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생활을 마칠 때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너무도 많은 가짜 개발자가 있다면서 진짜 개발자란 무엇이냐고 묻던 팀장님의 질문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개발자란, ‘사회적으로 이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개발자를 이야기해 왔는데.. 신입으로 아직 그러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그 이상이 조금 멀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상상하는 것을 기획하고 코딩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본질적인 개발의 즐거움이었으니까.
2024년 12월, 최근 계엄령 사태로 인해 나라가 혼란스러웠고, 매주 토요일마다 국회 앞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기존 세대와 MZ세대가 함께 목소리를 내며 진행된 이 집회는 이전 촛불 집회와 비교해 집회 문화와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횃불에서 촛불로, 촛불에서 촛불 모양의 LED로, 이제는 LED 응원봉으로… 도구가 변화하면서 집회의 분위기 또한 한층 더 다채롭고 세련된 방식으로 변모했다.
국회의사당역 여자 화장실에는 각종 여성용품과 손난로 같은 편의 용품이 누군가의 자발적인 기부로 구비되었다. 시민들은 시위 참여자들을 위해 많게는 수백 인분의 음식을 선결제하며 서로를 돕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가 어떤 가게에서 결제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많은 기부가 이어졌고, 이를 정리해 리스트업해야 할 정도로 참여가 활발했다.
‘선결제 리스트’에 식당과 카페 이름이 수십건 넘게 올라오자 한 개발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위험할 것 같은데, 이걸 리스트가 아니라 지도로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집회 참여자와 상인들을 연결하는 웹 사이트를 개발했다. 이 사이트 개발은 단순한 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를 기술로 창출해낸 사례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바로 이런 사람이다.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을 넘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주변을 관찰하고 필요한 것을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불편함을 개선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개발자의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개발이 반드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는 “내가 좋아하는 것, 만들고 싶은 서비스”에서 시작하여 개인적인 흥미와 열정으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즐거움과 창의적인 성취를 얻는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개인적인 아이디어와 프로젝트가 때로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되며, 공공의 이익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한 개발자가 개인적인 필요에서 시작해 제작한 일정 관리 애플리케이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발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며, 동시에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공공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개발자는 코딩이라는 기술적 수단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이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기술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의 유대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문제를 단순히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하는 데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사람이 바로 개발자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끊임없이 세상을 탐구하고, 관찰하며, 자신이 가진 기술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다. 작은 서비스 개발에서 시작해, 그것을 구현하고 발전시키며, 결국에는 공공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는 사람.
다소 거창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개발자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창조적 해결사, 그리고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이정표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