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대한 단상

Ji_min·2022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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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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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다가 든 생각을 정리했다.


  1.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2.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저마다 다르게 이해하는 것 같다. 같은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궁금하다. 10년 전 싸이월드는 메타버스였을까?

  3. 그건 아니다. 왜 아닌 걸까?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과 아바타, 가상 화폐를 사용한 전자 상거래’라는 시스템은 메타버스의 아이디어가 아닌가?

  4. 네이밍에는 힘이 있다. 메타버스는 싸이월드의 아이디어와 비교해 아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지만, 메타버스라고 명명하고 개념화함으로써 동일한 아이디어가 새로운 개념이 되어 등장했다.

  5.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주는 모호성 또한 그 헷갈리는 정의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구체적이어야 할 기술적 개념을 모호하게 정의하고 자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여지를 남겨두었다. 상상력을 자극받은 사람들은 메타버스란 과연 무엇인지 토론하며 그 개념적 범위를 넓혀갔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가진 모호함은 개념을 추상화함으로써 개념 자체를 모호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더 유명해졌다)

  6. 하지만 메타버스를 단순히 추상적 개념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기반과 함께 등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기술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간극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기술에 얽힌 내러티브이다.

  7. 메타버스라는 말에는 확실히 신비로운 느낌이 있고, 그 기반이 되는 기술은 지금까지의 기술과는 다르며 완전히 새로운 기술일 것 같은 경외심 비슷한 감정을 유발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싸이월드는 그런 기분이 안드는데 왜 메타버스는 그런 기분이 들어야 하는 걸까?

  8. 철학과였어서 그런지 메타버스라는 말을 들으면 metaphysics, 형이상학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학생 때 아리스토텔레스 관련 수업에서 들은 내용인데, 형이상학이라는 말은 물리적 형체 너머의 것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원래는 physics, 자연학 뒤에 있던 책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meta’는 ‘beyond’의 의미와 ‘after’의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런 것처럼 메타버스의 기술 또한 기존의 기술을 초월한 수준이라기 보다는 기존의 기술 다음의 기술일 뿐이다. 기술은 항상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반복하는 기술은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라는 개념은 놀라운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다.

  9. 싸이월드와 메타버스는 무엇이 다른가? 시대가 다르다. 시대에 따른 기술이 다르다. 하지만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신비로움을 부여하는 지점은 이쪽이 아니다. 둘이 정말 다른 것은 기술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는 내러티브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신비롭고 새로운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은 거기에 부여된 서사이지, 기술 자체가 아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개념처럼 느껴지는 것은 거기에 부여된 서사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세부 사항이다. 기술은 서사를 뒷받침하는 수단이다.

  10.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우선은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주는 개념적 환상에서 빠져 나와 그 방편이 되는 기술을 담백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얽힌 서사를 이해해야 한다. 어떤 서사가 기술을 새로운 기술로 보이게 만드는가?


내가 너무 메타버스를 잘 모르고 마냥 판타지적인 무언가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반성할 겸 끄적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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