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백엔드 개발자의 2023년 회고. 그런데 이제 결혼과 이직을 곁들인.

Joshua_Kim·202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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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론

시간이 정말 빠르다.
나이가 한 살씩 더 살이 찔수록 시간은 그만큼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오늘이 벌써 2023년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놀랍다.

개발자로서 회고라는 것을 언젠가는 해야지 하면서 2021년, 2022년을 그냥 보냈다.
주변 개발자 분들이 회고의 글들을 올린 것들을 보면 참 멋졌다.

잊고 싶지 않은 경험들,
실패 속에서 배운 것들의 공유,
아쉬움 속에서 그 다음해에 의지를 담은 것들 등등.

잘한 것들을 멋지게 이야기하고,
용기내어 실패를 공유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회고속에 담은 글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런 글을 쓸 수 있겠지 했다.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했던 2021년, 2022년도 분명 나에게 그러한 의미들이 담긴 여러 조각이 있었겠지만,
그것들을 잘 모아서 회고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2023년.
오늘, 2023년의 마지막 날.

2023년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주었다.
2023년을 떠나 보내는 것이 참 아쉽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나의 2023년을 감사를 담아 개발자로서의 첫 회고를 남겨보려고 한다.
남는 것은 감사다.


🍎 2. 회고

올해 2023년은 나에게 두가지 크고 중요한 변화가 생긴 해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가고 싶었던 회사로 이직에 성공했다.

💍 결혼

2021년에 만나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와 결혼의 결실을 맺었다.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일찍 결혼을 하고 싶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가정을 이루고, 그 안정감 속에서 아내와 함께 많은 것을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올해 2023년 6월.
드디어 나는 서른 둘의 나이로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결혼의 결실을 맺었다.
와이프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개발자 부부의 탄생이었다. 👩‍❤️‍👨

결혼은 내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생각보다 훨씬 재밌고,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어떻게 결혼을 준비하고 했는지 놀랍다.

이제 딱 반년 되었다.
그럼에도 이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으로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개발자부부의 결혼이야기는 따로 블로그에 적은 글이 있으니 그 글의 링크로 대체한다.
👉🏻 개발자부부가 되고 싶어서 여자친구를 개발자로 만들고 결혼한 썰


🛫 이직

올해 내가 개발자 커리어에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성장'에 대한 것이었다.

다니던 회사는 안정적이었다.
회사도 여의도에 있어서 출퇴근도 좋았다.
연봉과 복지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았다.
팀내에서는 경력도, 나이도 막내였지만 기술적으로 인정도 많이 받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하면 지지해주었다.

하지만, 올해초부터 나는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나?'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분명 나는 아직 막 만2년차가 지난 개발자인데, 잘한다는 소리만 듣고 있었다.
항상 잘할 수가 없는 연차라고 생각했다.
뭔가 이상했다. 🧐

이직을 준비하기로 결정했다.
준비하게 된 계기는 3가지였다.

1. 코드리뷰 문화가 없었다.

코드리뷰를 하는 문화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정작 해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코드리뷰 문화는 도입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무엇이 좋은 코드인지, 어떻게 성장해야하는지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웠다.

2. 기술적인 대화를 하기가 어려웠다.

인프런의 강의를 들으며 기술적인 공부를 하지만, 실무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체감적으로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술적인 고민을 하기보다는 위에서 내려오는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다.
공부를하고 기술적인 이야기를 꺼내면 특이한 사람이 되었다.
물론, 팀원들과 주변 개발자분들은 그런 나를 좋게 생각해줬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내 모습이 특이하거나 멋지다고 봐주는 곳이 아닌, '당연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3. 내 스스로 게을러지고 있었다.

첼린지한 상황이 생기지 않으니 스스로 게을러짐을 인지했다.
하던 대로 출근해서 하던 대로 코딩하면 문제가 없었다. 그게 정말 문제였다.
이렇게 1년, 2년... 흘러가면 1,2년차의 실력을 그대로 반복한 5년차, 6년차 개발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내 스스로 지금 모습에 만족하며 게을러지는 순간 순간이 여러번 생겼다.
두려웠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의 개발자가 되려면 이 회사에 더 이상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영한님이 말씀하신 한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1년차의 경험을 10년 반복하면 10년차가 됩니다.
그렇게 연차만 늘어나고 성장이 멈춘 개발자가 되지 않도록 하세요.
그러기 위해서 Comfort Zone 을 벗어나야 합니다.
모르는 것이 많은 곳으로 도전해야합니다"
👉🏻 2023년 인프콘 영한님 강의 후기

나는 내가 Comfort Zone 에 있음을 깨달았다.


Comfort Zone 에서 나와 Fear Zone 으로 가기위해 이직을 준비했다.

이직 준비

너무나 감사하게도 '강남언니'와 '에어프레미아랩스' 두 회사에 지인 추천을 받아 백엔드 엔지니어로 채용 프로세스에 도전하게 되었다.

처음 경험해보는 강남언니의 코드리뷰 테스트.
정말 깊고 빡셌던 에어프레미아랩스의 기술 면접.
강남언니의 3시간동안 이뤄진 컬쳐핏 면접.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숨차게 진행되었던 에어프레미아랩스의 인성 면접.

두 회사 모두 정말정말 좋은 조직문화와 개발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빡세고 문턱이 높은 채용프로세스를 하나씩 진행해가면서 더더욱 느꼈다.

두 회사의 인성 면접 마지막에 공통적으로 나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셨다.
나는 두 회사의 면접관분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강남언니에서 가장 프라이드를 가지시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에어프레미아랩스에서 가장 프라이드를 가지시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두 회사의 면접관분들의 대답은 똑같았다.

"존경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이 대답을 두곳에서 똑같이 들었을 때, '정말 좋은 회사는 좋은 동료들이 있는 곳이구나.' 라고 느꼈다.
꼭 가고 싶었다.

결정

약 두달 정도 긴 호흡으로 두 회사의 채용프로세스를 모두 진행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두 회사 모두 최종 합격을 받게 되었다.


이 두 메일을 받고 정말 날듯이 기뻤다.🥳
꿈인가 싶었다.

그리고 정말 긴 고민이 시작되었다. 🤔
어딜 가야하나.
두 곳 모두 나한테는 정말 과분한 곳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결정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최종적으로 에어프레미아랩스의 오퍼를 수락했다. 🛫
항공 도메인에 대한 호기심과 더욱 큰 도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결정하는 순간까지도 강남언니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만큼, 강남언니라는 회사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아서였다.

그렇게 나는 올해 10월 말, 새로운 도전을 하기위해 에어프레미아랩스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안녕, 고마운 2023년 👋🏻

2023년은 결혼이직이라는 너무나 크고 감사한 일이 생긴 한 해다.

결혼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보게 되었다.

결혼을 통해 나는 사람으로서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앞으로 그 부족한 부분을 와이프와 함께 채워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음을 참 귀하고 복받은 일이다.

이직을 통해 개발자로서 진정한 성장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직을 통해 오게된 에어프레미아랩스에서 나는 성장통을 겪고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좀 더 깊게 글을 쓰고 싶은데, 성장이라는 것은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성장은 통증이 존재한다.
그 벌어진 통증이 아물면서 그릇이 넓어진다.
정말 감사한 것은, 내가 이직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나 많은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몰랐을 것이라는 거다.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채울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하다.
나는 현재 영한님이 말씀하셨던 Fear Zone 에 있는 것 같다.
Fear Zone 에서 느끼는 것들을 통해 내년 회고에서는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 3. 2024년을 맞이하며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다.
2023년을 앞에두고 2022년 송구영신예배에서 기도했던 기도제목중에 이렇게 기도했던 것이 기억난다.

'내 생각과 기대를 넘어 일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나는 그 기도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너무나 신실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의 몇배 이상의 것을 올해 나는 경험하고 누렸다.

2024년은 또 내가 어떤 것을 경험하고 누리게 될까.

항상 그렇게 살길 노력했듯,
내게 주어진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신에게 맡기며 2024년도 걸어가겠다.

2024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성장한 사람이 되길.
조금 더 멋진 개발자가 되길.

profile
인문학 하는 개발자 💻

1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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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1일

안녕하세요! 민재님.

전에 작성해주신 "개발자부부가 되고 싶어서 여자친구를 개발자로 만들고 결혼한 썰"이라는 글을 통해서 민재님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용기를 내어 댓글 남겨봅니다.

먼저 이직과 결혼 너무나도 축하드립니다. 이 두가지를 함께 병행하며 준비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정말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됩니다.

민재님의 글 덕분에, 저도 컴포트존에서 안주하지 않고 피어존, 러닝존, 그로우스존까지 나아가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받게되네요. 내년 한 해도 계획하시고 원하셨던 일 순탄하게 이루어 가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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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늘 멋지고 따뜻하고 도전을 주는 소중한 친구 민재! 다시 한 번 결혼과 이직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2024년 기도제목대로 더욱 멋지게 하나님을 경험하길 기도해! 2023년 많은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했어!🥹 2024년도 잘 부탁해!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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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3일

회고록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저랑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것 같아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네요!
현실에 안주하는것보다 도전하고, 발전하는 것이 개발자의 숙명인것 같습니다.

결혼 축하드리고, 은혜로운 한해 되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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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3일

개발자 여자친구 만드는 법이나 알려주십쇼 형님;
끝으로 이직 축하드립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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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9일

안녕하세요 민재님!
오픈채팅방에 공유해주신 회고록 통해서 여기까지 오게됬네요. 두글 모두 잘읽었습니다.
큰 동기부여 받았습니다..!!

이직하신 계기가 현재 처한 제 상황과 너무나 똑같네요ㅜㅜ 저는 만 3년차 개발자로 현재 이직준비를 하고있는데 단순기능 개발만 하다보니 어필할께 마땅치 않아서 준비가 쉽지 않네요 ㅜ
혹시 이직 준비하신 방법이나 조언을 받을 수있을까요?
조언받을 주변 지인이 별로 없어서 실례를 무릎쓰고 부탁드립니다 ㅜ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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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9일

한동대 다니셨다고 했을 때부터 짐작했는데
개발과 신앙 모두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빠진 사람에게 도전이 될만한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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