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업무에 녹여온 4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도구를 갈아타고, 일하는 방식을 시스템으로 굳히고, AI 의존과 마주한 뒤 — 이번엔 그 변화가 배우는 방식까지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이야기한다.
패러다임 변화의 흐름을 거칠게 그리면 이렇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 하네스 엔지니어링 → 루프 엔지니어링 → 골(Goal) 프롬프팅
처음엔 "어떻게 물어볼까"가 전부였다. 곧 "무엇을 맥락으로 줄까"로 무게중심이 옮겨갔고, 다시 "모델 위에 어떤 실행 구조를 얹을까", "어떻게 자동으로 돌게 할까", 그리고 "목표만 던지면 알아서 도달하게 할까"로 정신없이 휩쓸렸다.
다음이 무엇일지는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다 — 뒤처지지 않고 최대한 따라붙는 것 자체가 핵심이다.
백엔드 개발자인 내가 이제 프론트엔드 코드를 AI에게 찍어내게 시키고, 디자인까지 일부 만들어낸다. 이 블로그 자체를 AI가 주도해서 만들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조차 AI가 정리하고 써준 것이다. 나는 단지 검토만 한다.
그런데 이 '검토'가 생각보다 훨씬 능동적인 일이다.
한 편을 다듬는 데만도 시간이 꽤 든다. 개발로 치면 한 방의 빌드가 아니라 수십 번의 반복(iteration)이고, 글쓰기로 치면 끝없는 퇴고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속도다. 예전엔 블로그 글 하나에 하루나 며칠이 꼬박 걸렸다. 지금은 AI가 자료를 끌어오고 근거를 짚어주니, 특히 기술적인 글일수록 속도가 통째로 빨라졌다.
검토에 쓰는 시간이, 마냥 비용만은 아닌 셈이다. 한 줄 한 줄 짚으며 읽는 동안, 내가 했던 작업과 지식을 다시 복습하게 된다.
글쓰기 워크플로우의 전체 맥락과 구체적인 시스템 구성은 원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 원문 전체 읽기 — AI를 쫓아가며, AI와 함께 배운다
변화는 코드와 글에서 멈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책도 AI와 함께 읽기 시작했다.
마치 국어 수업을 듣듯, 모든 문장을 분석하며 읽게 됐다. 그냥 눈으로 흘려보내던 문장을, 이제는 "이건 왜 이렇게 썼을까"를 AI와 주고받으며 곱씹는다.
시는 더 극적인 변화였다. 솔직히 나는 사람들이 시를 왜 읽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AI와 함께 시를 읽고 토론하면서 비로소 시를 읽기 시작했다.
한 구절을 붙잡고 내 식대로 해석한 다음 "이렇게 읽는 게 맞아?" 하고 AI에게 묻는다. AI가 맞다고 말해주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럼 내 해석의 허점을 비판적으로 짚어줘"라고 되묻는다. 시 한 편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AI가 단순히 효율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내가 평생 닫아두었던 문 하나를 열어준 셈이다. 이건 생산성 지표로는 잡히지 않는 변화다.
이 시리즈는 두려움에서 출발했다. '내 자리가 사라질까'라는 대체의 공포, 그리고 'AI가 없으면 나는 바보가 되나'라는 의존의 공포. 둘 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다만 그 두려움을 통과하며 내가 도달한 자리는, 처음 출발한 자리와 분명히 다르다.
그 사이 나는 직접 코딩을 멈췄다가, 검증의 오너십을 쥐었고, 스킬을 직접 만들었고, 모델 밑단까지 손을 댔고, 시를 읽기 시작했다.
지난 시간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AI 시대에, AI를 쫓아가며, AI와 함께 내 능력을 키우려 애쓴다.
패러다임은 또 며칠 만에 바뀔 거고, 나는 또 도구를 갈아타고 또 한 번 폭망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쫓아가는 동안 나는 분명히 자라고 있으니까.
시리즈 전체 흐름, 구체적인 시스템 구성, 글쓰기 워크플로우의 상세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