 전반적인 워크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협업이 끝난 후에 이야기지만, 실제로 도메인을 통해서 배포가 되었고, 계속해서 develop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개강하기 전까지는 혼자 공부하던 터라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기 분들이 있고, 멘토 분들도 계시고, 더 이상 혼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혼자 이겨내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한 동기분이 위코드 인터뷰를 하면서 하신 말씀 중에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