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잘 통하고 함께 원활히 협력하며 일해온 동료가 슬랙으로 일과 관련된 질문을 해온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모르겠다.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텍스트로 다시 내가 모르는 것과 너의 의도를 묻자니 쉽지가 않다. 그래서 잠깐 보자고 하고 휴게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앉았다. 이야기를 시작한지 1분도 안된 것 같다. ‘아! 그거!’ 하고 곧바로 서로 이해하고 답이 만들어졌다. 이렇듯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아주 빠르게 서로의 배경과 의도를 이해하게 한다. 반면 텍스트는 고도로 서로 생각이 맞추어져 있고 서로의 컨텍스트를 공유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대화가 원활하지 않다. 순간 대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협력사가 생각난다. 내가 영어가 원활하지 않기도 하고 서로 먼 거리에 있기에 텍스트로만 대화를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과 이렇게 대화가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자주 대화를 하지도 않았고 서로의 컨텍스트를 거의 모르는 상황에서 던진 나의 질문을 그들이 곧이 곧대로 이해할리 만무했다. 하물며 내 곁에 있고 나와 아주 대화가 잘 통하는 동료와의 텍스트 대화도 이러한데 그들과의 어려움은 너무 당연한게 아닐까. 오늘 많은 것을 깨닫는다. 컨텍스트에 대한 긴밀한 이해 없는 텍스트 대화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만나야 한다. 오늘 해외 업체를 만나러 사람들이 폴란드에 가서 대면 미팅을 하기로 한 날이다. 대면 회의 이후 저녁에 온라인으로 모여 리뷰 회의를 하는데 텍스트로 주고 받던 대답들은 누가 작성한 것이 의심이 될 정도로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온다. 제대로 된 대답이다. 천 만원 가까이 돈을 주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만난 그들에게 비로소 올바른 대답을 들은 것이다. 우리 회사가 사용한 비행기 경비처럼 대화란 이렇게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대화가 잘 되려면 최소한 둘 중 하나를 해야함을 느낀다. 자주 주기적으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컨텍스트와 의도를 이해하고, 그런 상태에서 텍스트로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직접 만나서 터놓고 얘기를 해야한다.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